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추모제 낭송시▨<서지월,서정주시인 편>
▨미당추모제 낭송시▨<서지월시인 편>
「미당추모제」낭송시/서지월
♣눈발을 보며
서 지 월
인간의 德 없이 살다간
未堂을 생각하며
풀풀풀 날리는 눈발을 본다
저 눈발들 기약없는 客처럼 와서는
우리네 사는 세상 잠시 눈 씻게 하겠지만
왜 그리들 잘났는지
스승이 걸어온 구부정한 길
스승이 걸어간 무거웠던 길
그러나 客들만 붐볐을 뿐
客들만 눈 쌓여 눈 씻게하는
葬地에서 고개 떨구었을 뿐
아, 뵈지 않는 인간들이여
스승이 구부정하면 그 제자도
함께 가는 마음이어야 하는 법
스승이 무거운 짐 졌다면
제자 역시 그곁 떠나지 않아야 하는 법
法道없는 세상에 다시는
눈이 찾아 오지 않을 것 같다
♣저 흰 꽃잎
서 지 월
저 흰 꽃잎 좀 봐!
무겁게 내려앉는 붉은 꽃잎이 아니라
스민 것은 모두 버리고 가볍게 흩날리는
저 무명적삼같이 바람에 날리는……
나는 보았지
봄날의 연두빛 잎과 노랑나비를
그리고 철쭉꽃같은 분홍의 꽃잎을……
아니면 숨가쁘게 울어대는
여름날의 매미소리와 짙은 녹음의 무장을……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이 때론 즐겁고 쓸쓸키만 하듯
손내미는 단풍들의 잡히지 않는 하늘속에
기러기처럼 가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더란 말인가
아, 저 흰 꽃잎!
세상걱정 모두 잊은 듯
멀어져 가는 발걸음 앞에 두 손 모으듯
쌓여서 조금도 아플 것 없는 저 몸뚱아리들!
좀 봐!……
♣극락에서 未堂先生님께서 하신 말씀
서 지 월
芝月이 자네가 내 문학상 추천위원 되었다고
했지, 음 그래 그거 참 잘된 일이야
자네도 시를 보는 눈이 남다르니까 능히
좋은 시인을 추천할 걸세
그리고 말일세 芝月이 자네에겐 물론
대선배 시인이지만 살아생전에도 이 스승을
애먹여 온 高銀이 있잖은가 잘 있는지
또 말이야, 설날이면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한복 단정히 입고 부부가 안 빠뜨리고서
내게 새해인사 하러 왔던 黃東奎를 芝月이
자네에게 늘 자랑해 왔듯 그도 잘 있는지
내 생전에도 자식보다 나은 자네였으니
두루 잘 지내길! 나 없어 심심한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비바람 천둥 없는
극락이 그지없이 편하긴 하구먼
그래도 이승의 사람들 궁금하고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네 다음에 또 연락함세
잘 있게나
* 중앙일보사가 제정해 해마다 시상하는 『미당문학상』
을 일컬음. 고은, 황동규 시인은 미당 서정주시인의 제자로 한국시단
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해도 좋은 현 한국 시단의
거목으로 평가받고 있음.
♣未堂 살았을 적
서 지 월
未堂 살았을 적
진달래꽃 휘어진 꽃가지가
소뿔에 얹혀 산굽잇길 돌아오고
未堂 살았을 적
하늘 위에는 끼르릉 끼르릉
달밤을 가르는 두루미들이
바닷길을 열었네
未堂 살았을 적
나는 손톱밑에 밀리는
때만큼한 아이로 남아
밥투정하고 있었는데
未堂 살았을 적
초승달도 보름달도 마음대로
차올랐다 기울어지기 일쑤였는데
아아, 나무지팡이 짚고
뒤돌아 보며 빙그시 웃으시며
걸어가신 분이셨는데
♣오천년을 살아오신 분
―未堂 徐廷柱선생님 앞에서
서 지 월
아, 보아라
지금은 빠져나갔던 밀물들이 일제히 몰려드는 시간
영산홍이 스르르 물결을 친다
밀려난 뱃머리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오고
어머니는 따뜻한 국밥을 지어 상에 올린다
수천만 마리의 새끼들을 데불고
수천 만년 전 가마솥같은 종소리 마을어귀에서 들려오면
물동이에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오던 처녀는
모시밭 사잇길에서 임을 만나고
그제서야 땅에서는 오, 꿈틀거리는 저 찬란한 단청빛
꽃뱀이 코고무신 에워싸며
하늘에서는 해와 달이 번갈아 지나가는 푸른 하늘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의 하모니로
끼르릉 끼르릉, …… 학두루미들
제집에서 입고 온 옷들을 두루 벗고서
일제히 비상을 한다
아, 보아라 보아라
이제는 피비린내의 꽃밭을 돌아서
풋풋한 산노루떼의 언덕을 넘어서
저 자욱한 질경이풀 지슴길을 지나서
오고 계시는 분!
국화꽃을 피워서 이 나라 이 하늘을 더욱 맑게 하시고
귀촉도 울음 울어 이 나라 이 땅을 더욱 기름지게
가꾸어 오신 분!
오천년 역사의 바람 되시어
쏴아 쏴아, 신라의 숲을 어루만져 오신 분!
잉잉거리는 한낮의 벌과 나비와 꾀꼬리 그 모든 것들 데리고
선덕여왕과 춘향이와 금녀, 초록저고리 다홍치마의 신부를 데리고
흰 무명두루마기 옷자락 날리며
다시 질마재를 넘어서 덩그렁 덩그렁
풍경을 단 소처럼 쇠방울 울리며
진달래 꽃가지 소뿔 위에 피워 구부정한 길로 오고 계시는 분!
왼갖 짐승들은 땅위에서 일어나는 일로 저마다 나팔을 분다
뚜왈랄라, 뚜왈랄라, …… 불어제끼는 나팔소리 속에는
깊은 우물물도 넘쳐나와 환한 웃음 내보이고
길을 가던 저기 저 보름을 굶은 아이도 인제는 방긋 웃는다
칡꽃 위의 뻐꾸기, 이런 날은 부처님도
뻐꾸기 몇 마리 불러 무릎 위에 앉혀놓고 내려다 보신다
아, 쑥과 마늘을 드시고
새로이 오천년을 살아오신 분!
기왓장 너머 보름달 차오르듯 이 나라 이 땅에
오신 넉넉한 분이시여
♣누워서 가시옵니까
ㅡ未堂 서정주선생님 영전에
서 지 월
한 세상이 고달퍼서 누워서 가시옵니까?
지금은 노오란 국화꽃도 다 져버리고
하늘나라에서는 흰눈을 내리시어
萬古江山이 왼통 흰 홑이불을 포근히 덮은 듯
그렇게 눈 감으시고서 선생님께서는
꾀꼬리와 꾀꼬리 어린것들의 지저귀는 소리,
저 언덕 너머 달밤의 소쩍새 피뜯는 소리, 천지간 갈라지던
학두루미떼들의 진동소리, 이 모든 것들 이제는
접어시고서 우리가 모르는 선생님만의 나라로 가셨으니
아, 세상은 왜 이리 재미없고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소복 입은 채 말없을 뿐이옵니다
아직도 살아있는 이들은 대시인을 꿈꾸고
보다 나은 구름을 잡으려고 분주히들 뛰어갑니다
「한국시인의 완성」이라는 대의명분 이룩하셨으니
국경을 넘어 폴 발레리,보들레르,이태백,두보
그런 분들과도 자유롭게 만나보시고 친구 되시옵소서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녘 삼만리……」
제가 문안 가서 대신 읊어드린 시 <귀촉도> 들으시고
빙긋이 웃으시며 기뻐하시던 모습 그게
마지막 될 줄 몰랐으며 꽃상여 타시고
누워서 질마재 산언덕 오르실 때
그 앞을 치달아 가며,
「지월이, 자네가 여기까지 따라왔구나!」
하시는 말씀 하늘로부터 받아 들었습니다
한 세상 고달퍼서 누워서 가신 선생님 앞에
저는 걸어서 가 한줌 이 땅의 흙 얹어드리며
비로소 그 무게 가벼운 것 그때 알았습니다
강이 휘어잡는 물굽이도 학이 날으는
드센 바람의 향연도 이젠 풀어놓으시고
오천년 하늘속을 편히 쉬옵소서
∴∴∴∴∴
▨미당추모제 낭송시▨<서정주시인 편>
「미당추모제」낭송시/ 김명음 외
#서지월이의 홍시
미당 서정주
대구의 시인 서지월(徐芝月)이가
"자셔 보이소" 하며
저희 집에서 딴 감을 가져왔기에
보니 거기엔
山까치가
그 부리로 쪼아먹은
흔적이 있는 것도 보여서
나는 그걸 골라 먹으며
이런 논아 먹음이
너무나 좋아
웃어 자치고 있었다.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 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水帶洞詩(수대동시)
서정주
흰 무명옷 가라입고 난 마음
싸늘한 돌담에 기대어 서면
사뭇 숫스러워지는 생각, 高句麗(고구려)에 사는 듯
아스럼 눈감었든 내넋의 시골
별 생겨나듯 도라오는 사투리.
등잔불 벌써 키어 지는데-----
오랫동안 나는 잘못 사렀구나.
샤알·보오드레-르처럼 설ㅅ고 괴로운 서울女子를
아조 아조 인제는 잊어버려.
仙旺山(선왕산)그늘 水帶洞(수대동) 十四번지
長水江(장수강) 뻘밭에 소금 구어먹든
曾祖(증조)하라버짓적 흙으로 지은집
오매는 남보단 조개를 잘줍고
아버지는 등짐 서룬말 젔느니
여긔는 바로 十年전 옛날
초록 저고리 입었든 금女, 꽃각시 비녀하야 웃든 三月의
금女, 나와 둘이 있든곳.
머잖아 봄은 다시 오리니
금女동생을 나는 얻으리
눈섭이 검은 금女 동생
얻어선 새로 水帶洞 살리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덕거리며 나는 왔다.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서정주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까투리 매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
괜찬타,…괜찬타,…괜찬타…괜찬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낮이 붉은 處女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運命들이 모두다 안끼어 드는 소리.…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이 애기 작은이얘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끼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山도 山도 靑山도 안끼어 드는 소리.…
#바다
서정주
귀기우려도 있는것은 역시 바다와 나뿐.
밀려왔다 밀려가는 무수한 물결우에 무수한 밤이 往來하나
길은 恒時 어데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다.
아- 반딪불만한 등불 하나도 없이
우름에 젖은얼굴을 온전한 어둠속에 숨기어가지고……너는,
無言의 海心에 홀로 타오르는
한낫 꽃같은 心臟으로 沈沒하라.
아- 스스로히 푸르른 情熱에 넘처
둥그란 하눌을 이고 웅얼거리는 바다,
바다의깊이우에
네구멍 뚤린 피리를 불고…… 청년아.
애비를 잊어버려
에미를 잊어버려
兄弟와 親戚과 동모를 잊어버려,
마지막 네 게집을 잊어버려,
아라스카로 가라 아니 아라비아로 가라
아니 아메리카로 가라 아니 아프리카로
가라 아니 沈沒하라. 沈沒하라. 沈沒하라 !
오- 어지러운 心臟의 무게우에 풀닢처럼 흣날리는 머리칼을 달고
이리도 괴로운나는 어찌 끝끝내 바다에 그득해야 하는가.
눈뜨라. 사랑하는 눈을뜨라…… 청년아,
산 바다의 어느 東西南北으로도
밤과 피에젖은 國土가 있다.
아라스카로 가라!
아라비아로 가라!
아메리카로 가라!
아푸리카로 가라!
#난초(蘭草) 잎을 보며
서정주
그늘과 고요를 더 오래 겪은 난초 잎은
훨씬 더 짙게 푸른 빛을 낸다.
선비가 먹을 갈아 그리고 싶게 되었으니
永遠도 인젠 아마 그 戶籍에 넣을 것이다.
가난과 괴로움을 가장 많이 겪은 우리 同胞들은
가장 깊은 마음의 水深을 가졌다.
하늘이라야만 와서 건넬만큼 되었으니
하늘이 몸 담는 것을 잘 보게 될 것이다.
난초 잎과 우리 어버이들의 마음을 함께
보고 있으면
人類의 五億三千二百萬年쯤을
우리는 우리의 하루로 하고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도 한 芥子씨는 芥子씨겠지만
이 세상 온갖 芥子씨들의 매움을 要約해 지닌
더 없이 매운 芥子씨이고자 한다.
#눈 오시는 날
서정주
내 戀人은 잠든지 오래다.
아마 한 千年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 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나......
눈은 와서 내리 쌓이고,
우리는 제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곁에 누어있는 여자여.
네 손톱 속에 떠오르는 초생달에
내 戀人의 꿈은 또 한번 비친다.
#상리과원(上里果園)
서정주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漢江水나 洛東江上流와도 같은 隆隆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골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질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트리는 몸뚱어리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네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팩이뿐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와 다리 발ㅅ굼치에까지도 이뿐 꽃숭어리들을 달았다. 맵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 새끼들이 朝夕으로 이 많은 기쁨을 대신 읊조리고, 十數萬마리의 꿀벌들이 왼종일 북치고 소구치고 마짓굿 올리는 소리를 허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속에 묻혀 자기도하는것은 참으로 當然한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랑할려면 어떻게했으면 좋겠는가. 무쳐서 누어있는 못물과같이 저 아래 저것들을 비취고 누어서, 때로 가냘푸게도 떨어져네리는 저 어린것들의 꽃닢사귀들을 우리 몸우에 받어라도 볼것인가. 아니면 머언 山들과 나란히 마조 서서, 이것들의 아침의 油頭粉面과, 한낮의 춤과, 黃昏의 어둠속에 이것들이 자자들어 돌아오는 ──아스라한 沈潛이나 지킬 것인가.
하여간 이 한나도 서러울것이 없는것들옆에서, 또 이것들을 서러워하는 微物하나도 없는곳에서, 우리는 서뿔리 우리 어린것들에게서 서름같은 걸 가르치지말일이다. 저것들을 祝福하는 때까치의 어느것, 비비새의 어느것, 벌 나비의 어느것, 또는 저것들의 꽃봉오리와 꽃숭어리의 어느것에 대체 우리가 행용 나직이 서로 주고받는 슬픔이란것이 깃들이어 있단말인가.
이것들의 초밤에의 完全歸巢가 끝난뒤, 어둠이 우리와 우리 어린것들과 山과 냇물을 까마득히 덮을때가 되거든, 우리는 차라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제일 가까운곳의 별을 가리켜 뵈일일이요, 제일 오래인 鐘소리를 들릴일이다.
#부활(復活)
서정주
내 너를 찾어왔다 ---- 臾娜. 너참 내앞에 많이있구나 내가 혼자서 鐘路를 거러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오는구나. 새벽닭이 울때마닥 보고싶었다 ---- 내 부르는소리 귓가에 들리드냐. 臾娜. 이것이 멫萬時間만이냐.
그날 꽃喪卓 山넘어서 간다음 내눈동자속에는 빈하눌만 남드니, 매만저볼 머릿카락 하나 머리카랏 하나 없드니, 비만 자꾸오고 ---- 燭불밖에 부흥이 우는 돌門을열고가면 江물은 또 멫천린지. 한번가선 소식없든 그 어려운 住所에서 너무슨 무지개로 네려왔느냐. 鐘路네거리에 뿌우여니 흐터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볓에 오는애들. 그중에서도 열아홉살쯤 스무살쯤 되는애들. 그들의눈망울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드러앉어 臾娜 ! 臾娜 !臾娜 ! 너 인제 모두다 내앞에 오는구나
#新婦
未堂 徐 廷 柱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 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 * * * *
만주에서
서정주
참 이것은 너무 많은 하눌입니다. 내가 달린들 어데를 가겠읍니까. 紅布와같이 미치기는 쉬웁습니다. 멫 千年을, 오ㅡ 千年을 혼자서 놀고온 사람들이겠습니까.
鍾보단은 차라리 북이있읍니다. 이는 멀리도 안들리는 어쩔수도없는 奢侈입니까. 마지막 부를 이름이 사실은 없었읍니다. 어찌하야 자네는 나보고, 나는 자네보고 웃어야하는것입니까.
바로 말하면 하르삔市같은것은 없었읍니다. 자네도 나도 그런것은 없었읍니다. 무슨 처음의 복숭아꽃 내음새도 말소리도, 病도, 아무껏도 없었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