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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시인협회]<시향만리>(창간호)김삼경 시-달맞이꽃/외2편

아미산월 2008. 9. 14. 13:11

[연변시인협회]<시향만리>(창간호)김삼경 시-'달맞이꽃'외2편  

달맞이꽃

김 삼 경


보이던 사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 따라
긴 강둑에 서서
돌아보면 찌르레기 울음소리
공명으로 돌아 올 뿐,
밭일 나간 조씨 영감 며칠째 돌아오지 않더니
달맞이 고갯길 넘어 갔다 한다
또 한 꽃잎이 모가지 꺾고
돌아오지 않을 고갯길 따라 늙어가리라

굳게 닫힌 대문 열릴 기미 보이지 않고
실신한 듯 쓰러진 마당가의 바지랑대
기어오르던 나팔꽃 붉은 입술 폈다 오므렸다
시간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三更

김 삼 경

검은 휘장 뚫고 누군가 말 걸어오는 소리 들린다
슬레이트 지붕 낮은 포복으로 엎드려 있고
하늘의 별들마저 실눈 뜬 채 졸고 있는 시간
살아있는 귀뚜라미의 곡조는 끊을 수 없는 애증이다
너는 왜 잠들지 않고 내 소리를 듣고 있니?
‘음, 그냥’
너는 왜 목 놓아 울고 있느냐고 내게 묻지 않니?
‘음, 그냥’
골목길도 사라지고 없는 모퉁이 눈 깊어진 가등 하나
움찔하며 낮은 지붕 일으켜 세운다
내가 왜 잠들지 않고 네 목소리에 귀 열고 있는지 아니?
‘글쎄’
내가 왜 네 울음소리 듣고 슬퍼지는지 아니?
‘글쎄’
우리는 풀리지 않는 생의 길 가고 있는
이 땅의 나그네일까



미용실 가는 까닭은

김 삼 경


마음
맡길 때 없으면 찾아가는 곳이 있다
마음 속은 못 맡겨도 마음 밖의 머리카락
맡길 수 있으니
마음 속과는 아랑곳없이 마음 밖에서
이리저리 야유하며 춤추는 머리카락
다스릴 수 있는곳
가위 들고 거침없이 달려드는
젊은 아가씨의 몸짓 내 마음 온통 맡겨둔 채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는 자유로운 영혼 바라본다
출렁출렁 물결치는 긴 머리카락
바다에 가 닿고 싶은지
젊은 아가씨가 웨이브를 만들고 있었다
속 다 비운 개운한 거울이 일어서더니
바다로 걸어 가고 있었다


<약력>

▲1963년 군위 출생.
▲백산여성문예상 수상.
▲진달래산천시회 시 대상 수상.
▲비슬산참꽃축제 시 대상 수상.
▲1999년 <환경과 조경> 시 당선.
▲2006년,『연변문학』으로 작품 활동.
▲사림시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