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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삼기념관 개관기념]<축시>서지월 시-'하늘과 강물과 나뭇잎과 바다에 내리는 햇빛'

아미산월 2008. 11. 21. 02:43

  [박재삼기념관 개관기념]<축시>서지월 시-'하늘과 강물과 나뭇잎과 바다에 내리는 햇빛'  

 

하늘과 강물과 나뭇잎과 바다에 내리는 햇빛

 

 

 

◆ 생전의 박재삼시인과 서지월시인.

 

서 지 월

 

하늘은 햇빛을 내리시어 만물을 살찌우게 하느니
말하자면, 흘러가는 강물의 반짝이는 물무늬나
술렁이는 나뭇잎의 싱싱한 물결
천파만파 은빛 비늘로 살아 움직이는 파도물살
이 모두를 찬란한 꽃밭으로 가꾸시고
이승의 제일로 환한 빛깔로 노래하셨으니
스승께서는 지금도 우리 머리 위에서
천년을 쉬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과 벗하여
빙긋이 웃고 계시리

 

가난한 골목에 피어난 꽃들의 붉은 울음
가을 강의 붉은 목젖같은 올음들까지를
다 이승의 제일로 아름다운 빛깔로 노래하셨으니
햇빛이 나뭇잎을 데불고
바람이 청솔가지를 데불고
강물이 물결을 데불고
바다가 파도물살을 데불고 놀듯
스승께서는 유심히 바라보고 계시리

 

가진 것은 없었으나 스승께서는
은혜로운 하늘과 바람과 강물과 나뭇잎을
가장 윤이 나는 보배로 빚어놓으셨으니
새소리의 무늬마저 어른거리는
한 사발의 냉수에 담으셨으며
한 많은 춘향이 옷고름 끝에 번지는
아롱진 눈물 속에서도
이승의 무료한 슬픔과 화안한 기쁨 아우르며
왼갖 빛깔의 수를 수틀 속에 심으셨나니

 

아아, 스승께서는
이승에서 제일로 서러운 빛깔과
제일로 아름다운 빛깔을 보여주셨나니
보여주셨나니

 

(2008년 11월 20일 밤, 01시 3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