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문학]1986년 8월호,「신인작품상 당선작」 ▒
- [한국문학](1986년 8월호)<신인작품상 당선작>서지월 시-조선의 눈발
- 조선의 눈발
- 서 지 월
나는 지금 세계의 가장 평안한 우차에
실려가고 있다
아침 상 받으면
풋풋한 생채나물
그 미각을 더불어
어린 날의 서당골 물푸레나무
결 고운 길을 따라
잠 덜 깬 포대기 속 아이의
꿈결같이 굴러가고 있다
우리가 닿아야 할 예지의 나라
순은의 밀알들,
바다와 강이 놋요강처럼 놓이고
능은 풀잎처럼 잠든다
문경새재에 눈이 내리면
청솔가지 꺾어들고 오는
하얀 버선코,
사슴의 무리가 눈을 뜬다
지붕밑 동박새가 살을 부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눈은 내리고
누군가 흰 고무신 눈발속을
조심조심
미끄러져 가고 있다
아침 신문 유액 위 '조선통사'가 빛나고
한술의 배고픔보다 천근의 무게로 울려올
우리의 풍악소리.....
몇 백년쯤의 뒷날을 다시 생각노니,
지금 나는
세계의 가장 평안한 우차에 실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잘도 넘어간다
*출전/ [한국문학]1986년 8월호, '신인작품
ㅁ심사평/ 믿음직한 능력ㅁ
많은 응모작 중에서 徐芝月씨의「朝鮮의 눈발」을 뽑는다.
차분하면서 프렛시한 정감을 담은 말이 제자리 잘 얹혀 훌륭하고 멋진 톤으로 이어져 있다.
역사를 보는 눈이 케케묵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가미하여 따뜻하게 울려온다.
이만한 안목이나 가락이라면 능히 새로 문단에 소개하여 제 몫을 단단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
든든한 신인을 얻었음을 기뻐한다.
-[한국문학]1986년 8월호,「全鳳建,朴在森(記)
몇년 전 서지월의 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 나는 내 나름대로 그가 초로에 접어든 중년시인일 거라는 상상을 했었다. 芝月이라는 이름이 한국문학사 속의 찬란한 옛 거장들인 芝鎔과 素月을 연상시켜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능숙한 글재주와 전통적인 서정감각이 민족의 혈육 가운데 오래 섞여서 동화되어온 그런 <유구한> <중후한?> 느낌을 담고 있어서였을까.
내가 처음 읽었던 그의 데뷰작인 <조선의 눈발>은 바로 그런 素月的인 향토정서와 芝鎔的인 깨끗한 회화성을 갖춘 수작이었다.
*<서지월서정시집『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1988년 6월.김승희(시인)>
그 당시 한국문단 3대 종합문예지의 하나로 명성을 떨치던『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당당하게 당선되어 선 보인 시로 시 <朝鮮의 눈발>의 경우, 역대 문예잡지로 나온 당선작 가운데 이만한 큰 울림의 시가 어디 또 있을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문 형 렬('82조선일보 '84조선일보신춘문예 각각 당선.영남일보 논설위원)
시 <朝鮮의 눈발>은 우리의 전통적 정서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의 스케일도 크거니와 전혀 오염되지 않은 우리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침 신문 유액 위‘朝鮮通史가 빛나고/ 한 술의 배고픔보다 천근의 무게로 울려올/ 우리의 풍악소리…/ 몇 백년쯤의 뒷날을 다시 생각노니,”에서는 유장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는 통 큰 선비의 여유가 보인다. 그 여유는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는데 청빈하지만 비굴하지 않은 조선민족의 큰 골격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서지월시인은 단 한 편의 시를 통해 본래 우리 민족이 지녔던 웅모를 여실히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다.
*강경호(시인,문학평론가,계간《시와사람》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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