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녕신문]<압록강부간>편도현 시-'세월'(외2수)

[시]세월(외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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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사람 늘어나는걸 보면 죄송하지만 나도 이젠 나이가 들었는가보다
내가 큰절 올리던 그런 분들 하나 둘 사라지고 락엽짙은 언덕에서 어른들의 지팽이가 멋있었던것도 문득 깨달았네, 이제야 알겠네
봄빛고운 잔디에서 나비쫓고 여름의 랑만은 영원한줄 알았는데 저 머얼리 산마루를 태우는 락엽은 불타는 석양속에 더욱 장렬하다
내 지금 인사 받는것보다 어른들 많이 모시던 그때가 좋았어라 세배돈 받던 그때가 좋았어라 꾸지람 듣던 그때가 그중 흐뭇하더라
서리꽃
한송이 꽃으로 되기까지 엄동설한 긴긴 밤을 뜬눈으로 지샜더라 꿈에 젖어 그러나 몸부림 친 진통의 밤이였다
열두폭 속치마 풀어헤치고 속살하얀 알몸, 그래서 더욱 숙연해지는 차라리 붙들고 울고싶은 장엄한 밤이였다
은하수에 뛰여들어 정갈히 몸을 씻고 달빛을 불러와 불을 밝혔더라 막 태여나는 신생의 기쁨 하얀 웃음으로 창가에 어렸어라
이제 새날이 밝으면 태양이 빛나는 새날이 밝으면 님마중 걸음걸음 눈물로 채우며 하얀 버선발 그 품으로 달려가리 하늘에서 땅에서 서로 맑은 속살 부비리
벽두
뉘십니까 꿈속에서 아련히 나를 부르는 당신은 뉘십니까
하늘깃 장막속에 처져있고 굴레벗은 겨울바람조차 아직은 잠에서 달콤한데
신발끈 단단히 조이고 새벽부터 잡도리 심상찮은 당신은 뉘십니까
지금은 겨울, 그것도 엄동설한 밭갈이 아직 멀었는데 힘찬 송아지의 울움소리 이 새벽 대체 어인 일입니까
하얀 눈길우로 발자국 힘차게 내딛자고 자꾸만 나를 꼬드기는
진정 당신은 뉘십니까 2008.1.5
(심양) 편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