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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연재)서지월 시인의 만주이야기<10>길림성 왕청 백초구 만천성 웅녀상

아미산월 2010. 5. 7. 10:50

ㅁ[영남일보](연재)서지월 시인의 만주이야기<10>길림성 왕청 백초구 만천성 웅녀상 ♪..♬

[영남일보]<연재>서지월시인의 '만주이야기'

 

[서지월 시인의 만주 이야기 .10] 길림성 왕청 백초구 만천성 웅녀상

 

오른손엔 '마늘' 왼손엔 '쑥'…
18m·520t 웅녀상 세상을 호령하듯
동굴 같은 터널에 곰 조각상도 곳곳에
산 전체가 단군신화 테마공원 다름없었다

백의신녀(웅녀)상이 있는 신녀봉 정상 . 산 전체가 마치 '단군신화 테마공원'이나 다름없다.
백의신녀(웅녀)상이 있는 신녀봉 정상 . 산 전체가 마치 '단군신화 테마공원'이나 다름없다.
신녀봉 올라가는 길목에 보이는 곰 조각상. 발 아래 마늘과 쑥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보인다.
신녀봉 올라가는 길목에 보이는 곰 조각상. 발 아래 마늘과 쑥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보인다.
선녀봉 정상의 백의신녀(웅녀)상. 오른손에는 마늘을, 왼손에는 쑥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선녀봉 정상의 백의신녀(웅녀)상. 오른손에는 마늘을, 왼손에는 쑥을 들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 만천성국가삼림공원 백의신녀 신녀봉 공원 

왕칭(汪淸)이라면 생소한 지명임엔 틀림없다. 중국 길림성 연길(延吉)에서 1시간 가량 윗쪽으로 가면 나타나는 산골인데 한국으로 말하면 대구에서 의성이나 성주 정도 된다고 할까. 왕청을 가기 위해 연변공산당위원회에 근무하는  심예란시인과 연변대학 조문학부 전서린 림아미양이 동행했는데 처음 가는 낯선 길이라 설레임이 앞섰다. 왕청은 심예란시인의 어릴적 고향으로 찌들 대로 찌든 빈곤했던 시골이었다는 것과 대구에 와 살고있는 조선족 박홍매씨도 고향이 왕청이라 했는데 왕청에는 아주 자연경관이 뛰어난 호수와 유람선이 있다고 해 하루 바람 쏘이러 갔던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단군왕모 웅녀상을 만났으니 말이다.

출발은 연길시내 어느 시외버스정류장이었는데 한국처럼 대형고속버스는 전혀 보이지 않고 24인승 버스로 가득했다. 이는 도문이나 용정으로 가는 시외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였는데 출발시간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손님이 다 차야 출발하며 아직도 여승무원이 딸려있어 그 여승무원이 소리질러 손님을 다 유치하면 출발하는 것이 어쩌면 정겨운 풍경이었다.

왕칭(汪淸) 백초구(百草溝) 부근에서 우측으로 접어드니 대형 입간판이 안내해 주었듯이 인면향 천성호(天星湖)의 서쪽 풍광이 한눈에 펼쳐졌다. 동서 길이 10.5㎞, 남북 길이 5.4㎞의 탁 트인 호수로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섬처럼 생긴 용구도(龍龜島)라는 이름의 산줄기가 뻗쳐있었다. 만천성(滿天星) 선녀봉(仙女峰)이 있는 곳으로 산정상 부근에 세워놓은 커다란 석상은 멀리 호수 바깥에서도 금방 눈에 띄었는데 단군의 어머니 웅녀상(熊女像), 즉 단군신화에 나오는 시조모상이었다.

'천성호락원' 이라고 이름 붙인 곳에 도착했는데 식당과 숙소 그리고 부두가 있었다. '천성호락원' 에서 운영하는 배를 타고 20분 정도 호수의 물길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이 섬처럼 생긴 용구도(龍龜島) 선착장이었다. 이름하여 연변조선족자차주 왕청현 만천성국가삼림공원(滿天星國家森林公園) 의 백의신녀(白衣神女) 선녀봉공원이었다. 부두가에 내리자마자 올려다 보니 선녀봉(神女峰)으로 오르는 입구가 나타났다. 꼭 어디 신전에 온 것처럼 화려한 조각상이 눈에 띄었다.

나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잘 찾을 수 없는 내가 좋아하는 풍경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돌계단을 밟아 오르니 신전을 들어가는 입구처럼 양쪽 두개의 흰 기둥에는 기둥 하나마다 물동이를 이고 있는 두 명의 조선여인상이 입체적으로 앞뒤로 조각되어 있었으며 발밑에는 연꽃이 아니라 흰 마늘이 에워싸며 받치고 있었다. 두 게의 기둥 위로는 난간을 만들어 한복판에는 백의신녀상(白衣神女像)을 세우고 백의신녀상 양옆에는 호랑이와 곰이 앞을 보며 엎드려 있는 형상이었다.  

◇ 산전체가 단군신화 테마공원

산줄기 전체가 <단군신화 공원>이나 다름없었다. 등산길 곳곳에도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모형이 세워져 있었으며, 동굴을 연상케 하는 터널도 만들어져 있었다. 단군신화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용과 거북이 조각상도 눈에 띄었다. 그 아래 새긴 팔괘(八卦)와 붉은 지붕이  이중으로 씌워진 정자 두 채가 중국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은 자명하다. 중국 당국이 석상을 세운 것은 지난 2001년 9월로, 2002년 2월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한다.
 ◆선녀봉으로 올라가는 입구의 호랑이,웅녀,곰 조선족여인상의 조각상 앞에서, 연변조선족 심예란시인과 연변대학 전서린 림아미양 그리고 한국 서지월시인


  연변조선족자치주 왕청현에 속하는 만천성국가삼림공원(滿天星國家森林公園)은 가야하(河)의 물길을 끼고 있는 국가급 유원지로 여러 풍경구들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곳은 만천성 선녀봉(仙女峰) 풍경구역으로 산꼭대기 근처에 세워놓은 대형 백의신녀상(白衣神女像)은 멀리 호수 바깥에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백의신녀(白衣神女)라는 이름이 붙여진 흰색의 대형 석상이 가파른 계단 바로 위로 우뚝 솟아 있었는데 왼손에는 쑥, 오른 손에 마늘을 들고 있었다.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해수관음상보다도 2m 더 높다. 중국 현지자료에는 백의신녀(白衣神女)로 소개되어 있는 이 웅녀상은 높이가 무려 18미터이고 무게는 520톤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웅녀조각상은 2001년 9월 18일에 완공되어 용구도의 북쪽 선녀봉 꼭대기에 우뚝 서 있어 주변의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장관을 이룬다.
 ◆선녀봉 정상 백의신녀상 앞에서, 연변조선족 심예란시인과 연변대학 림아미 전서린양 그리고 한국 서지월시인


우리의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단군의 어머니 웅녀(熊女)가 아닌가 말이다. 안내판에는 '백의신녀는 조선민족 고대신화에 나오는 시조모'로 곰이 사람으로 변해 환웅과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해 놓았는데 '이들의 자손이 고대 조선민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중국 조선민족 부녀의 근로, 용감, 선량, 미려를 표현하고 있다'고 써 놓았는데 안내판 어디에도 ‘웅녀’나 ‘단군’이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나아가서는, ‘백의신녀는 조선민족 고대 신화적 시조모이다. 고대 한 동굴에 곰족과 호랑이족이 살고 있었는데 천신에게 인간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이때 천제의 아들 환웅이 쑥 한 다발과 20쪽의 마늘을 주면서 설명하기를 1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이것을 먹으면 인간이 될 것이다.’하였다. 호랑이는 백일동안 참지 못하고 동굴 밖으로 나가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곰은 21일 동안 참고 이를 지켜 마침내 일개 미녀로 변신했다. 이 미녀가 백의신녀로 환웅과 혼인하였다. 이렇게 하여 고대 조선민족이 번성하게 되었다. -백의신녀 준공일 2001, 9, 18일. 높이 18m. 무게 500톤. 위치 용구도 북단 산봉. 조선민족 부녀의 근로, 용감, 선량, 미려. 만천성여유개발공사’라고 기록되어 있다. 

 ◆선녀봉 올라가는 길목에 보이는 호랑이상

이 웅녀상 앞, 청동기로 만든 방정(方鼎, 네모난 솥)은 기자조선과 관련이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이 지역까지 고조선의 영역이었음을 인정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풍경구관계자는 '조선족 자치주이기 때문에 관광객 유치목적으로 조선민족의 시조모 석상을 세운 것이고, 용구도의 가 좋아 여기 만든 것'이라 했다. 중국 당국이 석상을 세운 것은 지난 2001년 9월로, 2002년 2월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 한민족의 시조모로서가 아니라 조선족의 시조모로 자리매김

한국에서는 단군상을 세워도 목을 잘라버리는가 하면 어디에도 웅녀상은 존재하지 않는데 지금 중국에서는 웅녀를 한민족의 시조모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의 시조모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주땅에는 만천성국가삼림공원(滿天星國家森林公園) 내에 단군신화를 테마로 한 대형공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거대한 웅녀상이 세워짐으로써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의 시조모’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만천성 천성호 유람선에서, 연변조선족 심예란시인과 연변대학 전서린 림아미양 그리고 한국 서지월시인.

우스운 것은 단군에 유물이나 유적이 발굴된 곳이 전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이나 조선족을 위한 관광지로  산전체를 '단군신화 테마공원'으로 개발해 놓은 것이다. 본래 이곳은 고조선 영역이며 중국인 자신들의 돈으로 조성한 관광지일 뿐이지만, 쓴맛은 지울 길 없다. ‘만천성’(滿天星)이는 이름은 ‘이곳에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만개의 별을 볼 수 있다’고 풀이하기도 하는데 이곳 호수이름인 ‘천성호’(天星湖)에서 따온 듯 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