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팡세/⊙서지월시인 팡세

[팡세]시인의 대접에 대한 짧은 단상

아미산월 2008. 10. 27. 03:28

[팡세]시인의 대접에 대한 짧은 단상

 

 

아 미 산 월


밤에 잠도 안 오고 날씨도 추워지고 담배도 떨어지고 해서
차를 몰고 나가 찐빵도 사고 담배도 사고 비스켓도 사고 해서 돌아왔다.
찐방은 한 봉지에 2000원, 담배는 한 값에 2500원이었는데
대구시내에서 가창으로 들어오는 초입인 용계동 찐빵가게가
언젠가부터 명소가 되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것이다.


나는 내 초등학교 친구가 경영하는 호찐빵 가게에서 찐빵을 샀는데
마침 내 초등학교 친구도 밤낮이 거꾸로 되어
밤엔 잠이 오지 않는다고 가게에 나와 있었다.
물론 돈은 점원이 받는 것이지만 찐방 5개에 2000원을 주고 샀다.
물론 담배도 그 가게에서 팔기에 10000원을 주고 4갑을 샀으며
나는 친구와 얼마동안 서로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엊그제의 일이다. 역시 내 초등학교 친구가 내 시쓰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가 시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늘 말해 온 친구가 있어
선물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시 한 편을 화선지에 직접 육필로 써서
건네주었는데, 마침 잠자고 있는 사이 고맙다는 뜻으로
녹차세트 등 선물을 한 꾸러미에 갔다 놓고 갔다.


1주일 전, 초등학교 내 여자친구가 몇 십년만에 전화가 와서
오래 통화를 했는데, 유명시인이 돼서 좋겠다 하면서
ㅡ아버지가 유명한 시인이니 애들이 좋아하겠다!
ㅡ아버지가 머리 좋으니 애들도 공부 물론 잘 하겠다!
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둘 다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여름 옷 고칠게 있어서 오랜 세월 단골인 봉덕시장 수선집을 찾았다.
수선집 남자와 그의 부인 부부지간 봉덕시장에서 수십년째 옷 수선해
먹고 사는 서민 중 서민인데,  며칠 후 수선한 옷 찾으러 가
수선한 내 옷을 찾았는데 돈 안 받겠다며 그냥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내가 시를 쓰고 사는 시인인 줄은 옛부터 잘 알고 있는 터이다.
과거에도 자주 옷 수선할 게 있어 가면 꼭 신문과 TV에 나오는 것 봤다며
기뻐하는 거였다.


아마 옷 수선비가 2000원에서 30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안다.
어쨌든 안 받겠다 하니 그냥 돌아왔는데
나는 자랑같지만 그럴수록 더 기억을 했다가 꼭 갚는 성격이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표현은 잘 못하지만 마음 속에서
늘 잊지 않고 지내는데 나는 이런 걸 인간의 도리라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며칠 전에 또 이런 일이 있었다.

법왕사 사찰에서 사무 보는 보살님이 전화가 왔는데 그동안

법왕사보에 <시와 함께> 해설을 맡아 써 주시더라 수고했다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돈을 준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연재를 40회 가까이 했으며,

매월 한번씩 3년 반 가까이 집필했는데 처음에 주지스님께서

내 집사람에게 글 좀 써 달라고 청탁이 와서 쓰게 되었는데

그때 스님이 부탁하며 한 회에 10만원씩 주겠다고 했었던 것이다.

 

그 이후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산사음악회>에 시낭송 초청 받고도

몇년을 가서 시낭송도 해 주었는데 모두가 공짜여서 그 후론 다시 출연하지 않았다.

정지용 시 <향수>에 곡을 붙여 노래한 한국의 유명한 가수 이동원씨 하고도

같이 법왕사 <산사음악회> 무대에서 시낭송하기도 했지만.

시인에 대한 인식이나 대접이 나중 내가 노벨문학상을 받고나면 달라지려나?

 

(2008년 10월 22일 03시 15분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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