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문예]이달의 동시 동시인/서지월의 '겨울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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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예]-'이달의 동시 동시인'
생각할 공간을 둔 시 -서지월의 '겨울나무'
하청호(동시인)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참으로 많이 알고 있다. 다만 그들은 적절한 말과 글로 그러한 생각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위에 인용한 말은 어느 교육학자의 말이다.
어린이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면 그들은 참으로 많이 알고, 상상력 또한 풍부하다는 것을 직감 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은 요즈음 발표되는 많은 동시를 읽을 때 어떤 생각을 가질까? 지극히 상투적인 비유나 발상, 그리고 시적 상상력의 결핍에서 오는 건조함과 일상성을.
어린이드른 분명히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비평적인 언어구사를 할 수 있는 능력부족으로 마음 속으로만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인은 현실적인 늪 속에 알게 모르게 빠져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상상력은 점점 메말라 가고 건조한 일상성만이 삶을 지탱하고 있다.
동시인은 시적 상상력을 부단히 추구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린이들이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3월에 발표된 수편의 도시를 접하면서 참신한 상상력과 생각하게 하는 시적 여운이 아쉬웠다.
우리는 왜 동시에서 모든 것을 다 말해버리는가? 독자인 어린이가 시 속으로 들어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가?
모든 것을 다 말해버리는 동시보다 시 속에 어느 빈 의미공간을 남겨둠으로써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시 속에 개입하여 나름대로 해석하고 맛볼 수 있는 여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서지월의 '겨울나무'(아동문학 3월호)를 대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나무는 울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호오호 손 시린 귀 시린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보았습니다.
온갖 꽃, 열매, 잎들을 다 떨구어 보낸
나무가
나무끼리 울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것이
순전히 설움에서 우는 것이 아닌
새로 꽃 피울
새봄 몸짓이라는 것
아무도 몰랐습니다.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녁 해그림자 따라
집으로 돌아갔지만
길가에 깔린 돌들은 돌들대로 싸느랗고
하늘의 입술도 파랗게 떨고 있었습니다.
-<겨울나무> 전문
우리는 자연의 제 현상을 시인이 어떻게 수용,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생태계의 일원으로서의 의미 이상은 없다. 그러나 그 자연이 시인의 의식 속에 새로운 놀람으로 투영될 때 자연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다.
겨울날 바람에 의해 잉잉거리는 나무를 보고 씨는 나무끼리의 울음으로 듣는다. 그 울음은 아이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나무의 울음이 설움에서 우는 것이 아니라 새봄의 몸짓인 줄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씨는 끝연에서 둘째 연의 얘기를 더 심화하여 맺지 않고 담담하게, 어쩌면 냉정하게 상황묘사로 끝맺고 있다.
아이들은 나무의 속마음을 모르는 체 집으로 돌아가고 싸늘한 돌과 파랗게 떨고 있는 하늘 입술을 통해 겨울나무의 울음을 더욱 절실하게 해 주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얼핏보면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끝연 처리를 통해서 생각할 여유를 끝연의 의미공간에서 비워두고 있다.
동시가 어린이들에게 너무 친절해서도 안된다. 시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우리는 시의 행간에 숨겨두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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