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인생/☞일사일언[一事一言]

[一事一言] 대구가 서지월시인에게 빚지고 있다

아미산월 2009. 6. 5. 03:35

[一事一言] 대구가 서지월시인에게 빚지고 있다

 

 

◆서지월시인의 최근 모습(2009년 6월 4일, 은거하고 있는 '시산방'에서)

 

미당 서정주시인이 생전에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ㅡ'나는 이 사회를 위해 한 일이 없어. 시가 좋아 단지 시를 썼을 뿐이야'

라고 했다.

대담의 사회자인 문학평론가 경희대 김재홍교수는

ㅡ'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지요. 선생님께서는 민족과 역사 앞에

좋은 시를 써 남기셔서 지대한 일을 한 것입니다'라 언급했다.

 

고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공무도하가>를 비롯해서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의 <황조가> 이후 오천년 역사를 내려오면서 시는

우리 민족의 숨결을 담은 문화의 꽃이었다.

 

보라, 비극적인 삶을 끝냈지만 일제식민지 치하 김소월이 남긴 시는

지금도 대한민국 온 국민이 애송하고 있지 않은가.

시를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김소월의 시를 한번쯤 음미해 보지 않은 사람 없을 정도다.

그만큼 김소월이 남긴 시는 100년 넘게 지나오면서도 조금도 탈색되지 않고

지금도 김소월은 국민시인으로 추앙받고 있지 않은가.

당시 김소월의 삶은 극도로 비관적이었다. 그걸 견디다 못해

청산가리를 먹고 33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 불운한 시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시를 남겨 온 국민이 애송하게 되었으나

김소월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김소월의 셋째 아들이 6.25사변 당시 북한 인민군이 되어 남한으로 쳐들어와

포로가 되었다가 풀려나와 한국에서 살게 됐으나 대한민국 국가차원에서

김소월 아들에게까지 조금도 혜택을 주는 일은 없었다.

김소월 셋째 아들인 김정호옹이 자식들 학비를 못 대어 애먹을 때

미당 서정주시인이 도와주었고,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대구출신 이효상

구상시인 등이 서정주시인의 부탁으로 김소월 셋째 아들 김정호옹이

한국에 정착할 당시 취직을 시켜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전부였다.

 

근래 언론기관의 한 지인이 서지월시인을 두고 말을 내뱉았했다.    

평생을 시 하나 붙들고 다른 데는 전혀 눈 안돌리고 시만 쓰고 살아온

서지월시인에게 대구가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서지월시인을

대우해 주지 않는 말은 아니나 그처럼 우리 민족과 역사 앞에

절절한 시를 쓰는 시인이 우리나라에 몇 있느냐는 것이었으며

그렇다면 공히 대구라는 도시가 서지월시인을 그대로 내버려둘 게 아니라

오로지 불타는 시정신을 높이 기려 그 피눈물나는 詩業에 대한 예우는 있어야 하는데

시대가 그렇지 못하는 것이 쓸쓸하고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김소월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좋은 시를 빚어서 국민의 가슴에 돈으로 셈할 수 없는

위대한 감동을 주었는데 공짜로 향유했을 뿐, 그 댓가성이라는 건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았던 것이 그 시인을 더욱 불운하게 만들었는데

시인의 시가 시대와 역사를 초월해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이 사회의 맹점 다름아닌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지월시인의 경우, 가장 한국적인 시를 쓰는 시인

다시 말하면 가장 민족적인 숨결을 담은 시, 가장 역사성이 확고한

웅혼한 기상을 시로 노래해 온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거기다가 가장 향토적인 색채가 짙은 대구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기도 하다.

서지월시인이 어떤 시를 쓰건 말 건, 시를 써서 그만한 대접과 생계를

유지하든 말든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로

대구가 서지월시인에게 빚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읽힌다.

 

거기다가 다른 시인들은 시쓰는 일 외에

거의 대부분 직장이 있어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는 걸로 보이지만

서지월시인의 경우, 혼신의 열정으로 진정한 시인의 길로 가기에

시만 쓰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서지월시인의 말을 들어보면, 원고료나 출연료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탁 받고 써주는 시나 축시낭송 출연 등등에 있어서 원고료나 출연료를

안 줘서 안주는 것이라기 보다 아예 안 주고도 당연히 시를 받거나

출연해도 되는 것처럼 이 사회가 통념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가 난 서지월시인은

ㅡ짜장면 먹고 싶어 짜장면 시켜 먹고는 돈 안 주나?

ㅡ통탉 시켜먹고 통닭값 안 주나?

라 했다는데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너무나 딱하다.

시인이 무시되는 사회, 시가 공짜로 인식되는 사회,

전문화시대, 자격증 시대가 시인에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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