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인사 100여 명 참여 … 기념사업회 발기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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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인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 왼쪽부터 윤재웅·김원·김후란·송하선·서정태·김용직·홍기삼·김종길씨, 오현 스님, 이근배·손숙·김성우·이남호·서지월씨. [동국대 제공] | |
“한국 현대시에서 한 분을 뽑으라면 어느 누구도 미당을 뽑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당은 일부 오점이 지나치게 부각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그의 시가 빠지는 등 홀대를 받고 있다. 바로잡혀야 한다.”(시인 이근배)
미당 서정주(1915∼2000)만큼 ‘논란’이라는 낱말과 친숙한 시인도 드물다. 국민시라 할 만한 ‘국화 옆에서’,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자화상’ 등 마음을 적시는 시를 누구보다 많이 남겼다. 1000여 편의 작품으로 그는 ‘부족 방언의 마술사’‘시의 정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친일, 5공 정권 지지 등이 발목을 잡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불균형’ 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미당 9주기 기일인 올해 12월 23일 발족 예정인 미당기념사업회를 통해서다.
20일 오후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문학의 집, 서울’. 문인은 물론 연극인·화가·건축가 등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당기념사업회 발기인 모임이 열렸다. 미당 정본 확정, 미당학회 발족, 내년 말 개관하는 서울 남현동 ‘미당 서정주의 집’ 운영 등 관련 사업의 구심점이 될 기념사업회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에서다.
기념사업회 구성은 올해 7월 한국일보 김성우 고문이 미당의 제자인 동국대 윤재웅 국어교육과 교수에게 제의해 급물살을 탔다.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건축가 김원씨, 이경철 문학평론가 등이 지난달부터 발기인 모임을 준비했다.
홍기삼 전 총장은 “내년이면 미당 10주기, 2015년은 미당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된다”며 “미당 저작은 60여 권에 이르는데, 판본 비교를 통해 정본을 확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미당연구회를 학회로 등록하고 지방 순회 문학 강연을 하며 그의 문학세계를 제대로 알리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당의 동생인 서정태 옹,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직·김현창 서울대 명예교수, 백담사 만해마을 오현 스님, 이종상 화백, 연극인 손숙, 시인 민영·김후란·조병무·김선영·신동춘·안혜초·강우식·노향림·홍신선·이경·신규호·서지월·홍성란·문태준씨, 소설가 김용성·신상성·정종명·김형경씨, 평론가 송하선·이남호씨 등이 참석했다. 이숙진 현대문학 대표, 박현숙 출판사 깊은샘 대표, 문효치 펜클럽 전 이사장 등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