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영남일보][서지월시인 만주역사기행 . 1] 단동.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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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압록강은 흐른다
1999년 12월28일. 인천에서 오후 6시에 출항한 동방명주호(東方明珠號) 는 이튿날 오전 10시가 훨씬 넘어 단동(丹東)에 도착했다. 단동은 압록강 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신의주와 마주 보고 있는 중국측 항구도시. 대련 (大連), 심양(瀋陽), 북경(北京) 등지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다.
이곳 단동에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부서져 반만 남은 철교가 아직 그대로 다리 난간을 붙들고 서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아래로는 백두산에서 발원한 압록강이 서해와 만나기 위한 마지막 몸짓으로 도도하 게 흐르고 있었다. 철교 너머로 시선을 돌리니 강 위에 섬이 하나 떠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고려말 이성계가 말 머리를 돌린 바로 그 위화도였다.
*집안으로 가는 길에 만난 조선족
이튿날 오전 8시. 단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구려의 도읍지였던 집안(集 安)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집안까지 9시간이나 걸리는 이 여행 도 중 우연히 버스에서 우리말을 하는 조선족 노인을 만났다. 올해 66세라는 지병산씨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으로 참전,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왔 다고 했다. 원래 고향이 평북 벽동군 양평동인 그는 전쟁이 끝나자 중국으 로 건너가 현재 관전현 진장현에서 살고 있는데 조그만 촌락이라선지 조선 족이 그리 많이 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집안의 풍경
집안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환도산성 아래에 있는 '산성하 고분(山城下古墳)'이었다. 집안시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였다. 붉은 돌로 쌓아올린 적석총(積石塚) 수십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이 곳은 산악지대 입구에 있는 널따란 평지였다.
국내성(國內城)은 현재 집안시 중심가로 변해 버려 그 자취를 찾기가 쉽 지 않았다. 다만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 앞에 '국내성'이란 표지판이 서있어 당시에 쌓아올린 돌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명한 장군총(將軍塚)은 5회분고분에서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붉은 돌을 계단식으로 쌓아올린 전형적인 고구려 양식인 이 장군총은 높이 12.4m, 한 변의 길이가 31.5m에 사방넓이 1.4m나 되는 거대한 무덤이었다. 장군총에서 10m쯤 떨어져 있는 배총(背塚)과 비교가 될 만큼 웅장한 규모 를 자랑하는 이 무덤의 주인공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학 자에 따라서는 이 무덤의 주인공이 광개토대왕이라고도 하고, 그의 아들인 장수왕이라는 설(說)도 있다.
장군총과 인접해 서있는 광개토대왕비는 장수왕 2년에 세워진 거대한 공 적비. 중국에서는 호태왕비(好太王碑)라고도 부르는 이 비의 높이는 6.39 m에 원래 1천75자의 한자가 예서체로 새겨져 있었으나 현재 완전해독 가능 한 글자수는 185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마모된 것도 있지만 1930년대 일본이 중국 진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비에 새겨진 글자를 왜곡했다니 더욱 안타까운 생각이 들 었다. 그나마 비문을 통해 생전에 64성(城), 1천400개의 촌(村)을 정복, 동북아의 맹주로 군림한 광개토대왕의 위업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 이었다.
광개토대왕비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5회분 4호묘는 가운데 길을 사이에 두고 철문으로 굳게 닫힌 5호묘와 마주보고 있었다. 높이 8m, 무덤둘레 180m에 달하는 이 묘는 석실 내부에 고구려 벽화의 최 고 수준을 보여주는 화려한 그림이 장식되어 있다. 청룡, 백호, 주작, 현 무의 사신상(四神像)은 물론, 천장 중앙의 비천(飛天)하는 선녀상 등이 눈 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1천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빨강, 노랑, 파랑 등 고구려 벽화의 색채가 그대로 남아 있어 깜짝 놀라게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랜 세월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인지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 외에 석실 내 부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던 것. 중국측에서 방치해두는 바람에 거지들이 석실 내부에 들아와 겨울을 난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더 욱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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