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학](2010.여름호)서지월,정이랑,정경진시인 신작시선
[불교문학](2010.여름호)서지월 시-'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 외1편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
서 지 월
머리 위에는 눈부신 화관을 쓰고 얇은 비단의 天衣를 걸친 갸르스름한 얼굴에 주렁주렁 향기로운 포도알 같은 목걸이를 두른 채 오른 손으로 연꽃봉오리 고이 받쳐든 오, 그대는 정녕 어디에서 온 佳人이오니까
佛國土가 어디인지 몇 마장쯤 가야 닿을 수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수천 년 그 빛 그대로 그 자태 그대로 스미는 눈부신 광채여,
나를 낳아 길러주신 내 어머니 소식이라도 들려주시려는지 이 땅에 다시 오신 님이시여,
나 오늘은 밥 다 먹은 빈 숟갈을 오른 손에 든 채 놓지 못하네요 빈 밥그릇에 고이는 고요를 마주하고 있을 뿐이라오
뻐꾸기는 靑山을 불러 앉혀 念佛 외는데 연꽃봉오리 고이 받쳐든 그대는 어디에서 온 佳人이오니까 나무관세음.....
**금동보살입상(국보 제183호)는 경상북도 선산군 고아면에서 공사를 하던 중 금동여래입상(국보 제182호)와 금동보살입상(국보 제184호)과 함께 출토되었다. 이 지역에서 삼국시대의 기와조각과 토기조각들이 많이 출토되어 원래 절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1976년 4월 23일 국보 제183호로 지정되었다.
남지장사(南地藏寺) 가는 길
서 지 월
마른 풀들이 길을 여는 해어스름 서늘한 등줄기 잡아당기는 개울물소리 거슬러 나는 한 마리 물고기 물고기처럼 남지장사 오른다 벗겨진 비늘만큼 차가운 罪 몸에 바르고 숨가쁜 산허리 지나 운판처럼 걸려 있는 구름을 보며 또 한번 나는 운판을 밀어올리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새가 되어 떨어져나간 깃털 불러모을 순 없으나 산국화(山菊花) 찔레가시열매 널려 있는 덤불 지나 남지장사(南地藏寺) 가는 길,
먼 산정(山頂)의 비낀 햇살 너머 구름은 흩어졌다 모이고 발부리에 채이는 돌멩이 마른 풀잎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잎잎들 이 모두가 살아 있음의 번뇌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남지장사 마당을 쓸고 있는 저 여승은 보리수나무 그늘에서 온 동정녀(童貞女)인가?
**대구 가창면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최정산 아래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684년 신라 신문왕 4년에 양개스님이 창건하였다. 한때는 8개 암자를 거느렸고 수도하는 승려만도 3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1592년 조선시대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 유정(惟政)스님이 남지장사를 승병의 훈련장으로 이용했으마 왜군에게 점령되어 불에 탔다. 팔공산 동화사 부근의 북지장사(北地藏寺)와 대칭되는 곳에 있는 절이라고 해서 절 이름을 남지장사로 바꿨다고 한다. 그 전의 절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서지월시인 약력>
• 1955년, 고주몽 연개소문과 같은 생일인 음력 5월 5일 단오날 대구 달성 출생. • 1985년『심상』신인상에 시 <겨울 信號燈>외 3편 당선. • 1986년『아동문예』신인문학상 동시 <바람에 귀대이면> 외 4편 당선. • 1986년『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시 <朝鮮의 눈발> 당선. • 1993년, 제3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 2002년, 중국「장백산문학상」(세계문학상) 수상. • 2006년, 한국전원생활운동본부 주관, 詩碑「신 귀거래사」가 영천 보현산자연수련원에 세워짐. • 백담사 만해마을 <세계평화의 시벽>에 육필詩「강물에서」가 동판으로 새겨짐. • 2007년, 달성군 주관, 국제펜클럽 한국문인협회 MBC KBS 등 후원으로 詩碑「비슬산 참꽃」이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세워짐. • 시집,『江물과 빨랫줄』,『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백도라지꽃의 노래』,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白桔梗花之歌>, 료녕민족출판사) 등 있음. • 한중교류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위원. 대구시인학교, 한중문예창작대학 지도시인.
¤ 주소 : (우)711-862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 78,「시산방」내, 徐芝月 시인 ¤ 전화 : (053) 767-5526, 휴대폰 011-505-0095 ¤ 이메일: poemmoon55@hanmail.net ¤은행계좌 ☞국민은행 : 586301-04--018322 서지월(서석행) |
[불교문학](2010.여름호)정이랑 시-'흥천사 패랭이꽃' 외1편
흥천사 패랭이꽃
정 이 랑
“나 여기 있어요!” 부처님 앞 합장하는 달빛 아래 바짓가랑이 잡는 패랭이꽃아 너 또한 거기 있었더냐 너는 어느 곳, 어디에서 살다가 문경새재 넘어 여기까지 걸어온 것이더냐 사람을 사랑하여 나를 사랑하여 버릴 수 없었던 한 벌의 옷 촛불 하나 밝혀 들고 강강술래, 강강술래 남은 날들 물음표 따라 발걸음 옮겨보고 어둠의 언저리 석등으로 서서 ‘나는 누구인가’ 되물어 보기도 하지만 덩그렁덩그렁 바람결에 목청 가다듬는 풍경소리 이 길의 처음과 끝을 알 수가 없구나 패랭이꽃아, 붉은 피 흐르는 패랭이꽃아 너, 여기 있어 애끓는 나의 심장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나옹선사 선시 한 소절 ‘물같이 바람같이’ 고개 숙여 참선에 든 패랭이꽃아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어디로 가는가
정 이 랑
개미들이 가방 대신 햇볕을 메고 어느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가는 걸까 그저 선선한 바람의 손길 슬슬 산보나 즐길 요량인가 불필요한 잡초, 그의 그늘은 휘어진 허리 펴보는 휴식처 일렬종대 따라오던 식솔들마저 걸음을 멈추는 8월, 팔 벌린 느티나무 아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채 하나씩 펼쳐 들고 불어오지 않는 바람 일구어 내려하고 있다 개미허리를 하고 해지는 산등성이 지켜보는 일 그것이 하루의 전부인 할아버지 할머니들 맴 매앰 맴, 자꾸만 나를 불러대는 듯한 그늘 속에서 끝내 우리 모두는 어디로 가는가

<정이랑시인 약력>
▲1969년 경북 의성 출생. ▲1996년, 고은 오세영시인 심사에 <불교의 해> 기념「불교문학상」시 당선, ▲1997년, 신경림 정진규시인의 심사로「한국여성문학상」시 당선, ▲1997년, 유안진 송수권시인의 심사로 「꽃씨를 뿌리며」외 4편이『 문학사상』신인상 시 당선, ▲1998년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금」500만원 수혜시인으로 선정됨. ▲2005년 첫시집,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시안 '황금알')』발간. ▲한국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시인.「해란강여울소리」편집위원. ▲2010년 현재, 대구시인학교 <사림시>및 <시원> 동인으로 활동.
*주소: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 서문시장 2지구 지하 2층 674호 헬로우천 *전화번호: 053)256-2258 휴대폰: 010-7229-2258 *e메일주소: irang6912@hanmail.net |
[불교문학](2010.여름호)정경진 시-'다비(茶毘)' 외1편
다비(茶毘)
정 경 진
등 따시고 배부른 팔베게하고
담너머 누군가 울컥이며
부르는 소리 아랑곳없이
볕 좋은 날 꺾어진 국화꽃
한아름 보듬고 누워가리
하늘로 길길이 떠오르는 건지
땅으로 폭삭 꺼져버리는 건지
두 다리 걷어부치고 살 찌운
이슬 한 사발 마시고
푸석푸석 잿빛더미에 잠긴
여민 옷매무새
나무지장보살마하살 나무지장보살마하살
박수소리와 함께 떠나가리
불타는 낙산사
정 경 진
매화꽃 피워올린 언 손
얼굴에 가리고 호 호 불면
목련은 환한 등 매단다
넌출거리는 노오란 개나리
소풍나와 앉아
긴 겨울 이야기 할 때
불사조 하나 일어선다
온 산 휘젓고 아름드리 나무들도
붉은 날개 달고 훨훨 날아다닌다
낙산사까지 내려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고
더 크게 고래 고래 날뛰는 소리
불사조가 해 냈다
<정경진시인 약력>
▲1954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2001년 계간 <시현실> 봄호 등단.
▲2003년 제4회 「적벽강 시문학상」 수상.
▲2005년, 중앙일보 주관 제1회「미당문학제」시부문 대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현재, 대구시인학교 <사림시> 회장.
주소:대구광역시 수성구 상동 56의 1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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