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월詩論]서정의 질그릇이 빚어내는 아름다움/박태상(문학평론가)
서정의 질그릇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서지월 시 「비슬산 참꽃」 의 의미
한국방송대 울산지역대학장 박 태 상(문학평론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서지월 시인은 가장 전형적인 서정시인이다. 시인 치고 서정성을 강조하지 않는 시인이 없겠지만, 서시인은 유독 김소월 - 서정주 - 박목월로 이어지는 한국의 전통적인 에스프리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주류 서정시인이다. 서시인과의 첫 만남은 1994년『 현대문학』에서 서평을 청탁해 와서 11월호에 게재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 이후 작년의 제2회 미당 서정주 문학축제에서의 만남까지 아름다운 우정이 14년간 지속되고 있다. 서지월시인의 대표작은 「소월의 산새는 아직도 우는가」라고 할 수 있다. 소월의 서정시를 패러디한 이 시에는 아름다운 민족의 숨결과 끊임없는 조국 산하에 대한 숭고한 마음을 현대에서 되찾겠다는 전통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배어져 나온다. 이러한 세계관에는 투명하고 순수한 우리 가락의 흥겨움과 피눈물을 뿌리며 가슴을 부여잡고 슬피 우는 한의 정서를 씨줄과 날줄로 짜서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고 하는 시인의 각고의 노력이 담겨져 있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하이네도 좋고 릴케도 좋고 바이런도 좋고 구르몽도 좋지만 우리의 산에서 우리와 같은 밥을 먹고 우리와 같이 눈물을 흘리며 핍박받아 오던 시대의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
-서지월, 「소월의 산새는 아직도 우는가」 일부
서지월 시인이 김소월에서 나왔지만, 김소월에 머물지 않고 김소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유는 시 「나는 마차를 끌고 싶다」에서 단순한 서정과 미학을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적 위상과 의미에 대해 반추해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초기, 중기 시의 특징은 오늘 시비를 제막하는 「비슬산 참꽃」에서도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첫째,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골마을의 초가집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꺼리를 끄집어낸다. 시골집에는 대가족제도하의 농경사회의 전통이 묻어나온다. 분명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 주머니와 노동을 중시하는 철학, 그리고 손자손녀 사랑의 미풍양속이 마음속에 그려질 것이다.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는 소리의 공명효과만을 고려한 표현이 아니고, 동양화가 주는 여백의 미학을 부가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초가집 한 채씩 이태백 달 밝은 밤 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소리
-서지월, 「비슬산 참꽃」 일부 둘째,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보릿고개와 수탈당하고 핍박 받은 고통의 역사를 고스란히 재현하되, ‘얼굴 붉히고 /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라고 전통무용의 춤사위로 형상하거나 다소곳한 부끄러움의 미학으로 처리하고 있어 미적 범주 중에서 비애미를 극복하고 우아미로 승화시키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셋째, 「비슬산 참꽃」은 총 4연이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지며 시적 상승효과를 보이면서 총체성을 지니고 있다. 1연은 ‘다듬이 소리’를 매개로 한 청각작용, 2연은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에서 춤사위를 응용한 율동적 시각, 3연은 ‘한 떨기 꽃 속에 초가집 한 채씩과 ‘다듬이 소리’의 복합작용을 통한 시청각의 통합효과를 구사하여 민속적 소재를 예술적 흥취로 맛갈 나게 형상화하고 있다. 마지막 4연에서는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에서 고려속요의 리듬 차용을 통한 우리 민족 특유의 전환의 미학(한-흥)과 ’흰 적삼 한껏 붉은 참꽃물‘에서의 시각적 미학의 통합효과를 다시 반복하여 고통을 정화시키고 신바람 나는 미래를 떨쳐나가는 강인한 민족성을 꽃상징과 색채감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요약하면, 서지월 시의 감칠맛은 자연과 인간, 소리와 율동, 색채와 리듬, 광기와 일상생활, 선적 침묵과 동적 쾌활함, 고풍과 현대성, 계절적 순간성과 자연적 영원성의 우주적 이분법적 대립 항을 계열화하고 통합화하여 ‘화융의 미학’을 생활자기로 빚어내어 독자들 앞에 탐스럽게 내놓고 있는데서 드러난다. 서정시의 아름다움을 이 이상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의 찬탄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시적 계보측면에서 정지용 - 조지훈 - 신경림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아름다움과 민중적 흥취를 조화시킨 전통의 계승은 시인 서지월을 한국문학사에서 순수 서정시의 굳건한 초석으로 자리 잡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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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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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상 학장은 연세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MSU)에서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한국방송대 울산지역대학장 겸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에서 8년 동안 「대중문화론」, 「북한의 언어론」, 「북한문학예술론」, 「북한의 현장연구」,「북한학연구방법론」 등을 가르쳤다. 문학평론집으로 「전통부재시대의 한국문학」, 「엽기, 패러디 시대의 한국문학」 등과 영화평론집 「영화, 어떤 문화코드로 읽을 것인가」를 펴내면서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면서 NGO활동인 통일네트워크 <보통강> 회장, 동아일보 <건강한 인터넷>국민운동본부장, (통일부 )<서울평양학회> 부회장, 계간 「통일문학 」 편집위원, <지용회> 운영위원, 재단법인<울산 국립대 발전범시민지원단> 이사 등을 동시에 맡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문화와 예술」, 「북한문학의 사적 탐구」, 「북한문학의 현상」, 「북한문학의 동향」, 「한국문학의 발자취를 찾아서」, 「한국문학과 죽음」, 「엽기, 패러디 시대의 한국문학」, 「박태상의 동유럽 문화예술 산책」, 「현대 북한의 연구」(공저), 「문학비평론」, 「살아있는 신화, 황진이」(공편) 등 26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