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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기행]서지월-이태백의 정신사(精神史)

아미산월 2010. 4. 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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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모 2009.11.14 15:24

이태백의 정신사(精神史)


 이태백의 경우 동이족이라는 설도 있으며 당시 이태백은 고구려사신을 새의 깃털을 쓴 사람이라는 표현을 한 것도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와 닿는 대목이다. 동이족이란 글자 그대로 동쪽의 활 잘 쏘는 민족이란 뜻 아닌가.


 ◇사천성 아미산 낙산대불.대도하와 민강이 만나는 지점의 세계 최대의 낙산대불. 그 옆 절벽에는 이태백의 시 '아미산월가'가 새겨져 있다.

 이태백이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정서 속에도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그가 시대를 비관하며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인간본연의 심중을 예술적 승화라는 공감의 극치에 올려놓은 공과라 말할 수 있는데 그게 두보다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술에 취하면 취하는 대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인간의 쓸쓸한 심사를 맘껏 퍼내며 노래한 시인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당대에 극한 되지 않고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특히 동양의 고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이태백의 시대적 비애와 낭만이 모든 동양인들에게 공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리라.


 예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면서 널리 알려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라는 노랫말도 그가 지상을 초월해 천상의 세계에까지 끌어올린 시세계가 일반인들에게도 공감을 획득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태백이 술에 취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 역시 그가 얼마나 삶을 초월한 세계에로 그의 시정신이 닿아있었던가를 뒷받침해 주는 한 예일 것이다.


 ◇달성군의 명산인 비슬산 기슭에 세워진 서지월 시비 '비슬산 참꽃' 속에 이태백이 등장한다.

 한국의 시인의 경우 특히 미당 서정주는 이백과 비슷한 행적을 두루두루 남긴 시인으로 유명한데, 어느 날 밤 미당 서정주시인의 집 2층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이걸 알아낸 미당은 1층 방에서 곁에 두고 있었던 피를 꺼내 불어 제끼니 2층의 도둑이 달아났다는 일화인데 이런 행위는 이태백이나 미당이 행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다. 미당이 버스를 타고 결혼식 주례 보러 가던 중 버스 안에서 너무나 이쁜 중년여인을 발견하고 그 여인이 버스에서 내리지 미당도 따라 내렸다고 한다.  물론 따라가다가 놓친 모양인데 결혼식이 한 시간이 늦었다고 한다.


 이태백이 술에 취해 물속의 달을 잡으려다가 빠져 죽었다는 설이나, 미당이 주례 보러 가다가 버스 안에서 이쁜 여인을 발견하고 그 여인이 버스에 내리는 걸 보고 같이 내려 따라가다가 결혼식이 한 시간이 늦었다는 설이나 이 모두가 실제와는 다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어쨌든 호방한 성격에서 오는 가객의 기질이 그들에게는 있었던 것이며, 현실적 삶을 현실적으로 직시하지 않고 초월한 공간을 일구어냄으로서 새로운 세계관으로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나의 경우, 비슬산 자락에 세워진 나의 시비의 시 `비슬산 참꽃’에도 보면 이태백이 등장한다.

 

 비슬산 참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집 한 채 들어 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초가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산천초목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참꽃물 들었었지요


  -서지월 시 `비슬산 참꽃’전문.

 

 비슬산도 한국 대구 근교 명산이지만 참꽃도 너무나 한국적인 정취가 묻어나는 꽃이다. 우리민족 고난의 삶이 배어있는 시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이 시속에도 중국의 시인 이태백이 등장한다는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면서 한편으론 이태백의 동양적 시정신은 국경을 초월해 공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 보여지는 것이다.


 ◇사천성 아미산 정상의 풍경.

 우리 민족의 역사가 오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만큼, 비슬산 참꽃 역시 우리나라 산천에서 오천년이 흐르면서 피었다는 말인데, 거기 한 떨기 참꽃 속에 초가집 한 채씩 들어 있어 과거 어머니 누나들  다듬이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는데, 그게 그냥 들려오는 게 아니라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낸 것이다.


 무얼 의미하는가. 이태백의 정신사가 참꽃 속에 들어있다는 말이 되는데, 백성의 소리 다름 아닌 민초들의 정서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탄식하는 희노애락의 인간정서라 말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이태백이 가장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장본인 아니겠는가. 여기에 국경이 왜 필요하며 한 시대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말이다.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이태백의 정신사가 우리 민족의 가슴가슴마다에서도 오랫동안 배어왔던 것이다.


 나는 `비슬산 참꽃’ 시비 제막 인사말에서 `비슬산 참꽃’ 이라는 시속에는 이태백이 나오는데, 중국 서안을 가서 골목골목을 누볐지만 이태백을 만나지 못했으나, 중국의 시인 이태백도 자신을 잊지 않고 이 시비의 시속에 이름을 거론해 주었으니까요.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다소 풍자적으로 말했는데 한국인의 정서 속에도 깊게 배어 왔던 것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태백의 시 `아미산월가(峨眉山月歌)’를 보면 다음과 같다.


 칠언절구로, 사천성 아미현 아미산 아래서 깊은 가을 밤 달빛을 받으며 친구를 그리워 하며 보지 못하고 떠나는 안타까운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삼협(三峽)은 천하의 절경이며 최근 삼협댐 공사로 중국 5천년 역사의 문화유적이 수몰 된다고 하여 세계적인 논란이 되어왔다.


 이 시는 조선시대에 서당에서 가장 널리 암송되던 당시(唐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여름밤이면 갓 상투를 튼 홍안의 유생들은 서당 마당에 싱싱한 풀내 나는 모깃불을 피워 놓고 唐詩를 낭송했는데 마루에 걸터앉기도 하고 마당에 서기도 하여 좋아하는 당시를 목청을 돋우어 읊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모깃불 무더기를 끼고 돌면서 `아미산월가’라하고 나직이 시 제목을 대면 모두가 그 뒤를 따라 돌면서 `아미산월이 半輪秋(반륜추)하니 影入平羌江水流(영입평강강수류)를…’하고 소리를 맞추어 읊어 넘긴다. 몇 사람이 한 줄을 외우면 나머지 몇 사람이 그 다음 줄을 차례로 받아 넘기기도 했다.


 이 짧은 시에는 지명이 다섯 군데나 나오는데, 조선시대의 유생들은 이런 중국의 지명들 마저 바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끼며 그들의 낭만을 불태웠던 것이다. 이런 여름밤의 당시 낭송은 젊은 유생들의 낭만뿐만이 아니었다. 싱그러운 풀잎마다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이면 마을 아낙네들까지 이 당음 소리를 들으려고 서당 담 밖으로 모여들었다고 한다.


 아미산월반륜추(峨眉山月半輪秋)  

 영입평강강수류(影入平羌江水流) 

 야발청계향삼협(夜發淸溪向三峽)

 사군부견하유주(思君不見下?州)


  - 이태백 시-`아미산월가(峨眉山月歌)’ 전문.


 아미산 위에 뜬 달은 반만 둥근 가을달인데

 물에 비친 달그림자는 평강강 강물 물살되어 흐르네

 밤에 청계를 떠나 삼협을 향하며 가는데

 그대를 그리워하나 보잘 못하고 유주로 내려가네


 아주 단순한 심사와 풍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캐냄으로서 우리는 이태백이 20세에 집을 나와 아미산 중턱에서 1년 남짓 기거하다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그 행로가 바로 삼협 즉, 양자강 상류 지류인 평강강인 것이다.


 ◇이태백 시-'아미산월가'를 형상화한 시화.

 이태백은 불과 수물 여덟 자 밖에 안 되는 칠언절구 속에 다섯 개의 지명 열두 자를 엮어 넣었으면서도 그들 고유명사가 시운이나 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는 커녕 적절하게 도와주고 있어 시적 기교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반면에 시인의 심사는 몹시도 답답하고 초조하고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한 심정이다. 즉 우뚝우뚝 치솟은 아미산에 밝은 가을 달마저 반쪽만이 올려다 보이는데 지금 달은 평강(平羌)의 강물을 타고 재빨리 유주(?州)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삶이라는 게 이렇게 급한 물살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시는 이백의 고향인 촉(蜀)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그의 청년기의 숨가쁜 열정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어둠의 협곡 속에 여울을 타고 초조한 심정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치달아 가는 한 젊은 청년의 심사가 잘 나타나 있다 하겠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친구를 보지 못하고 떠나가는 안타까움과 함께 다가올 여정에 대한 기대감도 느껴지는 작품으로 읽힌다.


 `아미산(峨眉山)’은 사천성 아미현에 있는 산으로 그 이름의 유래는 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는 모양이 마치 나비의 촉수와 같은 데서 생겨났다 한다. 중국의 4대 불교명산 중에 하나다.`반륜(半輪)’은 반달을 말한다. `평강강(平羌江)’은 아미산의 동북 기슭을 흐르는 강으로 청의강(靑衣江)이라고도 하며 사천성 여산에서 발원하여 아미산 모퉁이를 지나 악산(樂山)현에 이르러 민강에 흘러든다.


 `청계(淸溪)’는 역의 지명으로 평강강과 민강이 합쳐지는 지점으로부터 약 40km 하류에 있는 민강 어구의 작은 마을로 촉나라 지방을 떠나 호북성 쪽으로 갈 때에 출발지점이 되는 곳이다.


 `삼협(三峽)’은 양자강이 산악지대인 촉 땅에서 평야지역인 호북성으로 나오면서 통과하게 되는 큰 협곡으로 이루어진 명승지이다. 양자강 상류 사천성 봉절의 백제성에서 호북성의 의창(宜昌)의 남진관(南津關) 사이를 통과하는 대협곡의 총칭. 구당협, 무협, 서릉협의 3협을 포함하여 귀협(歸峽), 우동협(右洞峽), 명월협(明月峽), 온탕협(溫湯峽) 등의 오백리에 달한다.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으로 합쳐서 삼협이라 한다. 양자강상의 3대 비경을 일컫는다.


 `유주(?州)’는 지금의 사천성 중경시로 청계에서 삼협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양자강 상류의 가장 큰 도시에 해당한다. 사천성 남부에 있는 도시로 파현(巴縣)이라고도 한다. 가릉강과 양자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수운의 요충지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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