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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앤포엠]<서지월시인 초대>정이랑 낭송시-'골무'

아미산월 2009. 2. 15. 23:59

[송앤포엠]<서지월시인 초대>정이랑 낭송시-'골무'

 

 

골무

 



시 : 서지월

낭송:정이랑

 
어머니께서 손바느질 하실 때
엄지손가락에 끼워서 쓰시던 골무
그 골무를 찾고 있네.
봉창문 밖에는 소쩍새가 울어
부엌아궁이의 북덕불도 죄다 사그라진 밤
바늘광주리 안에 담긴
골무와 실패 그리고 헝겊조각들
그것들이 나의 구멍난 양말을 기우고
돋보기안경 너머로는 붉게 익은 호롱불,
등잔 밑은 벼랑처럼 깜깜하여서……

지금도 그 골무를 찾고 있네.
네갈림길의 어느 모퉁이에서 묵객처럼
다시 만나뵈올지 몰라도
어머니께서 늘 쓰시던 골무
장독간 마당 채마밭 돌담밑
그 어디로 행방을 감추어버렸는지
혼자서 가는 먼 길
지금 나는 그 골무를 찾고 있네
소쩍새 울음소리도 뚝, 끊어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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