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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FM ]<한민족 대서사시>서지월 시-「조선의 눈발」(이대희 낭독)

아미산월 2015. 3. 21. 21:56

[MBC FM ]<한민족 대서사시>서지월 시-「조선의 눈발」(이대희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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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대서사시]서지월 시-「조선의 눈발」

-MBC FM 이대희 낭독

 

조선의 눈발

 

서 지 월

 

나는 지금 세계의 가장 평안한 소달구지에
실려가고 있다

 

아침 상(床) 받으면
풋풋한 생채나물
그 미각을 더불어
어린 날의 서당골 물푸레나무
결 고운 길을 따라
잠 덜 깬 포대기 속 아이의
꿈결같이 굴러가고 있다

 

우리가 닿아야 할 예지의 나라
순은의 밀알들,
바다와 강이 놋요강처럼 놓이고
능(陵)은 풀잎처럼 잠든다

 

문경새재에 눈이 내리면
청솔가지 꺾어들고 오는
하얀 버선코,


사슴의 무리가 눈을 뜬다
지붕밑 동박새가 살을 부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눈은 내리고
누군가 흰 고무신 눈발속을
조심조심
미끄러져 가고 있다

 

아침 신문 유액 위 '조선통사(朝鮮通史)'가 빛나고
한 술의 배고픔보다 천 근의 무게로 울려올
우리의 풍악소리.....
몇 백년쯤의 뒷날을 다시 생각노니,

 

지금 나는
세계의 가장 평안한 소달구지에 실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잘도 넘어간다


*출전: [한국문학]1986년 8월호, 신인작품상 당선시.

 

**서지월씨의「조선의 눈발」을 뽑는다. 차분하면서 프렛시한 정감을 담은 말이 제자리 잘 얹혀 훌륭하고 멋진 톤으로 이어져 있다. 역사를 보는 눈이 케케묵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가미하여 따뜻하게 울려온다. 이만한 안목이나 가락이라면 능히 새로 문단에 소개하여 제 몫을 단단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 든든한 시인을 얻었음을 기뻐한다.
-[한국문학]1986년 8월호,「全鳳建,朴在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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