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기행시]서지월 시-'「시향만리」출간식에서 한국 서지월시인을 만났다 고!'
「시향만리」출간식에서 한국 서지월시인을 만났다'고!

서 지 월
연변시협 시잡지인'<시향만리> 출간식에서 한국 서지월시인을 만났다'고 크게 제목 달아 대서특필한 처음 본 연길의 그 사내 길림신문 기자라는데 한국시인으로 만주땅에 여섯번째 간 나를 만나 얼마나 반가웠으면, 「시향만리 출간식에서 한국 서지월시인을 만났다」고 했겠느냐는 것인데, 참 고맙기도 한 일이지 우린 끊임없는 피의 순환처럼 살아온 한민족이 아닌가 배불리 먹지 못해도 옥수수가 벌판의 주인인 만주땅 일송정의 바람과 해란강의 물결이 그 사내를 키웠을 터 아아, 술 한 잔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지만 연길의 백산호텔 <시향만리> 출간식 끝나고 만찬장 가던 중 로비에서 만난, 조금은 얼굴이 거무스름한 눈동자가 유난히 초롱초롱한, 나하고 담배 한 개피씩 나누어 피우는 우의 다진 그 사내! 같은 남자로서 생각이 자꾸 나는데 어쩌지? 알고보니 <시향만리> 출간행사에서 놓치지 않고 축사하는 내 모습은 물론 한국에서 함께 가 초청 시낭송 하는 대구시인학교 윤미전시인 모습도 카메라에 담아 인테넷 길림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올려 '시향만리 출간식에서 서지월시인을 만났다'라고 했으니 그 사내에게는 특종기사였던 모양, 그러나 한국 어느 신문에도 문학적 열정 넘쳐흐르는 영남일보 이춘호기자마저도 말은 늘 서선생님만한 시인은 없다면서 20년 넘게 진땀나게 민족서정시만 써 온 나를 한번도 크게 제목 달아 대서특필한 경우 없고 현대시라는 미명 아래 전혀 한국 숨결 배어있지 않는 서구적 모더니즘 시만 가지고 떠들며 치켜올리는 세상 문학판이고 보면, 민족적 숨결 노래한 내 시비 <비슬산 참꽃>이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세워졌어도 단신으로 처리됐을 뿐, 서구지향 기법 발랄의 시만 가지고 자꾸자꾸 그게 한국 현대시의 온전한 모습인 양 대서특필해 도배해 버리니 그게 배 아파 솔직히 배 많이 아픈 거야, 이렇게 만주땅 가면 보는 것마다 먹는 것마다 움직이는 것마다 모두 내 시의 원천이며 내 시세계와 너무나 일치하고 보면 우리가 흰옷 입고 흰 사발과 김오르는 흰 밥의 민족인 것을 만주땅에서는 지켜져 오고 있는 것을, 그런데 한국 문단이나 언론은 왜 등한시할까 물어 볼 필요없이 우리 한국인들은 스스로 자신이기를 포기했다고 보는 것이다
(2007년 10월 19일 밤, 01시 28분)
ㅡ [대구시인협회](2007)<대구의 시>에 수록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