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시]아이리스(IRIS)-서지월 시인이 시로 쓴 '각시붓꽃'
[퍼온글]감자꽃님께 띄우는 무지개꽃편지(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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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05 21: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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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IRIS)!
혹시 감자꽃님도 아이리스 보셨나요?
올 한햇 동안 제가 유일하게 챙겨 본 드라마가 '아이리스'였습니다. 컴퓨터 미인이라는 김태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최초의 한국형 첩보 액션을 지향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답게 볼거리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은 흥미로운 드라마였습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나를 궁금하게 했던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리스'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아이리스란 비밀 조직의 실체도 호기심의 대상이긴 했지만 정작 나를 궁금하게 한 것은 '아이리스'란 꽃이 갖는 상징성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무시무시한 비밀조직이 '아이리스'란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차용했던 것인지 드라마를 곰꼼히 챙겨보았는데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아이리스는 북반구의 온대지방에 약 200여 종이 서식하고 우리나라에도 14 종이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리스는 어느 특정한 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붓꽃과의 모든 꽃을 지칭하는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리스란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 여신 '이리스'에서 비롯된 라틴어식 이름입니다. 이리스는 헤라의 사자로 무지개를 타고 다니며 신과 인간 사이에 소식을 전달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품격과 초지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꽃인 아이리스에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인 셈입니다. 영국 출신의 식물학자 피터 코츠(Peter Coats)는 말하길 " 하늘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색깔을 지닌 붓꽃은 거의 없으며, 평온한 푸른 빛이든 폭발할 것 같은 자줏빛이든, 옅은 분홍빛이든 짙은 분홍빛이든, 하늘이 어떤 빛을 띠더라도 붓꽃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붓꽃은 그만큼 풍부한 색상이 지닌 하늘빛을 모두 담아 간직한 있는 꽃입니다.
아이리스(iris)는 우리 말로 붓꽃이라 불리는 꽃입니다. 피기 전의 꽃봉오리가 옛 선비들이 쓰던 붓 모양을 꼬옥 빼닮은 아이리스는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승리와 정복, 권력을 상징하는 꽃이었습니다. 파라오 투트모세 3세가 승리의 입성식에서 이 꽃을 왕관처럼 높이 치켜든 후 이집트에서는 승리의 상징이 되었고 프랑스에서는 루이 7세가 십자군 원정 때 3 개의 이이리스를 깃발 속에 그려 넣어 프랑스 왕실의 문장 표지가 되었습니다. 아이리스의 잎은 싸울 준비가 된 칼을, 꽃은 순수한 심장을 의미하여 유럽의 많은 나라와 귀족 가문들은 붓꽃을 기사도의 상징으로 그들의 문장에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머언 절간 뒷마당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각시붓꽃이 湖水로 내려와
무얼 그리려 하는지 바람머슴애를
기둥서방처럼 불러세워
연못 위에 붓을 들어 획을 긋는다
세상에 나온 겸에 그냥은 견딜 수 없다는 듯
초록치맛단 단정하게 걷어올린 채
수목화를 그리는데
알고 보니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늘이 내려와 팽팽하게 수면을
잡아주는가 하면 물속 고기떼는
조심조심 水草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각시붓꽃은 자신이 가장 우아해 보일 때
이렇게 붓을 들어 헹굼필법으로
자화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서지월의 '각시붓꽃' -
봄이 되면 서지월 시인이 시로 쓴 '각시붓꽃' 외에도 우리나라엔 많은 종류의 붓꽃이 피어납니다. 노랑붓꽃, 솔붓꽃, 노랑무늬 붓꽃, 제비붓꽃, 등심붓꽃, 부채붓꽃,타래붓꽃 등 저마다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산과 들을 수놓습니다. 꽃에게 말을 거는데 일일히 그 꽃들의 이름과 생태학적인 특징을 모두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알고 있으면 더 좋은 일이겠지만 식물학자가 아닌 담에야 그저 만나는 꽃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즐기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넘치는 호사일 것입니다.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은 시 한 수 얹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어느 해던가. 옷깃을 헤집는 바람이 조금은 성가신 이른 봄날, 산을 오르다가 마른 가랑잎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각시붓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은 적이 있습니다. 연두빛 불꽃이 번져가는 봄산에서 만난 각시붓꽃의 청초한 아름다움은 나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수능시험 공부하듯, 꽃의 이름과 특성을 외우는 사람을 보면 놀랍다기 보단 딱한 생각이 먼저 듭니다. 혹시 저 사람은 꽃의 아름다움을 보기 보다는 꽃 이름을 외우는 게 목적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욕심없이 피는 꽃처럼 때묻지 않은 마음의 눈으로 꽃을 바라보는 일이 꽃에 대한 예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느덧 감자꽃님께 띄우는 꽃편지도 마칠 때가 다 되어 갑니다. 이제 한 통의 꽃편지만 더 띄우면 이 행복한 시간도 끝이 날 것입니다. 꽃의 미덕 중에 하나는 질 때는 한 점 미련도 없이 진다는 것입니다.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바람이 불지 않아도 꽃들은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가는 지혜를 지녔습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은 사람의 인연에도 꽃에게도 비켜갈 수 없는 운명이자 신의 섭리입니다.
이 땅에 다시 봄이 오고 얼어붙은 계곡의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 우리는 또 꽃을 만나러 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길목에선가 무지개빛을 닮은 붓꽃을 보며 이 겨울의 아름다운 시간을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꽃은 찰나에 피고지지만 가슴에 새긴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에 스민 향기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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