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강연]서지월시인, 경상북도공무원교육원 문학강연!
[문학/강연]서지월시인, 경상북도공무원교육원 문학강연!
▲ 서지월 시인.
-서지월(52세)시인은 오늘 11월 1일(수요일) 오후1시~4시까지
경상북도공무원교육원 초청, 참살이휴테크과정으로 경상북도 도민 150여명을 대상으로
<문학과 지역성> 이라는 주제로 3시간 동안 문학특강의 시간을 갖는다.
가장 민족적이며 전통적인 시를 남달리 써온 서지월시인은
이날 지역성이 두드러지는 자신의 시 <팔조령에서의 별보기>,
<비슬산 참꽃>, <조선의 눈발> 을 비롯해 윤미전 시 <다부재 길따라>,
김소월 시 <진달래꽃> ,서정주 시 <선운사 洞口>, 고은 시
<문의 마을에 가서>, 송수권 시 <지리산 뻐꾹새>,
그리고 중국 조선족 시인인 남영전 시 <봇나무> 등을 소개한다.
▲ 윤미전 시인.
경북 왜관에 거주하는 윤미전시인의 시 <다부재 길따라> 시낭송,
그리고 작품세계에 대한 견해도 각각 듣는다.
**원문(문학강연 자료) 참조
[경상북도 공무원교육원 문학강연]
<강연 자료>
문학과 지역성
서 지 월
[1]김소월 시인의 경우
김소월시인이 평안북도 정주 곽산 산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며 지역정서를 민족정서로 승화시킨 시를 많이 남겼는데 그 대표적인 시가 <진달래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영변에 약산 가시는 걸음걸음 나 보기가 역겨워
ㅡ김소월 시 <진달래꽃> 전문.
이 시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민요적인 전통율격을 가졌다는 것과 진달래꽃이라는 자연 친화적인 친근감이 주는 고유정서,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기회에 짧았지만 불운했던 김소월의 인생행로를 보면 이렇다. 아버지 김성도와 어머니 장경숙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외가에서 태어나 백일이 지난 뒤, 평안북도 정주군 곽산면 남서동 본가로 돌아왔다. 2세때 아버지가 친척 잔치집에 간다고 말안장 뒤에 쇠고기를 싵고 가다가 검문에 의해 일본순사에게 모질게 폭행을 당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쇠고기가 실린 채 말만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후 아버지는 정신이상자가 되자 할아버지가 대신 어린 김소월을 돌보게 되었던 것이다.
[2]서정주 시인의 경우
단군이래, 그러니까 우리민족이 뻗어온 오천년 역사 속에 최대의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는 시인으로 미당 서정주시인이 자리하고 있다. 서정주는 서구적인 상징적 기법을 탁월하게 잘 활용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민족정서를 잘 버부려 시를 써온 보기 드문 시세계를 펼쳐왔는데 서정주시인의 민족정서는 국선사상과 깊게 닿아있다. 쉽게 말하면 고유정서를 가장 높은 경지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시인이라는 말이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재와 다홍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ㅡ서정주 시 <신부>전문.
민간설화를 가지고 시로 읊었는데, 서정주의 머릿속에 들어가면 시가 되지 않는 게 없다고 말한 연세대 유종호교수의 말같이 멋드러진 산문체 가락으로 풀어내고 있다. 첫날밤 신부에 대한 오해로 신랑을 떠났지만 혼례를 치른 이상 평생을 혼자 살아가야 하는 한국여인의 한(恨)을, 그리고 우리민족 고유색상인 ‘초록저고리’와 ‘다홍치마’를 도입함으로써 한 편의 문학작품을 넘어서서 우리의 고유문화의 맥을 잇는 위대한 유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북 고창 선운사 들어가는 입구에 <선운사 洞口>라는 서정주 시비가 세워져 있다.
禪雲寺 고랑으로
ㅡ서정주 시 <선운사 洞口>전문.
위에서 보듯 지역정서를 잘 살린 대목이 나오는데 판소리의 동편제 가락인 ‘육자배기’가 그것이다. 전북 고창은 조선조 명기 이매창을 비롯해 인촌 김성수 같은 정치가, 단재 신재효 김소희 같은 판소리 대가, 전봉준 같은 혁명가 등 다혈질의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선운사 또한 한국불교문화의 요람인데 백파스님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으며 선운사 비림에는 ‘백파율사대기대용지비’ 라는 추사 김정희가 내린 추사체 비석도 눈에 띈다.
[3]고은 시인의 경우
고은시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시가 있는데 <문의 마을에 가서>이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ㅡ고은 시 <문의 마을에 가서>전문.
역시 뛰어난 언어구사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다든지,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끝까지 사절하다가 /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등의 관조적 표현들이 그것이다.
[4]송수권 시인의 경우
김영랑의 나긋나긋한 남도정서를 이어받아 선의 굵고 힘찬 남도정서로 재구성해 보이고 있는데 남도를 대표하는 전통시인을 꼽는 데는 송수권 시인이 독보적으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민족정서 중에 남도정서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낸 걸출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 대표작으로 <지리산 뻐꾹새>를 꼽을 수 있다.
여러 산봉우리에 여러 마리의 뻐꾸기가
지리산 下
지리산 中
봄 하룻날 그 눈물 다 슬리어서
ㅡ송수권 시 <지리산 뻐꾹새>전문.
보라. 가장 한국적인 새소리 중의 소리인 뻐꾹새 소리가 지리산을 왼통 붉게 물들게 하고 있다. 거기 ‘한 소리 없는 강이 열리’는데 섬진강이다. 그러니까 지리산 뻐꾹새와 철쭉꽃 그리고 섬진강의 조화가 일품인데 ‘이승의 서러운 맨 마지막 빛깔’은 우리민족 한(恨)의 빛깔 다름 아닌 것이다.
[5]서지월 시인의 경우
나 역시 김소월과 다름없는 대구 가창 산골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시를 써 오며 살아가고 있다. 가창에서 청도를 넘어가는 팔조령이라는 산고개가 있는데, 젊은 날 나는 무수히 그 산 고개를 넘어 젊은 날 방황의 시간을 청도 금촌못에 가 낚시를 하며 소일했는가 하면, 청도에서 대구 우시장으로 소 팔러가는 쇠방울 소리를 들으며 문학 청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우리는 팔조령에 별을 보러 갔지요
ㅡ서지월 시 <팔조령에서의 별보기> 전문
물론 <팔조령에서의 별보기> 이 시는 별이 가장 맑고 선명하게 보이는 밤에 팔조령에 올라 그 풍광의 운치를 읊은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있는 시이니 더없는 보람을 가지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나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의 눈발>이라는 시가 또 있는데 1986년 <한국문학> 신인작품상에 당선된 시로 감히 나의 출세작으라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세계의 가장 평안한 牛車에
아침 상 받으면
우리가 닿아야 할 예지의 나라
문경새재에 눈이 내리면
아침 신문 유액 위 '조선통사'가 빛나고
지금 나는
ㅡ서지월 시 <조선의 눈발> 전문.
역시, 이 시에서는 지역역서와 민족 고유정서 그리고 역사의식까지 가미한 웅장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문경 새재 역시 영남의 대표적인 산고개이며 서울로 과거 보러 가는 벼슬길의 관문으로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가는 벼슬길이었는데 그걸 나는 놓치지 않고 한 편의 시로 썼던 것이다.
진달래꽃 속에는 조그만
기름진 땅 착한 百姓
꽃이야 오천년을 흘러 피었겠지만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山川草木
ㅡ서지월 시 <비슬산 참꽃>전문.
이 시의 원제는 <진달래 산천>으로 오세영시인에 의해 중앙일보에 소개된 작품이기도 하다. 온 국민이 봄날이면 가슴이 들떠고 마을마다 골짜기마다 수 천년 함께해 온 꽃이 진달래 즉 참꽃인 것이다. 봄날 만산홍을 이루는 풍경은 유구한 역사속 한국민의 최대 정서로 자리한 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소월의 시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달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니, 진달래에 대한 정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민족이 우리 민족일 것이다.
[6]윤미전 시 <다부재 길따라>
칠곡 왜관에 가면 다부재가 있으며 또 6.25사변 때 낙동강전투로 인해 끊어진 철교가 회한의 뼈대처럼 남아있다. 우리민족 최대의 비극이라는 6.25 사변 그 동족상잔의 상흔이 거기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나,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며 없었던 것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그게 역사이며 되새기며 나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사명인 것이다.
굽이마다 돌아앉은 다부재 길따라
발길마다 돌아앉은 다부재 길따라
총성도 그치고 세월도 흐르고 흘러
ㅡ윤미전 시 <다부재 길따라> 전문.
다부재는 6.25사변의 낙동강 전투 막바지 기점이 되기도 했던 한국전쟁 상흔의 현장이며, 경북 왜관-칠곡을 잇는 그 지역민의 고유정서가 되어왔다. 지금도 다부재는 흰 쌀밥같은 `조팝꽃무더기’를 피우고 있는 것 보면, 그냥 지나치며 지나갈 고개가 아닌 것이다. 왜관 거주 여성시인인 윤미전 시인이 시를 썼으며 계명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창작가곡으로 작곡되어 노래로 불려지게 되어 한층 다부재에 대한 역사적 소명의식과 지역적 특성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의 옛 시골, 세월은 흘러 세상은 많이 변하고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바로 지역민의 면면한 정서가 묻어있는 산고개인 것이다. 폭설이 내려도 소나기가 퍼부어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의 굳굳한 모습으로 버티어 자리 지키고 있는 이 다부재가 이제는 문학작품과 예술가곡의 공간적 무대로 새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민족 또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 시대의 한과 넋이 서려있는 풍정의 세계인 것이다. 유달리 가난과 시련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의 지난했던 삶의 숨결이 가곡 다부재를 통해서 새롭게 선보여 주고 있다 하겠다.
[7]남영전 시 <봇나무>
역시 중국 만주땅에서 대형문예잡지 《장백산》 총편을 맡고 있으며 길림 신문사 사장으로 있는 남영전시인의 시 <봇나무>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붓나무가 바로 만주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조선민족의 끈질긴 삶을 만주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봇나무에 아주 잘 비유하고 있다.
바람의 채찍질에 등이 구불고
근육은 불거져서 돌뼈가 되고
하늘은 너에게 공정치 못하건만
돌바위에 뿌리박은 부락들이네
봇나무여 봇나무
ㅡ남영전 시 <봇나무> 전문.
봇나무는 중국 만주땅 전역에 산재해 있는 자작나무의 일종으로 군집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풍경은 가이 수채화를 방불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지 않고 만주땅 전역에서 눈비바람을 무릅쓰고 꿋꿋하게 자신을 지탱해 온 끈질긴 민족성으로 노래하고 있다는데 의미 깊게 안겨든다. 조상 없는 후손이 어디 있으며 조국 없는 백성이 어디 있겠는가. 일제치하 나라와 민족을 위해 만주땅에 메아리쳤던 독립군의 함성이 바람 불면 그 봇나무의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로 들려오는 듯, 이제는 그 후예들이 그 터전을 지켜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시인은 깨어있는 눈으로 '근육은 불거져서 돌뼈가 되고 /살가죽 갈라 터져 창상이 되'어도 '하냥 쓰러질 줄'모른다 했거니와 '돌바위에 뿌리박은 부락들이네 / 자랑차게 머리 쳐들 산민들이네'라고 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굴함없고 불멸하는 족속들이여'라며 민족성을 봇나무에 비유해 아주 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산엣나무인 봇나무가 만주땅을 대변하는 우리 민족성을 지켜나가는 자존의 나무로 인식되는 것도 설움과 애환의 삶에 길들여져 있지 않고는 쉬이 노래 되어 읊조려지는 것이 아니니라. 역시, 중국 만주땅 나아가서는 중국 전역 조선민족을 대표하는 남영전시인의 작품에서 우리는 잔잔한 흐름 같으면서 그 속에 아리랑민족의 기상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음이 재삼 확인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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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역정서는 고유정서로 나아가서 민족정서로 대변되고 있는 것이다. 거기 한편의 시가 속물적 근성을 가진 자들이 보면 아주 보잘 것 없는 넋두리 같이 보여도, 지역정서를 잘 살려낸 시는 그 시대를 넘어서 민족 고유 문화적 가치까지 지니며 무엇보다 값진 문화유산이 되는 것이다. (서지월 시인 / 집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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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 78, 시산방 내, 徐芝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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