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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왕사보]<서지월시인과 함께 하는 시-25>남영전 시-'봇나무'

아미산월 2008. 8. 25.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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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왕사보](2007.9월호)<서지월시인과 함께 하는 시-25>남영전 시-'봇나무'

     

    봇나무

     

     

    남 영 전

     

    바람의 채찍질에 등이 구불고
    눈보라 물어뜯어 옷이 찢겼네

     

    근육은 불거져서 돌뼈가 되고
    살가죽 갈라 터져 창상이 되고

     

    하늘은 너에게 공정치 못하건만
    너는 하냥 쓰러질 줄 몰라라

     

    돌바위에 뿌리박은 부락들이네
    자랑차게 머리 쳐들 산민들이네

     

    봇나무여 봇나무
    굴함없고 불멸하는 족속들이여

     

    **중국 길림성 장춘 소재, 대형문예잡지「장백산」총편 겸 길림신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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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해설●●

     

     

    ◆길림성 장춘 길림신문사에서,한국 서지월시인과 조선족 남영전시인.(2007.8.4일)

     

    ㅡ우리들에게 만주땅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지울래야 지울 수 없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무한한 존재의 땅이 아닌가. 벌판답게 세찬 바람도 많이 불고 눈보라도 마구 퍼부어 왔을 땅! 중국 행정구역 명칭은 동북삼성이다. 즉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이 그것인데 일제시대에는 만주국이 들어서기도 했으며 연길 용정을 중심으로 해 북간도로 불리기도 했다.

     일제치하 한반도에서 무수한 우리 동족들이 이주해 가 터잡은 곳이기도 하다. 지금 그 후예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깃발 아래 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태극기 깃발도 아닌, 조선인민공화국 깃발도 아닌 때론 아리랑 깃발을 펄럭이며 살고 있는 우리동포들, 우리는 그들을 조선족이라 부른다.

     일제식민치하 전에는 중국 마지막 왕조 청나라가 건재했던 땅이며, 그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조영이 세운 발해가 거기 있었으며 그전에에는 주몽이 세운 대고구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백의민족 시원의 땅이 되는데 고조선이 차지했던 땅이다.이 얼마나 가슴 벅차며 한편으로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회한의 땅인가.

     이런 광대하고 유구한 만주땅을 우리가 지울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민족의 피가 서리고 그 핏방울이 이어져 온 땅이기 때문이리라. 풀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하면서 그 풀씨가 바람에 날려서 빗줄기에 젖어서 다시 흐트러져 피어나듯이 우리 민족은 거기를 떠나지 않고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다. 

     수천 년이 흐른 지금, 조선족 문단과 문화예술 및 언론을 대변하며  중국 한족문단에서도 토템사상으로 크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조선민족의 문학정신을 굳건히 발휘하며 활동하고 있는 남영전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문예잡지와 언론기관 사장직을 겸하면서도 문학, 즉 시(詩) 작품으로 만주땅 뿐만 아니라 중국문단에 드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동족으로서 자랑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시를 쓰는 이유도 자신의 갈고닦은 정서를 민족숨결로 승화시키는 일, 그게 역사와 민족에게 공헌하는 일이라면 틀린 말일까.

     바로, 봇나무는 중국 만주땅 전역에 산재해 있는 자작나무의 일종으로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풍경은 가이 수채화를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지 않고 만주땅 전역에서 눈비바람을 무릅쓰고 꼿꼿히 자신을 지탱해 온 끈질긴 민족성으로 노래하고 있다는게  의미깊게 읽힌다.

      조상 없는 후손이 어디 있으며 조국 없는 백성이 어디 있겠는가. 일제치하 나라와 민족을 위해 만주땅에 메아리쳤던 독립군의 함성이 바람 불면 그 봇나무의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로 들려오는 듯, 이제는 그 후예들이 그 터전을 지켜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보면 말이다.

      이렇듯 시인은 깨어있는 눈으로 '근육은 불거져서 돌뼈가 되고 /살가죽 갈라 터져 창상이 되'어도 '하냥 쓰러질 줄'모른다 했거니와  '돌바위에 뿌리박은 부락들이네 / 자랑차게 머리 쳐들 산민들이네'라고 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굴함없고 불멸하는 족속들이여'라며 민족성을 봇나무에 비유해 힘있게 표현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같은 산엣나무인 봇나무가 만주땅을 대변하는 우리 민족성을 지켜나가는 자존의 나무로 인식되는 것도 설움과 애환의 삶에 길들여져 있지 않고는 쉬이 노래 되어 읊조려지는 것이 아니니라.

      역시, 중국 만주땅 나아가서는 중국 전역 조선민족을 대표하는 남영전시인의 작품에서 우리는 잔잔한 흐름 같으면서 그 속에 아리랑민족의 기상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이 재삼 확인되는 것이다. (서지월시인/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