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달의 조선족시단

[요녕신문]<압록강부간>강효삼 시-'한바구니 꽃앞에서'외

아미산월 2008. 10. 24. 23:43

[요녕신문]<압록강부간>강효삼 시-'한바구니 꽃앞에서'외

 

 

[시]한바구니 꽃앞에서

 

아기주먹같이 꼬ㅡ옥 오므렸던 꽃망울
스스로를 헤쳐 가슴 한복판을 활짝 열어놓는다
그것이 바로 《꽃이 피였다》는것인데
갓 핀 꽃 그렇듯 청신하고 고운것은
결코 화려한 색갈때문만은 아니여라
숨김없이 투명한 가슴 열어
그 내면 환하게 들여다 볼수 있게
꽃은 자신을 감추지 않는다
하기에 꽃앞에서는 우리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슬의 소망

밤새워 빚은 결실 풀잎에 올려놓고
은빛 이슬은 무엇을 소망했을가
태양을 먹고 반짝 구슬이 되여보는것
순간의 소망을 위해 그렇게 긴긴 밤
뜬눈으로 지새웠던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아침이 와서
드디여 태양을 삼킨 이슬은
마침내 소망하던 금빛 구슬이 되였다
허지만 반짝하는 찰나와 함께 사라질줄을∼

모래

모래알은 오랜세월 풍상고초 짓눌림속에
더는 부스러뜨릴수 없는 한알 한알의
알찬 개성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개성만을 위한것이라면
모래는 그저 모래알로 끝나고말리
작디작은 존재인 모래의 위대함은
흩어진 그 하나하나의 개성들을
합칠줄 아는 공성이 있기때문ㅡ

진달래 《나무》

소나무처럼 사철 푸르지도
백양목처럼 웅장하지도 못한것이
온 산을 다 휩쓸듯 불길로 번질수 있었던것은
항상 《먼저》라는 이름의 좌우명을 기발처럼 내세워
아침의 노을처럼 불탔기때문인데

산엔 진달래만 사는것이 아니여서
세월을 등에 업고 뒤쫓아오는
온갖 나무와 풀들의 숨가쁜 도전을
진달래는 감내하여야 한다

하여 시들어가는 꽃잎에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먼지 털듯 훌훌 바람에 밀어버리고
이제 진달래는 꽃이 아니라 《나무》로 서서
수림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꽃으로 거듭날 꿈을 싣고 봄날로 간다

나에게 고향이 있는가

나에게 고향이 있는가
나를 낳고 키워준 엄마의 고향은
저ㅡ기 압록강반 어느 산기슭
지금은 수몰지의 물속에 언녕 잠겨있다

나에게 고향이 있는가
자라서 잔뼈 굵은 북녘 지평의 검은 흙
발목을 물고 놓지 않던 그 찰진 흙을
나는 성가시다 휘뿌려던졌다

나에게 고향이 있는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어느 한 곳도 지긋이 정 주고 살지 않았는데∼


(심양) 강효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