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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신문]정일근-'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고은, 서지월

아미산월 2009. 6. 26. 05:58

  [경도신문]정일근-'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고은, 서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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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래가 되는

놀라운 서정의 깊이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정일근 지음
127쪽 / 7천원 / 문학과지성사

1984년 ‘실천문학’ 제5권에 신인 시를 발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일근은 첫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에서 고난 받는 이웃들을 향해 간곡한 애정의 눈길을 보내며 자신을 키워준 마산과 주변 세계에 대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들에 다가가고자 했다.
이후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1991)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1994) ‘처용의 도시’(1995) 등을 펴내면서 활발한 시작 활동을 했고 1984년 ‘실천문학’ 제5권에 신인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일근은 첫 시집 ‘바다가 보이는 교실’(1987)에서 고난 받는 이웃들을 향해 간곡한 애정의 눈길을 보내며 자신을 키워준 마산과 주변 세계에 대한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들에 다가가고자 했다.
이후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1991) ‘그리운 곳으로 돌아보라’(1994) ‘처용의 도시’(1995) 등을 펴내면서 활발한 시작 활동을 보여주었으며, 다섯 번째 시집 ‘경주 남산’(1998)에서는 서지월 시인이 “경주남산 연작시를 통해 시의 정수를 독파”했노라고 극찬했듯이 그야말로 서정시의 한 아름다운 풍광을 분명하게 드러내었다.
또한 여섯 번째 시집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2001)의 발문에서 고은 시인은 “이번 시는 또한 하염없는 사랑의 얼굴이 마음속 그물에 찬란하게 걸리기도 하며 어린 시절 숨겨지는 얼굴이 떠올라 오늘의 자신이 거기 다가가기도 한다.
개성적인 시 세계는 그 후로 펴낸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2003) ‘오른손잡이의 슬픔’(2005)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2006)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총 3부에 걸쳐 실린 61편의 시 한 편 한 편에 시인이 지금까지 펼쳐온 시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1부 ‘분홍 팬티’에서는 ‘바다’와 ‘고래’의 이미지가 두드러져 나타난다.
시인에 의해 호명된 그 망망대해 앞에서 ‘바다’라는 공간보다 그것이 가지는 깊이에 먼저 빠져들게 된다.
그 바다는 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형상화된 것으로, 그 아득한 밑바닥에서 시인의 언어는 한 마리 고래의 모습으로 유영한다.
고래는 시인이 생각하는 시, 그 자체의 모습이자 시적 자아가 궁극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랑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끝내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지만, 고래의 빙산의 일각만 보고서도 바다 속에 숨겨진 거대한 실체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제2부 ‘채송화’에는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시들로 자연을 노래한다.
시인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은詩앗·채송화’는 한 페이지의 짧은 시를 쓰는 모임이기도 하다.
시인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조차 곁에 남아 다 받아주는 것은 자연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시인에게 시도 자연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연을 향한 고마움, 시를 향한 사랑이 2부의 짧은 시편 속에 올올이 박혀 있다.
제3부의 제목인 ‘은현’ 는 현재 시인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의 이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3부에 실린 시편들은 시인의 실제적인 현주소이자 내면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유독 상처에 관한 시편들이 많은 까닭도 그 이유에서가 아닐까. 하지만 어떤 상처일지라도 시인의 깊은 서정의 바다 위에 띄워져 “아련한 말의 그물”로 건져 올리면 듣는 이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아름다운 노래로 탈바꿈된다.
그의 시집을 덮고도 한참 동안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고래, 孤來”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정보영기자
byjung@kyungdoilbo.com

2009-03-25 22:4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