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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연길에 와서

아미산월 2008. 8. 10. 23:36

■제1편 서지월시인의 만주대장정-18.연길에 와서

 

18.연길에 와서


 

◇가요방의 노래들


 

빗속을 뚫고 연길시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 30분경이었다. 월간연변「천지」잡지사 편집인으로 있는 석화시인이「연변작가초대소」로 찾아온 것도 그 시각이었다. 만주대장정에 오른 내가 북상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은 그가 기다리던 끝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다. 이 얼마나 오랜만아니가. 「형과 아우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고국에서 형님이 오셨다는데 아우가 가만 있을 수 없지요」하면서 우리일행을 끌고 나갔다.

6년전 한국에 와서 그가 나를 찾아 대구에서 만났을때 우리는 「형과 아우」라는 결속이 있은 후, 가진 재회의 기쁨이었으니. 처음 와 본 연길시의 밤거리였지만 안온하기 그지 없었다.

술을 들이키고 들이키고 해도 밤은 그대로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으며, 그날밤 가요방에 가서 알았는데 연길에서는 대중가요 작사가 대부분 문인들의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연길에서 첫날밤 석화시인을 따라 가요주점에 갔었는데, 석화시인의 작시에 곳을 붙인 대중가요가 무려 예닐곱곡에 넘는 것이었으며, 가요주점 뿐만 아니라 가장 인기리에 그곳에서 부르는 가요로 꼽히고 있는게 석화시인이 작사한 「동동타령」이었다. 김응룡시인의 작품도 눈에 띄었는데, 보아하니 그 모두가, 소월의 시에서 풍기는 민요풍 산골정서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들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이럴데없는 건전 풍토의 노랫말이 그곳에서는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석화시인이 작사한 「동동타령」을 음미해 보자.

앞강물 뒷강물에 물오리 동동 뜨고

네 가슴 내 가슴에 가쁨이 동동 뜨네.

흐르는 물결 위에 버들잎 동동 뜨고

가는 정 오는 정에 사랑이 동동 뜨네.


해밝은 하늘가에 아침해 동동 뜨고

뜨락의 낟가리에 밝은 달 동동 뜨네.

새파한 연못위에 꽃잎이 동동 뜨고

우리 살림에 기름이 동동 뜨네.


「학교 하는 길」이라는 동요도 보면,


고개고개 고개길 학교 가는길

공부하고 히호호 휘파람 불며

붉은 넥타이 팔라랑 오빠 오는 길


꼬불꼬불 고개길 밭에 가는 길

일 다하고 딸라라 황소를 몰고

아빠엄마 웃으며 돌아오는 길


말하자면 소박한 시골정서가 그대로 넘쳐난다. 연변조선족들의 삶이 순박하다는 것과 아직 때가 묻지 않은게 고유 한민족정서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연길이라는 곳


 

이곳 연길은 만주대륙을 통칭하는 동북삼성중에 조선족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라 한다. 동북삼성이라함은 압록강 위인 요녕성과 두만강 위를 포함한 만주땅 중간지대인 길림성, 그리고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는 흑룡강까지가 경계인 흑룡강성을 이르 는데 동북삼성 중에는 요녕성의 심양이 북경 상해와 더불어 중국 3대 도시로 불리우나 조선족 집단체 기준으로 삼으면 길림성의 연길시가 그 으뜸으로 자유화 개방 물결이나 문화수준 차이가 다른 곳 보다는 현저하다는 것이다.

연변이라는 말도 길림성내에 있으나 연길을 중심으로 한 용정 화룡 도문 훈춘 등을 통합한 이름인 만큼존선족문화의 산실인 셈이다.

연길에서 발간되고 있는 문예잡지 「천지」(「연변문학」)가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리. 월간천지 「연변문학」은 1999년 9월호까지 총 462호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 수필, 소설, 평론 등 종합문예지 성격을 띠고 있다. 이밖에도 「문학예술」 「아리랑」 「연변문예」 등이 연변사회과학원 문학예술연구소와 연변인민출판사에서 간행되어 왔다.


 

◇연길시가지 풍경


 

둘째날에는 연길시내로 나가 하루를 보냈다. 그곳 거리도 걸어보고 한국백화점과 평양 백화상점도 둘러보며 북한식당인 그 이름도 이쁜 「해당화 식당」여종업원들이 예뻐보였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었다.

나는 그게 호감이 갔다. 왜냐하면 민족성이란 것은 옷차림에서 또는 머리맵시에서 우선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벽에 걸린 동양화들이 조선여인상들이어서 더욱 호감이 갔었다.

한국땅에서 보면 머너먼 이국이 되어버린 중국땅 연길, 다행히 석화시인을 잘 알고 있어서 우리들의 든든한 백이 되어서 든든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석화시인과 함께 서시장도 둘러보았으며 서점에 가서 그곳에서 출간되는 책들도 구입하게 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석화시인의 딸 석현(14세.연길시 신흥소학교 6학년7학급)이 쓴 장편소설 「개구쟁이 친구들」이었다. 신화처럼 카운터 아주머니의 말을 빌면 그날 하루만도 130여권이 팔렸다는 각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다. 석현학생은 지난 98년에는 연변소년아동사업위원회로부터 「꼬마수리개메달」을 수여받은 경력까지 가지고 있으며 국제아동미술교류전시회에서도 5차례나 수상한 다재다능한 예술가 지망생이었다.


 

◇「천지」 잡지사의 저녁 만찬자리


 

연길에서의 둘째날 밤에는 「천지」잡지사 장지민 주간(소설가)께서 저녁만찬의 자리를 베풀어 주셨는데 이 자리에는 장지민 주간을 비롯해 김응룡, 황장석, 손문혁, 석화, 조성희, 이명애씨 등 천지잡지사 편집위원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대구시인학교」에서 해마다 4월에 「진달래산천시회」를 가지는데 내년에는 진달래가 북상하여 연길에 활짝피는 때를 맞추어 5월에 「진달래산천시회」를 천지잡지사와 공동주관으로 그곳에서 열자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이는 진달래꽃 하나만을 두고 보더라도 한 핏줄임을 입증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이다. 문학이 하나의 정신세계를 가지듯이 진달래꽃도 같이 피의 징표임을 어느 누가 부정하겠는가.

연길시를 상징하는 호랑이 조각상이 연길시가지에 세워져 있는 것 보면 그게 우리 민족의 정기를 내뿜고 있는 백두산호랑이 그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연길역에 세워져 있는 달무리 돌리며 춤추는 여인들의 모습이나 다리 난간 네 귀퉁이마다 바구에 옆에 끼고 서 있는 여인상 등을 보더라도 우리의 민족성 전통성 동질성을 나타내는 좋은 예가 여기에 있음을 와서 보았고 알아챘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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