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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인연]<만주기행6>(2008.7~8월호)-시향만리 출간식

아미산월 2008. 8. 10. 12:16

[아름다운인연]<만주기행6>(2008.7~8월호)

 

[만주기행-6]-시향만리 출간식 

 

 오전에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어서야 좀 멎은 듯했다. 연길시가지로 돌아와 숙소 부근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한국 대구에서 간 우리 일행은 서들러 행사장인 백산호텔로 향했다. 백산호텔이란 이름은 백두산에서 따온 것 같았다. 만주땅 어딜 가나 나를 늘 놀라게 하는 풍경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한복차림이었다. 호텔 유리문을 들어서려하는데 이쁜 조선족 안내양 아가씨들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절을 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었다.한복차림도 그냥 한복차림이 아니라 너무나도 눈에 선명하게 뜨이는 초록저고리에 다홍치마인 것이다. 지금 한국 어디를 가나 좀처럼 보기 힘드는 이런 풍경을 만주땅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게 우리 민족의 긍지 아니겠는가.

 

 우리 민족의 긍지를 세계 위에 끌어올린 단군이래 최대의 시인이라는 평가 받고 있는 미당 서정주시인의 <신부>라는 시가 있는데, 역시 '新婦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新郞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라는 구절이 나온다. 바로 이것인 것이다. 이것!  '초록저고리 다홍치마'인 것이다. 과거 우리 어머니 누나들 숨결이 배어있는 모시밭의 모시잎이 초록빛깔이며 마당가 장독대의 붉은 석류꽃이 다홍치마 빛깔이었던 것이다.

 

 백산호텔 행사장에 들어서니 연변대학 조문학부 종소리문학회 여학생들이 한국에서 머나먼 길 마다하지 않고 간 내 왼쪽 가슴에다가 꽃을 달아주었는데 역시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 민족 내 선조들의 땅에 온 것이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이며 연변시인협회 창립멤버인 연길 조선족 석화시인의 사회로 연변시인협회 창립 1주년기념 및 연변시인협회 시총서 <시향만리> 창간호 출간식과 함께 성대하게 치뤄졌다.

 

 이는 길림성 연길뿐만 아니라 만주땅 전체를 아우르는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의 중국 조선족시인들을 총망라하는 민족대단합의 스케일이 아주 큰 문학행사였다.  한국에서도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각지의 시인들이 참여했는데, 연변시인협회 회장이신 김응준시인의 인사말에 이어 나는 축사에서 '한 그루의 꽃나무가 어딜 가지 않고 평생을 그 자리 지키며 꽃 피우듯 터전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아름답지 아니한가. 연변 가서 함께 일송정에 오를 일이다. 해란강 굽어볼 일이다.'라 부르짖었다. 

 

 이어서 조선족시인들의 시낭송도 있었는데 심예란시인 등이 나와 자작시를 낭독했는데 나를 깜작 놀라게 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연변시인협회 회원인 김선희시인이 내 시 <일송정과 해란강>을 낭독했으며, 이어 연변대학 종소리문학회 회원이며 연변대학 총학생회장 강철영군이 다시 내 시 <해란강에 와서>를 낭독하여 완전 한국에서 간 내 무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물론 이 작품들이 <시향만리>창간호에 수록되어 있으며 내가 남달리 민족서정시를 쓴다는 걸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으며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00여명이 참여했는데 연길의 각 기관 및 문화단체, 예술인들이 함께 한 아주 뜻있는 행사였다.

 민족정서를 읊은 그날의 내 시 <해란강에 와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 누이들이 숨져간 해란강에
나는 무얼 찾겠다고 서성이고 있는가
강물은 저만큼 뒤 안 돌아보고 흘러갔고
내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것 보면
누워서 말없는 저 따뜻한 돌멩이들만
잘 왔노라 반겨주는데,
해란강 해란강 목놓아 불러도
누이들은 보이지 않고
올려다 보이는 일송정 너머론
누이들 남색치마물결로 곱게 물든
하늘만 높네

 

ㅡ서지월 시 해란강에 와서전문.

 

 나는 우리 민족의 긍지를 다시한번 <시향만리> 출간식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붙들고 있는 민족정서가 세계화시대로 급변하고 있는 한국의 탈민족정서에 꺼지지 않고 있는 등불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세상에 등불이 어디 있느냐고 말 할지 몰라도 등불이 사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음 속에서 피어나 꺼지지 않고 빛을 발하는 민족얼로서의 정신사를 말하는 것이다.

 

 만찬장에서도 식당 아가씨들이나 총각들 모두 색동저고리 빛깔과 무늬의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참으로 고귀한 우리민족의 숨결을 연길 시가지 백산호텔에서 흠뻑 느낀 하루였던 것이다. <계속>

 

**서지월/시인. 1955년, 중국 맹상군과 대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 그리고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과 같은 생일인 음력 5월 5일 단오날 대구 달성에서 태어났다. 현재, 만주사랑문화인협회, 한중공동시잡지「해란강」편집주간.

 

◆연변시인협회 시총서「시향만리」출간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한국 서지월시인.(연길 백산호텔)

 

 

◆연변시인협회 시총서「시향만리」출간식 장면.(연길 백산호텔)

 

 

◆연변시인협회 시총서「시향만리」출간식 장면.(연길 백산호텔)

 

 

◆연변시인협회 시총서「시향만리」출간식 기념 촬영(연길 백산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