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단

[오늘의 詩壇]한태익 시-절경바위에 올라서서

아미산월 2008. 9. 30. 22:51

[오늘의 詩壇]한태익 시-절경바위에  올라서서

 

절경바위에  올라서서

 


한 태 익


안개 타고 날아올랐나
절경바위에 올라서면
하늘 끝에  내 손끝이 닿은 듯
부플어 오른 마음 공중에 떠 있네


두손으로 바위모서리 잡고
발 뒤축에 힘주며 숨가삐 오르고 또 올라
절승경계는 험한 봉에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이 바위에 오르지 못하면 대장부 아닐거 같았어라


절경바위에 우뚝 서면
하늘의 흰구름도 멈추어 서서
흰 손수건인 양 얼굴의 땀 씻어주고
밀려오는 안개와 바위 나의 친구들이네


그 옛날 오호령 다섯 호랑이 따웅하면
산천초목 벌벌 떨었다지만
절경바위 너는야 낯색 하나 변치 않고
수만 년 버텨온 사나이 대장부

 

<이 시를 말한다>

 

ㅡ고구려 대장부의 웅혼한 기상이 스려있다고 할까. 절경바위의 위상을 대장부의
호연지기로 읊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가장 의미있는 표현으로는 '절승경계는
험한 봉에 있다고 / 누가 말했던가'인데 인생철학을 떠올리는 구절이기도 하다.
즉 고난과 역경 없이 정상에 우뚝 설 수 없으며, 고진감래라는 옛말이 시사해주는
의미 다름 아니다.

한 편의 좋은 시는 정서와 사상이 잘 융화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이 시가 풍기고
있는 자연비경과 산행의 정황들이 구체화 되어 잘 나타나 있는가 하면,  그 대상들을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밀려오는 안개와 바위 나의 친구들'이라 했듯이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는게 놀랍다. 또한, '하늘의 흰구름도 멈추어 서서 / 흰 손수건인 양 얼굴의 땀 씻어'
준다는 이런 문장구사는 일품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절경바위의 위용 자체만을 노래하지 않고 '낯색 하나 변치 않고
수만 년 버텨온' 유규한 시간과 함께 해 왔다는 의미부여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2008년 9월 30일 오후 10시 47분, 한국 서지월시인/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