ㅁ[낭송시]<효목도서관>서지월 시-'바지랑대 옆에서'
바지랑대 옆에서
서 지 월
천년이란 세월을
바람으로 이고 선
굳굳한 나무가 있습니다.
죽어 죽지 않고
나무꾼의 등짐같은 뜨거운
땀의 범벅이 있습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민들레 꽃밭에서
해종일 뛰놀듯
파아란 도화지 한 장 같은 하늘 위
날으던 정령들이
여기 앉아 쉬곤 합니다.
이승과 저승 두 갈림길의
끝이랴 싶은 두 가지 사이로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하늘을
받치고 있습니다.
멸망할 듯 멸망하지 않는 사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상의 빨래들이 무수히
그 줄 위에 얹혔다 사라집니다.
해와 달 비 구름 별들도 그 줄을
넘나듭니다
줄이 늘어지는 무게보다
당겨지는 침묵이 생명을 지탱합니다.
아무래도 바지랑대 보다 높은
우리의 천국은 없을 겁니다.
습기 묻은 바람이 한두 차례 지나가고 나면
온몸을 도사리고 빨래들도 걷힙니다.
아득히 먼 하늘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목청이
남새밭 너머 푸른 산이마에서 들릴 때면
어느새 산그늘이 내려와
이불처럼 우리의 일상을 덮습니다.
별들도 내려와 뒷산 숲에서
지상의 아름다운 꿈을 깹니다.
천년이란 세월을
흙먼지 풀풀 날리는 마당을 딛고 선
굳굳한 나무가 여기 있습니다.
**2009년 10월 14일(수) 오후 3시 30분, 시인 초청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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