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혜봉스님-'벼락맞은 대추나무'
벼락맞은 대추나무
혜봉스님(시인.경북 군위 부처골 지장선원 주지)
이른 새벽, 함박눈이 소리 없이 토굴 앞에 내리고 있었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맨 손바닥으로 토굴 벽을 내리치며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하고 고성 염불로 몸을 녹인다. 범굴에서도 약사여래불 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1987년경에는 이처럼 토굴에서 소원을 이루려고 추위를 이겨가며 밤샘기도를 하는 이가 많았다.
깜빡 잠이 들어 꿈속인지 생시인지 팔공산 도인이라는 노인이 나타나 지리산 옥환마을 600년 된 벽조목을 점지해 줄 것이니 좋은 일에 불사하라고 하고 사라졌다. 멍한 기분에 한번 더 생각해 보았다. 너무도 기억이 뚜렷했다. 팔공산 도인굴에서 100일 기도를 작정한지 99일째 되는 날 이른 새벽이었다. 백일기도를 마치고 갓바위 약사암 절에서 지게를 지고 나무도 하고 장짐도 져올리고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면 운력기도다 생각하며 하심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어느 날 거창에 공사를 하는 지인이 나를 초대했다. 공사 중 사고가 났는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스님이 좀 내려와서 합의를 좀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내려가서 합의를 봐주고 여기까지 온 김에 지리산 옥환 마을을 한번 찾아 가보기로 했다. 함양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택시기사에게 지리산 자락에 옥환마을이 있냐고 물었다. 기사는 옥환마을이 있다고 했다. 옥환마을까지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5,000원 정도란다. 택시를 타고 옥환마을에 내렸다. 옥환 마을의 이장님을 찾아가서 “이장님, 혹시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있습니까?”하고 물으니 옛날에 화전민들이 살던 산 속에 마을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오래된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다고 했다. 그런데 벼락을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장님께 산 속에 화전민이 살던 곳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산으로 올랐다. 1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니 화전민들이 살던 흔적이 보였다. 한참을 찾으니 아름드리 대추나무가 주인을 기다린 듯 고사목이 되어 버티고 있었다. 꿈이 현실이구나, 한 가지 소원성취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정말이구나,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절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눈물은 분명 환희의 눈물이요, 기쁨의 눈물이 샘솟아 오르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며 1시간 정도 절을 하며 울며 웃으며 나무를 끌어안으며 환희에 벅차올랐다. 어느덧 해가 노을을 붉게 물들이며 지고 있었다.
‘아~ 산에서 내려가야지’ 하며 다시 한번 부처님께 감사기도를 올리고 하산을 재촉하여 이장님댁에 찾아갔다. 이장님께 하룻밤 자고 갈 수 없느냐고 정중히 물었다. 이장님은 “어디서 온 스님입니까?”하고 물어서 갓바위 약사암에서 온 스님이라 하니 ‘아~ 밥 먹는 절’이라고 하면서 무척 기쁘게 반기면서 아래채 방을 청소해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장님은 친절하게도 저녁 공양까지 마련해 대접하면서 스님 부탁이 하나 있는데, 혹시 묘자리를 볼 줄 아느냐고 물었다. 잘은 못 보지만 조금은 안다고 하니 이장님은 내일 이장이 보아둔 산소자리가 있는데 풍수마다 말이 틀리니 스님이 한번 봐 달라고 했다. 내일 아침에 일찍 봐주기로 하고 잠이 들었다.
또 밤에 꿈을 꾸었다. 지장기도 도량이었다. 지장기도 도량을 찾아 타전을 잡아 중생을 제도하라고 지장보살님이 꿈속에 나타나 말씀하셨다.
다음날, 이장님께 이장님의 산소자리와 선친들의 산소자리에 대해 설명해드리니 우리 동네 생긴 이래 최고 풍수라고 극찬에 극찬을 하시면서 어제 대추나무에 관해 물었던 일을 떠올리며 밤에는 그것이 궁금해서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어제 본 대로 사실대로 말씀을 해드리니 이장님의 숙모 소유의 땅위에서 자란 대추나무니 숙모더러 스님께 시주하라고 하겠다고, 염려놓으라고 하셨다.날짜를 정해 트럭을 대절하고 간단히 산제를 올리고 인부들이 대추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인부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정도로 대추나무가 크려면 600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속살이 검붉은 색을 띄며 경이롭게 보이는 예사롭지 않은 나무라는 것을 실감케하는 말이었다. 톱가루를 물에 띄어보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벼락맞은 것이 틀림없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원성취 이루도록 도와주신 모든 불보살님께 감사드리고 약사여래부처님께 소원성취를 이루게 하신 영험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고 기도를 열심히 했다.
한 젊은 청년이 경운기에 무리하게 대추나무를 싣기에 조금만 싣고 가라고 당부를 했으나 경운기 운전은 염려 말라며 큰소리를 친다. 염려스러워 기도를 계속하였다. 젊은 청년이 싣고 내려간 경운기 쪽에서 꽝꽝하는 소리가 나며 경운기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정신없이 뛰어가서 내려오니 경운기는 10리 낭떠러지에 떨어져 바퀴만 힘없이 돌고 있고 청년은 경운기가 떨어지려고 할 때 얼른 뛰어내렸다고 하면서 다친데 없이 멀쩡했다.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으니 스님시키신 대로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나에게 공손히 합장까지 하였다. 나는 그래도 내 책임이니 경운기는 수리해준다고 했고 젊은이는 절대로 그러시면 안된다고 극구 사양을 했다. 경운기는 인부를 동원해 끌어올리고 보니 경운기도 거울 2개만 깨지고 체대와 짐칸도 멀쩡하고 엔진작동도 이상이 없었다. 그때 또한번 부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장장 인부 5명이 달려들어 5시간동안 작업을 해서 대추나무를 무사히 5톤트럭에 싣고 대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익히 벼락맞은 대추나무의 효험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도장을 만들기도 하고 염주나 담주 등을 만들어 불사를 하여 지금의 지장기도 도량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부처골 지장선원을 부처님의 현몽으로 얻어진 벽조목의 효험과 입소문이 퍼져 불사를 이루는데 큰 힘이 되어 벼락맞은 대추나무의 효험을 세상에 알리고자한다.
아직도 벼락맞은 대추나무 뿌리를 지장선원에 모셔 많은 사람들이 기(氣)를 받아간다. 또 벼락맞은 대추나무로 약사여래불 소불을 조성하여 16나한전에 모셨다. 그래서 그런지 16나한전에 기도를 올리면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비의 벽조목(霹棗木)
무명(無明)을 밝혀
천지광명(天地光明) 깨워 울려라
눈 감으면 정령(精靈)의 벼락불 살아 숨쉬니
뇌전지령(雷電地靈)
만상합길(萬象合吉)
부귀영화(富貴營華)
정령변화(精靈變化)
벽조목(霹棗木)의 영험
신지기지(神知奇知)라
느티나무나 물푸레나무같은 종류의 오래된 고목들은 300년 이상이 지나면 정기(精氣)가 흐르기 때문에 벼락을 맞으면 재목으로 쓰지 못하고 폐목이 되는데 벼락맞은 대추나무만 벼락을 맞으면(精氣)와 천기(天氣)가 서로 어우러져 좋은 재목으로 거듭 태어난다. 이 때문에 신비의 벽조목이라고 이름까지 지어 부르게 되었다. 사람도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살아서는 대추나무 열매는 제사상에 올라 자손의 번창을 비는데 사용하고 또한 여러 가지 약재로 널리 쓰인다. 죽어서는 벽조목(霹棗木)이라는 이름을 얻어 예부터 벼락맞은 대추나무를 몸에 지니거나 도장으로 만들어 보관하면 모든 화를 쫓고 행운을 가져오며 한가지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만인아사 만물아사(萬人我師 萬物我師)를 한번쯤 생각해 보자.
<해설>
-아주 감동적인 한 편의 글이다.이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다.
미담이나 체험을 넘어서 부처님의 경지를 보여주는 세계로 물질문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들에게 큰 지침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우리의 민속에 대한 채취도 다분히 묻어 있어 친근
하게 우리 토속문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도 하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이란 스님이나 일반
대중이 다를바 없으나 수양하면서 남을 베푸면서 살아가면 영험도 따른다는 부처님의 가르
침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서지월시인/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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