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영월 단종문화제>서지월 시-'영월 가는 길'
**2009 단종문화제 4월24일~26일 개최
영월 가는 길
서 지 월
소나기재 소나기 퍼붓고
조선왕조 5백년을 씬냉이꽃 보듯 굽이돌아
지나온 지 어언 필마(匹馬)의 세월......
모자 하나 눌러쓰고 영월 가는 길
길은 알까 몰라,
이 세상 어디서든 차고시린 자들의 넋들이
말없이 자리한 산천에
오늘은 비 내리는구나 비 내려 온갖
나무와 흙을 적시는구나
강물은 불어 목댕기 풀고 흘러가지만
어린 단종이 누운 산허리
산허리를 빙 둘러쓴 노송들 비에 젖고
단종이 놀던 관풍헌 앞마당에도
비가 내리는구나
부귀와 공명 그 모든 허영이 빗물에 씻기지만
단종은 빗속에 누워
젖지 않은 비로 사직을 말하고
오늘의 이 빗속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의 그리움을 아시기나 하는 듯
참으로 옛날 같고 어제 같은
그때의 소나기가*
퍼붓는 이 시간 속에서도
유구한 역사는 지금 저 북악(北岳)에서
망치질 하고 있을 것이네
*그때의 소나기:단종이 관풍헌에서 목매어 죽을 때 천둥벼락이 치고 소나기가 쏟아졌다고 함.
*북악(北岳):왕권의 수도 서울(한양)을 일컬음.
<시작 노트>
-이 시는 <단종애사>로 널리 알려진 조선 초기 단종 비극의 현장인 영월땅을 5백년이 지난 후 소나기 속을 뚫고 찾아가는 시인의 역사의식이 질펀하게 깔린 기행시라 할 수 있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월이 지난 후 돌아보면, 부귀영화나 권력이라는 것도 부질없음을 넌지시 제시해주고 있다. 단지, 지금 내리는 비는 단종의 비극적 죽음을 재현해 주는 대상으로 시인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옛날 같고 어제 같은 / 그때의 소나기가 / 퍼붓는 이 시간 속’이니 말이다. 그러나 시인이 ‘유구한 역사는 지금 저 북악(北岳)에서 / 망치질 하고 있을 것이’라 했으니 권력다툼은 5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멈추질 않으니 개탄할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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