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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 서지월시인의 만주대장정-3.고구려 첫 도읍지, 환인 풍경

아미산월 2008. 8. 10. 23:17

■제1편 서지월시인의 만주대장정-3.고구려 첫 도읍지, 환인 풍경

 

3. 고구려 첫 도읍지, 환인 풍경

◇오월단오의 풍습들

 

따가운 여름햇살을 받으며 환인시외버스 터미날에 내리니 20분 이상 기다렸다는 환인거
주 조선족 두 분이 금방 우리를 알아보았다. 우리는 그분들이 안내하는 그리멀지 않는 시가
지 사이 골목으로 따라갔다. 어딜가나 조그만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아파트였다. 아파트문
을 들어서려는데 아파트 층층이 붙여있는 부적을 보았다. "아! 8월 염천에 무슨 부적인가"
하고 의아해 여겨지기도 했으나 그것보다 부적위에 매달아 놓은 조그만 인형같은 물건이
흔들리고 있었으며 매달아놓은 그 끝에는 시들어버린 풀잎줄기들이 또 매달려 있었다.

단동에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으나 단동에서 6시간을 달려 환인에 도착하기까지 시골길
버스 차창밖으로 길옆 집집마다 대문 위에 매달려 있는 희귀한 그 인형모양을 한 것이 실
에 매달려 있는 것과 마른 풀줄기가 합세하고 있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아왔으며 이
의문을 밝혀보고야 말리라고 했었던 그 의문의 꼬리가 이곳 환인의 아파트 들어서는 입구
머리 위에서 또 발견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는 달리는 버스가 중간중간 잠시 정차할 때마다 볼일 보라고 의도적으로 정차했을 때
에도 그리고 밥먹고 가자며 30분가량 버스가 정차해 있으면서 모두 내리라고 해놓고 버스
승강문까지 잠궈버린 그곳 간이식당으로 들어서는 문 위 천정에서도 보았던 인형모양의 그
것과 함께 매달린 마른 풀잎줄기에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하룻밤 민박으로 묶게되는 이곳 아파트의 김안영(환인조선고중학교 3학년 조
선어문교사)선생에 의해 의문의 실마리가 드디어 풀리게 된 것이다. 즉 그건 지난 오월 단
오때, 단오풍습으로 잡귀가 물러가라고 부적을 집집마다 문앞에 붙이듯이 달아매어 놓은 것
이라는 거였다. 그 풀잎줄기 역시 알고 보니 쑥잎이었다. 쑥잎을 매달아 놓는것은 뱀을 멀리
하는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이는 조선족들에게 뿐만아니라 중국 한족들에게도 똑같이 전해
져 내려오는 오월단오의 풍속으로 아직도 성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풍속 내지는 풍습인가. 서구화물결이 급격하게 불어닥친 우리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문간에 '입춘대길(入春大吉)' 또는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방(榜)도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오월단오뿐만 아니라 설이나 추석명절의 경우도 빛이 너무 낡아
제례만 가질 뿐 그 어떤 풍습도 온데간데 없지 않은가. 특히 내 생일이 음력 오월단오날이
라 나의 경우 머나먼 이곳 만주땅에 와서보니 흐뭇하기 그지없음을 여기에 밝혀두는 바이기
도 하다.

◇아, 고구려!-혼강 그리고 오녀산성

6시간 20분에 걸쳐 만주대장정의 첫 출발의 몸을 실은 장거리 버스가 높은 산구비를 돌
아 '환인'이라는 도시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거대한 형상중에 그 하나는 도심을
흐르는 시퍼런 강줄기였고 다른 하나는 강건너편의 우뚝솟은 산 전체가 바위로 병풍을
두른 듯 펼쳐져 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우리가 만리장성을 보거나 하늘에 치솟은 금강산
◀환인시가지를 흐르는 혼강. 옛 비류수
만물상의 비경을 보는 것과는 그 위풍이 전혀 다른-아마도 세계 제일일 것이다-하늘에 치 솟아 있다는 표현보다 하늘에
닿아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만치 파노라마식 바위군상이 한 몸이 되어 이곳
일대를 아니, 만주땅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건 명 산(名山)이라기 보다 천상의 요새와 같았다.

그렇게 눈독 들여온 그 위풍당당함이 아파트에 짐을 풀고 나와서 인력거에 다시 몸을 실어
그 시퍼런 강가로 가 초승달이 뜨고 어두워질 때까지 몇시간을 바라보아도 그대로 하늘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마중나왔던 김안영선생과 친척동생이 된다는 건장한 사내인 박
태근씨(30·환인조석족중학교 조선어문 교사)의 말에 의해 그 위풍당당함이 밝혀졌으니 '
아, 아, 고구려!'하며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주몽이 고구려를 세운 도읍지가 평지가
아닌 하늘에 닿아있는 그 산정(山頂)인 '오녀산성(五女山城)'이라는 소리를 듣고 우리는 까
무러칠 뻔했으니까 말이다.

바로 고주몽이 우리 민족의 나라, 고구려를 세운 도읍지가 이곳 환인에, 그것도 지금 바라보
이는 거대한 산정인 것을, 그 후예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누가 알고 있단 말인가? 생각하니
경이롭기도 했지만 분노가 일어서기도 했었다. 이는 우리 한국 전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알고 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라 백제만 들먹
이지 말고 집안 평양만 들먹이지 말고 환인을 먼저 알고 우리 역사를 말하자는 것이다. 이
런 말을 누가 안했다기 보다 어필이 전혀 안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나의 이 탄식과 감탄, 탄복은 오래갈 것이며 민족의 긍지를 여기서부터 찾아야 된다고 목놓
아 선언하는 바이다. 단군조선 이래로 한민족 역사의 큰 물줄기의 태동이 되었던 고구려 그
탄생의 환인땅, 저 산정을 모르고 지내다니! 백두산 다음으로 우리가 우르러 천천만만세(千
千萬萬歲) 뻗어나가야 할 민족정기가 아니던가. 그리고 비행기만 타고 만주땅 관광길만 오
르다 보니 또 그냥 지나쳐버린 이들 오죽 많은가, 생각하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을 잘못
되었다는 느낌이 뇌리에서 씻기질 않는다. 말로만 고구려가 우리의 땅을 최대로 넓혔다고
주입식교육만 거들어 온 것뿐인 걸 이곳에 와서 깊이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앞서 말한 시퍼런 강인데 지도상에 나와 있는 '혼강(渾江)'이 그것이다. 주몽이
나라를 세울때, 서울의 한강처럼 도읍지로 큰 역할담당을 맡은게 큰 강이 아니었던가. 우리
는 혼강도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우리의 옛땅이었을 때 (비류
수(沸流水)가 바로 이 혼강인 것이다.
환인에 도착한 첫날, 해가 지고 어둠이 이 강물을 소리없이 뒤덮을 때까지, 우리 일행은 그
강가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 순간 2000년전 과거로 돌아가 있는 기분들이었으니까. 혼강 다
리난간에 떠오른 초승달을 바라보며 새 나라 고구려가 다시 일어서는 것같은 생각도 들었었
다.

'주몽이시여
그대 꿈결의 초승달 하나
그대 2000년 꿈의 머리맡 돌아
비춰오시니 어찌하오리까
벌써, 다 먹어버린 밥그릇처럼
이 땅은 남의 것이 되었으며
이 강 역시 우리의 말(馬)이 먹을 수 없는
물이 되었음을 아시오니까
2000년 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시매
누가 이를 증명하며 부싯돌에
칼을 갈아 저 천공에 번쩍이오리까
주몽이시여 머리부분 빼앗기고
허리마저 동강나 그 동강난
두 다리 이끌고 천만리 길 마다하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왔건만
조금만 쉬어가라며 이 땅의 새 주인은
비자만 한 달랑 손에 쥐어 주더이다
내일이면 떠나야 하니
흐르는 눈물 닦을만한 손수건도 없이
저 달이 차오르는 것마저 몇날 며칠
지켜보지 못한 채
어디로 저를 가라 하는지
아, 아, 주몽이시여, 어찌하오리까!

 

나는 이렇게 지금의 남의 땅, 잃어버린 설움에 대하여 시 한 수를 지어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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