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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문학기행 이태준문학제]임유화 낭송시-'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아미산월 2008. 10. 25. 00:30

[철원문학기행 이태준문학제]임유화 낭송시-'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시/서지월

낭송/임유화

 

<낭송시-1>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서 지 월

 

하이네도 좋고 릴케도 좋고
바이런도 좋고 구르몽도 좋지만
우리의 산에는 우리와 같은 밥을 먹고
우리와 같이 눈물 흘리며 핍박 받아오던 시대의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붉은 목젖의 피여 헝클어진 진달래꽃 다발 안고
북녘 어느 소년은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고 있는가

흰옷 입고 자라고 흰 창호지빛 문틈으로 세상 엿보고
동여맨 흰수건 튼튼한 쇠가죽북 울리며
예까지 흘러왔건만
소월의 산새는 지금 어디쯤 날아간 묘지우에서
점점이 멀어져간 돌다리와 짚신과 물레방아와
자주댕기 얼레빗...
이 땅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
섬돌밑에 잠드는가

그리운 백도라지 뿌리 깊이 내리여
천길 땅속 흐르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가


 

<낭송시-2> 이 땅에 봄이 오면

 

서 지 월

 

너는 알겠는가
이 땅에 봄이 오면
하늘이 맑게 트여 꼭꼭 창문 닫고
굴뚝 연기만 피우며
검은 시간의 톱밥 흩뿌리던 사람들
풀린 강으로 나와
물끄러미 제 그림자 비춰보다가
먼 山 우러르는 것을
우리가 흙묻은 신발을 털고
미류나무 꼭대기에 올라 천지를 바라볼 때
애끓는 아침 해와 이슬 터는 바람의 몸짓
새론 철길 놓아야지
언손 녹이듯 서로의 안부를 물어야지
참 많이도 애태우고
참 많이도 서로 모르게 눈발 흩날렸다고
지난날의 눈발이야 수레바퀴 밑에 깔린 진흙창이라고
온 山과 들, 나무, 꽃, 새, 흰수건, 적삼, 댕기까지 풀어
쓰리고 아린 아리랑은 이제 그만
빙빙 돌아가며 흥겨운 백도라지 노래부르며
다신 결별하지 말자고
산천에 맹세하고 촛불 밝혀 나란히 앉아
천신께 기도하고
밉고 고운 정 뭉뚱거려
얼씨구나 좋다 절씨구나 좋아
이 땅에 봄이오면
본시 우리는 운명이 사나워
참 좋은 밥 반찬도 함께 먹지 못하고
싱싱한 푸성귀 나눠 먹지 못하고
늘 돌아앉아 울던 것을
봄이 오면
배도 오겠지
길은 뚫리겠지, 내 사랑도 함께
첫차를 타고 금침처럼 오겠지
연분홍 수줍은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다리 아래 새들이 푸들푸들 몸 부빈다고 일러라
山에 나무하러 간 아이
江에 고기잡이 간 아이
다들 불러 네 兄이라고 네 아우라고
철모르는 어린것들에게 정의(情義)를 가르치고
이제는 따로 놀지 말고 같이 다니고
함께 지내라고
어른답게 어른다웁게 일러줘야지
분명 우리가 한 젯상(祭床)을 받들고
곡괭이 삽 들고 나와 사태난 골
새 길 닦고
어느 산능선 위에 올라서선
도시락 서로 나눠먹고
이 봄한철 좋이 보내며
무사한 시간 진달래꽃 그늘에
한숨 낮잠들 일이러니

 

 

 

 

 <임유화 약력>

 

시낭송가.수필가.

한국낭송문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북방조선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