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문화제]2009'제43회 전국일반백일장(시부문) 수상작 심사평
2009년 4월 24일(금) 오전 11시 강원도 영월 장릉에서 개최된 제24회 단종문화제(영월군 주관)
전국일반백일장(영월 동강문학회 주최)에서 수상한 작품이다.
운문(시)과 산문(수필) 두 부문으로 나누어 실시되었으며 심사 또한 공정을 기하기 위해
예심과 본심으로 나누어 부문별로 각각 예심위원 2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했으며
심사위원장으로 초빙된 서지월시인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2배수의 운문(시)과 산문(수필) 작품을
심사숙고해 여러번 필독해서 우열을 나누어 등위를 매겼으며, 운문(시)부 장원에게는 1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다.
시상식은 2009년 5월 6일(수요일) 오후 5시, 영월예술회관 문화사랑방(2층)에서 가졌다.
강원도 영월은 조선시대 제6대 왕인 어린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 의해 유배를 가서
청령포에 감금되었다가 다시 관풍헌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목숨을 끊은 비운의 왕으로서
강물에 버려진 시신을 당시 영월의 고을 군수인 엄흥도가 수습해 묻은 곳으로 전하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장릉이다. 비운의 역사현장으로 유명하며 조선조 말 방랑시인 김삿갓이 태어난 곳으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다.
**아래는 단종을 기리는 <단종문화제>일환으로 영월군과 영월동강문학회(문협영월지부)가 개최한
2009년 제24회 단종문화제 시부문 수상작품임.
<제43회 단종문화제 전국일반백일장 장원작>
동행(同行)
이 다 희 (경북 영주시)
오늘 이 외로운 길
당신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장릉, 말티고개 넘으며
오백여년 쌓인
한 많은 당신.
굽이굽이 구성진 청령포 물소리
물먹은 별 떨군 눈물소리 가득한
당신을 두고 돌아서 한참을
소리 죽여 울었던 아련한 뒷모습
먼 들길 동강바람에 당신 잠시 맡겨 두고
싸늘한 바람 시린 등짝 뒤로
더듬거리는 왕방연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이 외로운 길
솔향기 가득한 노송이 되어
당신과 함께 동행하렵니다.
<제43회 단종문화제 전국일반백일장 차상>
동행
백종영(강원도 원주시 명륜동)
얼마만큼 그리움이기에
두 가슴 다 비우고
기다리는 겁니까
아장걸음 내 딛는 걸음마다
추임새 터뜨리던 꼬까신으로
우리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홀로 떠나는 인생길 위에서
앞선 듯 뒤따르며
가시밭길 마다 하지 않고
달빛 기울어 야심한데
바람소리 차디찬 댓돌 위에
가지런히 기다리는 당신은
정녕
인연이 아닐는지요
못난 나를 위해 태어난 당신
이 세상 함께할 우리는
진정 필연이었습니다
<제43회 단종문화제 전국일반백일장 차하>
동행
송명순(경북 봉화군 봉화읍)
가녀린 작은 가슴 살포시 내려앉아
아직 남은 체온 따뜻함이 감도는데
나는 먼 세월 넘어 그대와 외로움을 함께하고 있다.
그대 망향탑 쌓던 속 내 그림자로 부서지고
애잔하게 들려오는 소쩍새의 절규
송림 속 맑은 해도 함께 걷고 있다.
영명한 그대 숨결 내 안에 살아있어
그대 외로움 가만히 나누고자
가는 길 자국마다 꽃씨 심어 놓았다.
오롯이 피어난 노란 미소 민들레
그대와 인연 되어
마주보며 함께 동행하는 길.
<제43회 단종문화제 전국일반백일장 장려>
동행
한성기(경북 울산시 중구)
하늘이 처연한 슬픔으로
내려앉은 바로 그 자리
피눈물로 적은
생명의 처절한 몸부림이
절체절명의 비명을 움켜쥔다.
생(生)을 알기도 전
사(死)를 알아버린
한많은 어린 넋의 속울음이
가녀린 휘모리장단으로
청령포를 휘감는다.
역사란
과거의 올바른 반성위에
현재의 새로운 희망을 세우는 일
모퉁이를 돌아드는
삶의 깔깔한 바람에
정면으로 당당하게 맞부딪히며
영겁의 시간을
동행하는 미래임을
푸른 이끼 탄식으로 뒤덮힌
장릉에서 본다.
◆2009' 제43회 단종문화제 전국 일반백일장 심사평◆
단종의 비애를 모티브로 쓴 공통된 작품들
서 지 월(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
<동행(同行)>이라는 제목 하에 쓴 시편들이 대부분 단종의 비애를 모티브로 썼다는 것에 설득력을 더했음을 먼저 밝힌다. 문학작품이 꼭 역사의식을 동반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역사의식을 가미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8편이었다. 장원으로 뽑은 이다희씨의 작품이 가장 뛰어난 수작으로 여겨졌다. 단아하면서도 깔끔한 여운을 남기는 필치가 돋보였다. 특히 단종 사후 5백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그 당시 단종의 비운의 한을 장릉과 말티고개, 청령포 등의 역사현장을 둘러보며 그 회한에 대한 담담한 이미지 구사가 돋보였며, 현재 시점에서 자신을 부각시키며 역사적인 과거시점의 회한을 더욱 고조시키는 수법이 그것이었다. 첫연의「오늘 이 외로운 길 / 당신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와 마지막 연의 「솔향기 가득한 노송이 되어 /당신과 함께 동행하렵니다.」등의 의지적인 표현이 설득력을 더해줌은 두 말 할 나위없다. 또한, 「당신을 뒤로 두고 돌아서 한참을/ 소리 죽여 울었던 아련한 뒷모습」이 제시하는 것은 단종 사후 5백여년의 세월을 의미하는데 자연스런 표현이 전혀 상투적이지 않으며 과거시제와 현재시제의 비유 또한 돋보였다.
차상으로 뽑은 백종영씨의 작품은 자신을 정순왕후에 비유해 썼다는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동행의 의미로 자신을 1인칭인 정순왕후로 비운의 단종을 2인칭으로 설정해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을 어긋난 동행의 의미로 부여한 점이 장점으로 읽혔다. 무난한 표현을 쓰고 있으면서도 단종과 갈라설 수밖에 없었던 모진 운명을 스스로 질책하는 수법 또한 좋았다.「바람소리 차디찬 댓돌 위에/ 가지런히 기다리는 당신」에서 정순왕후의 한이 잘 드러나 있으며, 「못난 나를 위해 태어난 당신 / 이 세상 함께할 우리는 / 진정 / 필연이었습니다.」가 아려오는 대목이었다.
차하로 뽑은 송명순씨의 작품은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의 망향탑을 둘러보며 그 회한의 정을 서정적 분위기로 무난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장려로 뽑힌 한성기씨의 작품 역시 장릉 등의 역사적인 회한의 현장을 회고하는 형식을 띠고있는 무난한 작품으로 읽혔다. 차하와 장려로 뽑힌 작품에서 다소 의미처리가 되지 않은 문투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었다. 좋은 시는 표현이 되어야 하지 표방되어서는 안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한 편의 시가 되기 위해서는 어디에 그리고 무엇에 관점을 두느냐가 중요하며, 역사의식을 가미하는 수법을 택했을 지라도 회한 자체에 그쳐서는 안 되리라 본다. 이런 관점에서 장원작품은 위에서 말한 역사의식을 적절한 비유로 잘 승화시켰으며, 차상 작품은 보기 드물게 정순왕후의 입장에서 읊었다는 게 높이 살만했던 것임을 첨언해 둔다.
백일장이란 성격상 기초적인 글쓰기의 테스트일 것이다. 이를 반석으로 하여 더욱 더 정진하여 좋은 시인으로 얼굴을 내밀기 바란다. 백일장에서 그치는 독자들이 많은데 이만한 능력들이라면 거듭거듭 훈련을 쌓으면 되리라 믿는다. 즉 피눈물나는 훈련을 쌓아야 주저앉지 않게 되며 당당한 시인으로 나아가려면 실력연마가 최선일 것이다. 오늘 좋은 시를 쓰고 내일 좋은 시 쓰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명심해서 저 굽이도는 청령포의 강물이 변함없이 회한을 안고 흐르듯이 장릉의 소나무가 눈비바람 이겨내며 늘 푸르듯이 변함없는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장 서지월시인>
영월 동강문학회 홈페이지 http://cafe.daum.net/youngweoldongkang
**출처/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http://cafe.daum.net/manjulov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