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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서정시]전은주 시-'밤비'

아미산월 2008. 5. 13. 00:50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간한《시향만리》(2007.7)창간호

[아름다운 서정시]전은주 시-'밤비'

 



전 은 주


온다는 기별이 없이
간다는 인사도 없이

고요가 잠든 밤
발걸음을 죽이고 오셨습니다

이른 아침
리별에 젖은 풀잎의 마음
한방울 이슬로 반짝입니다

아, 그대는 차라리
소나기되여 오시옵소서

**연변시인협회 시총서「시향만리」(창간호)에서
(연변대학 종소리문학회 편)

<시해설>

 



ㅡ내가 지난해 2007년 여름 연길시인협회 창립 1주년기념 행사 및 연변시협 총서「시향만리」(창간호) 출간식에 한국시인으로 초청 받아 갔을 때, 백산호텔 행사장에 들어서는데 반갑게 안내해 준 연변대학 종소리문학회 학생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 전은주양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대학생들과 같이 밝은 표정의 조선족 대학생들 보고 역시 '내 민족의 딸들이로구나!' 하는 감명을 받았으며 만주땅을 사랑하는 내 펄펄 뛰는 가슴에 꽃을 달아주었던 학생들이 아닌가.

늘 머리맡에 두고「시향만리」를 펼쳐 찬찬히 읽어보니, 거기 전은주양의 좋은 서정시를 한 편 발견한 것이다. <밤비>라는 시인데, 시를 좋아하며 시쓰기를 즐겨하면서 장차 중국 조선족문단에 참신한 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젊은 '니카문학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이다.

<밤비>라는 이 시는 전혀 평범한 작품이 아니다. 어떻게 잘 쓰여졌는가 보자. 밤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온다는 기별이 없이 / 간다는 인사도 없이'라 표현하며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잘 구사했으며, '고요가 잠든 밤'이 추상적 표현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별 무리 없이 쓰였으며, '발걸음을 죽이고 오셨습니다'라는 정중한 표현의 의인화도 빛나 보이는 대목이다.

'이른 아침 / 리별에 젖은 풀잎의 마음' 역시 추상적 표현이나 아주 썩 잘 구사한 문장으로 돋보인다. 간밤에 비가 왔기에 풀잎에 이슬이 맺혔다는 '밤비'와 '아침 이슬'의 상응관계가 바로 전은주양의 상상력에서 빚어진 사물에 대한 깊은 관조인 것이다. 거기다가 또 그 이슬을 맺히게 한 '풀잎의 마음'이라 한 것이다. '풀잎의 마음'이 무엇인가. 사람도 헤어지면 눈물방울 흘리지 않는가. 간밤에 비가 '발걸음을 죽이고' 와서는 떠나갈 때도, 첫연에서 이미 제시하고 있듯이 '온다는 기별이 없이' 왔으며, '간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살펴보면, 이 시를 기성시인들 작품 못지 않게 큰 울림을 주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마지막 연이다.

아, 그대는 차라리
소나기되여 오시옵소서

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구조가 그것이다. 아주 문장표현을 잘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은 사유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소나기되여 오시옵소서'이다. 이 놀라운 대목에 이르러 나는 깜짝 놀라고 소스라쳐 넘어져서 허리뿐만 아니라 온몸 다칠 뻔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간밤 온 비는 보슬비나 부슬비 이슬비 정도 아니겠는가. 오려면 차라리 '소나기 되어' 퍼부어라는 이 강렬한 육성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단 말인가. 서정시에서 이런 울림폭이 큰 표현은 과거 서정시인들의 시에서도 잘 찾아지질 않았던 대목이기도 하다.

그것도 아직 한창 꽃 피워 나가야 할 어린 꽃봉오리(미당 서정주의 표현을 빌면 '꽃송아리') 같은 대학생이 강렬한 표현으로 무리하지 않게 마지막 연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상상력은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는 프랑스 폴 발레리의 상징주의나 미당 서정주의 생명의식에 대한 앙양으로 읽힌다.

첫째, 연변대학 조문학부에서 석화(연변대학 조문학부 겸임교수)같은 시 잘 쓰는 뛰어난 선배를 만나 지도 잘 받은 영향으로 알며
둘째,한국의 경우 단군 이래 오천년 역사의 최대의 시인으로 평가 받고있는 서정주시인이 27세 무렵 거기 연길-용정에서 근 1년 남짓 머무르며 시를 썼는데(그래서 만고에 빛나는 첫시집「화사집」을 세상에 내놓았던 것이다) 그 기운이 스며있는 땅이라서 서정주와 같은 대담하면서 육감적인 시가 전은주양에게 옮겨가 쓰여지게 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시에서, '소나기 되여 오시옵소서'의 <소나기>라는 이미지 하나 때문에 이 시의 위상을 고고성으로 높혔으며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조금도 손색없는 완벽한 작품으로 여기기에 감히 소감이랄까 평이랄까 해설이랄까 내 이름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2008년 4월 22일 새벽 01시 31분에 쓰다/한국 서지월시인)

**[부연]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서정주의 시가 많으나 그 중에서도 <신부(新婦)>라는 시를 최고로 꼽는 시인들도 많은데(이는 현재 한국의 저명한 대가급 시인들도 서정주의 <신부>, <부활>, <동천>등을 꼽는다) 바로 그 <신부(新婦)>라는 시의 근원지가 만주땅이라는 놀라운 사실이다. 아시는가?

서정주시인을 자꾸 거론해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에 말하는데 잘 받아들이기 바란다. 문학평론가인 연세대 유종호교수는 '미당의 머릿속에 들어가면 시가 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까지 피력했고 보면 말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시를 잘 쓰야 하고 평론가는 평론을 수필가는 수필을 잘 쓰야 하지 않는가. 그게 이름에 값는 이유인 것이리라. 그리고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 하고 농사꾼은 농사를 잘 지어야 하며, 붕어빵 장수는 검게 타지 않도록 노릇노릇하게 붕어방을 잘 구워야지. 어머니는 밥도 잘 하고 빨래도 잘 하고 자식을 잘 키우는게 본분이듯이 말이다.

그리면 아버지는 돈을 잘 벌어와야 하겠구먼. 그런데 나는 전업시인으로 20년 넘게 글만 쓰며 살아왔으니 전혀 그렇지 못한데 큰일이다만..... 시인은 시를 잘 써야 옳은 일! 이해가 될지 모르겠구먼! 그럼 학생은 공부를 잘 해야 되는가? 맞는지.

<한국 서지월시인> 2008-04-22 05: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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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재^^
서지월선생님 안녕하세요^^
전은주입니다...

미당선생의 이름까지 들어서 평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늘 깨끗한 시심으로 보다 좋은 시작품을 쓸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아직은 부족한게 많은지라 많이 배우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석화선생님은 제 스승이랍니다~)

2008-04-22 22: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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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월
그래야지,석화시인이 전은주양의 스승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니
아주 기분 좋아. 그게 글쓰는 사람의 당당함이야. 그런 당담함이
평생 자신이 문학해 나가는데 큰 저력이 되지.
스승을 외면하는 이들이 많기에 해 두는 말이네

하나, 알으켜 주까? (우리 니카가족들도 알아 놓으면 좋을 거고)
한국에서 유명한시인인 정지용시인의 제자가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이고
서정주시인의 수제자가 박재삼 고은 황동규이지
박재삼시인은 돌아가셨는데 내 스승으로
한국 서정시의 새로운 비젼을 보여주신 분으로
대한민국 어떤 시인도 박재삼시인의 시를 보고는 다 깜짝놀라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시인으로 현존하는 고은시인과 황동규시인은
신경림(동국대학교 학생시절 미당 서정주선생한테 시를 배웠음)시인과 함께
가장 조명을 많이 받은 한국시인으로 꼽히고 있지
황동규시인의 널리 알려진 시로는 <즐거운 편지>가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시가 됐는데,그 시가
미당 서정주시인이 뽑아주어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지
고은시인의 시 <천은사 운>, 이 시도 굉장히 잘 썼는데
역시 미당 서정주시인이 뽑아주어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지
그래서 보면, 한국의 대시인 정지용과 서정주시인 두분은 문단 선후배사이인데
뽑아준 제자들이 다 시를 잘 써서 스승이 가도 없어도
주목 받는 시인이 되어있지,참 아름다운 일이지

유명한 일화는,
한국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소나기>의 작가 황순원선생 아들이
서울대 영문과교수였던 황동규시인이야
황동규시인은 스승 미당 서정주시인 생전에 한번도 빼놓지 않았을 정도로
새해 설만 되면 부인과 함께 한복 곱게 차려입고 스승께 새배간 분으로
아주 유명해!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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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芝月

다음.....................................

겁재^^가 뭔지?
문학하는 사람은 닉네임도 상징성을 띠면 좋고
필명을 가지고 닉네임을 써도 좋지
그런데 영 아닌 장난스러운 것은 소비적인 것이되지
문학하는 사람은 자신과 이름과 시가 늘 평생 함께 붙어다니기에
엉뚱한 닉네임 가지고 소비할 필요 없다고 생각되건든
필명을 공짜로 하나 지어주마, <전서린>이라 하라고
서(瑞)는 상서로울 서(瑞)이고 린(璘)은 옥빛 '린(璘)'이지
서광이 어리는 옥빛이라는 의미이지,그러니 서린(瑞)璘)이라 해도
아주 고상할 꺼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 이문열도 본명이 이열인데
이열→이문열
고은시인도 본명이 고은태이고 박목월시인도 본명이 박영종인데
고은태→고은
박영종→박목월
1930년 유명한 한국 소설가로
김혜경→이상
한국 가수 남진도 본명이 김남진인데
김남진→남진
한국 가수 나훈아도 본명이 최홍기인데
최홍기→나훈아
탈랜트 금보라는 본명이 손미자거든
손미자→금보라
한국에서 방랑시인으로 유명한 김삿갓은
본명이 김병연인데
김병연→김립,즉 김삿갓이 됐지

한국에서도 내가 아랫제자 시인들 필명을 50여명 거의 다 지어주었는데
남들이 더 좋다고 하더군,예를 들어 말하면

최준희→최별희(하나여성문학상,「진달래시회」시 당선)
정은희→정이랑(한국여성문학상,「문학사상」시 당선)
이은영→이은림(영남일보신춘문예,「작가세계」시 당선)
이향희→이채운(영남일보신춘문예,신라문학대상시 당선)
우분숙→우이정(근로문학상,「불교문예」시 당선)
이은숙→이별리(대구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윤혜숙→윤미전(대한신문신춘문예,「작가세계」시 당선)
김춘희→김삼경(「환경과 조경」시 당선)
정미화→정하해(「시안」시 당선)
서태희→서화경(「현대시」시 당선)
서정례→서하(「시안」시 당선)
천수호→천은리(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임경애→임경림(한국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서영희→서문지(「문학판」시 당선)
정남옥→정남향(영강문예상 시 당선)
임외자→임수련(영남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최혜영→최문리(대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김경희→김나경(신라문화제 시 당선)
박은숙→박율리(「진달래시회」시 당선)
김경윤→김서정(「현대시」시 당선)
강영숙→강가애(이육사문예공모 시 당선)
김주분→김화음(이상화문예공모 시 당선)
전태옥→전문호(「불교문예」시 당선)
이종백→이여명(농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등이야, 이름이 색다르고 역시 이미지가 있어야
한번 들어도 잊지 않고 각인이 되지
좋은 시구절 평생 잊지 않듯이 말이네  2008-04-23 01: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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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재^^
서린....^^ 감사합니다~~ 이쁘게 쓰겠습니다...

"겁재"가 니카에 등장한지는 어언 3년이란 세월~~~
"겁재"는 니카에 굳어진 제 이미지랍니다^^

저의 서예선생이시며
중국조선족의 첫 서예박사이신 서영근 선생님께서 지어준 "호" 도 있어요~
玄月 ...이라고~~

따뜻한 관심 감사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2008-04-23 20: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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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월 
**전은주양의 <玄月>이라는 호도 참 좋구먼!
안 그래도 전은주양 스승인 석화시인이
ㅡ'고맙습니다. 우리 은주양 필명도 지어주시고.. '
하고 답이 왔더구먼. 2008-04-23 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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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芝月

##[문학해 나가면서 알아두어야 상식]----------

우리가 문학해 나가면서 알아두어야 상식이 여럿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필명에 대해 말해 드리지요
<필명>과 <호>는 전연 다릅니다.
미당 서정주 라 할 때 앞의 <미당>은 호입니다.
한국 고등학교나 대학시험에서는 박두진시인의 대표시 <해>를 시험문제로 출제해 놓고
박두진시인의 호를 묻는 질문이 자주 나오는데
박두진시인의 호는 <혜산(兮山)>입니다.
그러니까 미당 서정주라 할 때 <미당(未堂)>은 호(號)입니다.
즉, 필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서정주시인과 박두진시인은 호는 있고 필명은 없는 셈이지요.
호도 있고 필명도 있으면 더 좋겠지요만 그러나
함부로 되는 성격이 아니기에 말입니다.

조동탁(본명)→조지훈(필명)
박영종(본명)→박목월(필명)
이 두 분은 청록파시인으로 한국에서는 서정시의 대단한 족적을 남긴 시인들인데
이럴 경우, <지훈(芝薰)>과 <(목월)木月>은 필명이 됩니다.
한국에서 민주화에 앞장 선 시인으로 유명한 김지하시인이 있는데
본명이 김영일입니다. 진부하지요.
<지하(芝河)>라는 필명을 써서 김지하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호(號)는 이름의 성씨(姓氏) 앞에 오고, 필명은 성씨(姓氏) 뒤에 놓입니다.

최홍기(본명)→나훈아
손미자(본명)→금보라, 그리고 한예슬같은 연예인들의 경우는
필명이라 하지 않고 예명이라 그럽니다.

또, 호(號)는 옛부터 스승이 제자라고 마구 지어주는게 아니라
인간됨됨이와 학문적 깊이가 어느 정도 되어 인정이 되었을 때
의미있는 뜻을 품고 있는 호(號)를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자신이 호를 스스로 짓는 경우 있는데 이럴 경우
아호라 그러지요.
혼돈이 오갈 수 있으니 참고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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