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한중문예창작 특강詩]정이랑 시-붉은 고추

아미산월 2008. 9. 19. 20:18

[한중문예창작 특강詩]정이랑 시-붉은 고추

 

정이랑 시-붉은 고추

 

붉은 고추

 

 

정 이 랑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이 많아
장독대 대소쿠리에 몸을 내맡긴다
햇볕이 눌러대는 시간 속에서
터져나갈 듯 비틀어지는 심장
한때, 구름 사이 끼어들어 바람의 길
확인하고 돌아오는 새를 보며 부지런히
바다 쪽으로 생각을 열어놓던 날도 있었지
지금은 애써 묻고 싶지 않다
마지막 올려다보는 하늘 끝 날아가는 청둥오리떼
어디로 가려 하는지
머리채 흔들며 가로질러 가던 젊은 날의
강물 같은 꿈 이제 누워 잠들거라
흙속 발 담그고 펄떡거리던 나뭇가지들
그 곁에 돌아갈 수 없구나
바람이 누워 있는 풀숲 근처의 쓰르라미 울음소리
희미해지는데, 나의 전부는
먼지처럼 가벼워질 수 없을까
다슬기처럼 달라붙은 밤하늘의 별 헤아릴 때
비로소 나의 온몸은 불덩이 같이 달아올랐다

 

**한국 서지월시인 한중문예창작 특강詩

ㅡ2008년 9월 3일 중국 길림성 연길, 신세계빌딩 12층 연변한인문우회 강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