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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詩壇]조성림 시-풍성기름집

아미산월 2008. 10. 22. 00:57

[오늘의 詩壇]조성림 시-풍성기름집


풍성기름집

 

 

 

조 성 림

 

아침햇살과 나는 사이좋게
이름도 풍성한 기름집 앞을 늘 지난다

 

간판은 칠이 벗겨지기도 하고
좁은 환기통과 가스배출구가 비쭉, 밖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안에는 기름을 짜대는 기계와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져 있다

 

뿌연 유리창으로 ‘원하는 기름은 모두 다 짜드리니다’ 하며
내다보고 있다

 

흙냄새 물씬한 두둑 위로 하얗게 소스라치던 참깨꽃과
그 징글징글한 깻망아지의 시절도
고소한 그리움의 밥상으로 기름지다

 

이름만 풍성한 그 집 앞에는 엉뚱하게도
빨간 제라늄 꽃만 화분에 피어 대낮을 불 지르고 있다

 

<약력>

 

▲강원대 수학교육과 졸업.
▲시집 <세월 정거장> 외 다수.
▲현재, 춘천<수향시> 낭송회 회장.


 

<이 시를 말한다>

 

ㅡ강원도 속초엘 갔었다. 거기 <한중시낭송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나는 지난 2008년 9월 5일 중국 연길에서 백두산을 간 적이 있었는데

백두산 정상에 올라 낭독한 민족 서정시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이번 강원작가회와 훈춘작가회 공동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초대시인으로

시낭송을 했었다.

 

<한중 시낭송의 밤>이라 이름붙인 책자에서 나는 <풍성기름집>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와 무난하게 잘 쓰여진 시로 여기 소개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더분한 일들로 그리 쇼킹한 사건도 아닌데도

담담하게 풀어낸 문장력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야단스럽다거나 현란한 수사를 동원했다든가 하는게 전혀 아닌 진솔한 언어구사가

매력포인트로 보인다. 좋은 시란 따지고 보면 따로 있는게 아니다

호소력이 있으면 되는 것이리라. 그 호소력이라는게 진실한 감동을 동반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럼 진실한 감동이란 무얼 말하는가 하면 작위적이거나 위선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정황을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로 잘 빚어내면 되는 것이다.

 

중국 조선족시인들의 창작모임인 2008년 <두만강여울소리 시탐구회>가 열렸다는 보도를

한일송시인으로부터 접했는데 거기 세미나에 발언한 조선족 평론가 및 시인들의

시창작에 대한 발언요지도 접했는데 하나도 틀린 말이 없는 견해들이었다.

나는 그 견해들의 위의 시 <풍성기름집>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위의 시 <풍성기름집>은 <풍성기름집>의 분위기와 주위 정경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소박 삶의 정서를 진솔하게 잘 표현했다는데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아침햇살과 나는 사이좋게',  ‘원하는 기름은 모두 다 짜드리니다’ 하며 / 내다보고 있다',

'흙냄새가 물씬한 두둑 위로 하얗게 소스라치던 참깨꽃', '그 징글징글한 깻망아지의 시절'

등의 표현이 예사롭지 않으며, '이름만 풍성한 그 집 앞에는 엉뚱하게도 / 빨간 제라늄 꽃만

화분에 피어 대낮을 불 지르고 있다'는 마지막의 엉뚱한 장면제시가 환기시켜주는

좋은 대목으로 보인다.  

 

최룡관시인이 '현대시는 이미지로 말한다. 화폭으로 말하기에 사색을 준다' 그리고 '제발 책을 보세요. 책을 안보면 안됩니다.'라는 말과, 최삼룡평론가의 '책을 많이 보라는데 동감이다.', '시대를 알아야 한다며 민생에 대한 관조와 력사적인 상상력을 강조하며 시인은 좀 미쳐야 하고 놀 줄(풍류)도 알아야한다고 말한 것도 설득력을 더하며 한춘시인은 '시를 보고 시를 배워야 한다', 김동진시인은 '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김학송시인은 '시는 감동적이야 한다', 김영건시인은 '고통없이 시작한 시인은 없을 것이다. 시인은 위대한 존재이다. 가슴에 소리를 하는 것이 시인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는 것이 다 시에 대한 진정한 견해들인 것이다.


(2008년 10월 21일 밤, 0시 56분/ 한국 서지월시인 記)

 

# 여기는「북방조선족사랑문화인협회」입니다. http://cafe.daum.net/manjulov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