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시인협회]<시향만리>(창간호)김삼경 시-'달맞이꽃'외2편
달맞이꽃
김 삼 경
보이던 사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 따라 긴 강둑에 서서 돌아보면 찌르레기 울음소리 공명으로 돌아 올 뿐, 밭일 나간 조씨 영감 며칠째 돌아오지 않더니 달맞이 고갯길 넘어 갔다 한다 또 한 꽃잎이 모가지 꺾고 돌아오지 않을 고갯길 따라 늙어가리라
굳게 닫힌 대문 열릴 기미 보이지 않고 실신한 듯 쓰러진 마당가의 바지랑대 기어오르던 나팔꽃 붉은 입술 폈다 오므렸다 시간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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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삼 경
검은 휘장 뚫고 누군가 말 걸어오는 소리 들린다 슬레이트 지붕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 있고 하늘의 별들마저 실눈 뜬 채 졸고 있는 시간 살아있는 귀뚜라미의 곡조는 끊을 수 없는 애증이다 너는 왜 잠들지 않고 내 소리를 듣고 있니? ‘음, 그냥’ 너는 왜 목 놓아 울고 있느냐고 내게 묻지 않니? ‘음, 그냥’ 골목길도 사라지고 없는 모퉁이 눈 깊어진 가등 하나 움찔하며 낮은 지붕 일으켜 세운다 내가 왜 잠들지 않고 네 목소리에 귀 열고 있는지 아니? ‘글쎄’ 내가 왜 네 울음소리 듣고 슬퍼지는지 아니? ‘글쎄’ 우리는 풀리지 않는 생의 길 가고 있는 이 땅의 나그네일까
미용실 가는 까닭은
김 삼 경
마음 맡길 때 없으면 찾아가는 곳이 있다 마음 속은 못 맡겨도 마음 밖의 머리카락 맡길 수 있으니 마음 속과는 아랑곳없이 마음 밖에서 이리저리 야유하며 춤추는 머리카락 다스릴 수 있는곳 가위 들고 거침없이 달려드는 젊은 아가씨의 몸짓 내 마음 온통 맡겨둔 채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자유로운 영혼 바라본다 출렁출렁 물결치는 긴 머리카락 바다에 가 닿고 싶은지 젊은 아가씨가 웨이브를 만들고 있었다 속 다 비운 개운한 거울이 일어서더니 바다로 걸어 가고 있었다
<약력>
▲1963년 군위 출생. ▲백산여성문예상 수상. ▲진달래산천시회 시 대상 수상. ▲비슬산참꽃축제 시 대상 수상. ▲1999년 <환경과 조경> 시 당선. ▲2006년,『연변문학』으로 작품 활동. ▲사림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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