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달의 조선족시단

[연변일보]제24회두만강여울소리시탐구회 수상작품

아미산월 2009. 10. 30. 00:44

ㅁ[연변일보]제24회두만강여울소리시탐구회 수상작품

 

제24회두만강여울소리시탐구회 수상작품
(2007-9-21 7:46:07)

◎ 짝퉁서비스 맛보세요

할빈 김창희

세종할배 수염끝에 대롱대던 언문을
이마빡에 조그맣게 달고 매롱대는 음식가게들
검둥이 새치처럼 희끗희끗 잠입한
하얼빈 징워이거리 모퉁이를 휘도록 가면
유치원어린이들 유치하다 버린
색동저고리 수식한 궈꽝(国光)사과들이
《어스 오시시오!》
파리머리 까댁인다
음식주문 요것밖에 안하냐는
비하의 쓴웃음을 밑반찬으로
도야지 비게 헤염치는 담북장에
콩기름에 함뿍 정든 고추양념에
후추내음 화장한 불고기 적시고
섭씨 25도 육수에 목욕하고  
로인 치아 걱정한듯 문문한 연길랭면 맛보다
꾼돈 갚지 않은듯 탕수육 얼굴 뚱한
지배인 복무원들 서비스에 배불리고
《만한전석》 게트림 껄껄대며
가게문 나설 때면
《아너이 가시시어》
반제품 그 말이 한참 재미나
조그맣던 우리 말 간판 꽈배기로 부풀러진다.


◎ 고 목

연길 박장길                             

흘러간 모든 세월을
온몸에 새겨 휘감고
더 깊이 늙어갈수록
더 자애로운 나무

고생고생하신 아버지가
저 고목속에 돌아와
꾸부정 허리 못펴시고
그냥 고달프시다

못다 털어버린 시름때문에
한처럼 거멓게 서서
뼈 하나만으로 하늘을 펴들고

물기가 모자라 갈수록
깊이 해빛을 머금어
손대지 않아도 따스하다

아버지가 그리워 우러르면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조상들이 계시는 나무에
더 많이 세월이 쌓일수록
더 멋있어지고

그 밑에 길이 찾아와
고독을 모르는 고목.


◎ 무루의 한 극(極)에서

화룡 김승종                             

ㄱ.


그때는,
    그때는,

이 마을 저 마을 아이들
     모두 다 미쳐버렸댔슈

핫, 시골길 허위허위 톺아지나가는
트럭 뒤꽁무니 굳이 따라가며

그 그을음내 맡고 또 맡으면서
그렇게나마 새하야니, 새하야니 코날개 벌름대던…   

                      ㄴ. 
                      ……

                      ㄷ.

요즈음, 
    요즈음,

이 마을 저 마을 아이들
    모두 다 정말로 미쳐버렸는가보우

시퍼렇게 피멍꽃 옮아가던 18현(弦)도,
시허옇게 소금꽃 돋아나던 사물(四物)도.
핫, 어절씨구 팽개치고 재너머 떠나버린…

                      ㄹ.

요즈음, 
    요즈음,


참, 24기와 72후도 모두 다 미친다. 생야단이우.
황사바람에 죽림동(竹林洞) 떡갈나무들도.
가슴 부여잡고 찬란히 신음하고있는…


                    ㅁ.

성스러웠던 해빛도 그 그을음내에 지쳐버리고
다정다감했던 해볕도 그 구겨진 령혼에 찌들어버린채

저기 저 《무릉도원》의 한 극에서 바둥대고있는 이때
—모두들 안녕하시우


◎ 가을밤 107

안도 김일량                           

저 하늘의 둥근달은
하얀 매돌이 되여
검은 구름을 갈고있다

암흑속에도
빛이 있을가?…

매돌이 돌고돌아가더니
어둡던 하늘에
하얀 은빛이 차넘친다

하늘에 많고 많은 별들은
달이 수억년 갈아내여
꼭꼭 하늘에 박아놓은
진주들이 이닐가.


◎ 그대는 지금 어떤 옷을 걸치셨습니까 (신인상)

천진 양화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옷을
걸치고 삽니다.
멋진 옷 촌티나는 옷 비싼 옷
람루한 옷
환한 옷 어두운 옷 두꺼운 옷
엷은 옷…

멋진 옷을 걸치고있지만
촌티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싼 옷을 걸치고있지만
람루해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환한 옷을 걸치고있지만
어둡기만 한 사람이 있습니다
두꺼운 옷을 걸치고있지만
차겁기만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옷은 촌티나도
멋지기만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옷은 람루해도
우러러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두운 옷을 걸쳐도
환히 빛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엷은 옷을 걸쳐도
따뜻하기만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대는
지금 어떤 옷을 걸치셨습니까
옷이 마음에 드십니까
기왕이면 멋진 옷을 걸치고 살아요
비싼 옷을 걸치고 살아요
기왕이면 환한 옷을 걸치고 살아요
두꺼운 옷을 걸치고 살아요


걸치고있는 옷만큼 멋지게 살아요
옷만큼  값있게 살아요
걸치고있는 옷만큼 환하게 살아요
걸친 옷만큼 따뜻하게 살아요
그대는 지금 어떤 옷을 걸치셨습니까
옷이 마음에 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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