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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작품]서지월 시-'가난한 꽃' 외

아미산월 2010. 1. 7. 04:58

[서예작품]서지월 시-'가난한 꽃' 외

**서예가 서영근 書, 시인 서지월 詩

 

 

가난한 꽃

서 지 월


금빛 햇살 나려드는 산모롱이에
산모롱이 양지짝 애기풀밭에
꽃구름 흘러서 개울물 흘러서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나그네가 숨이 차서 보고 가다가
동네 처녀 산보 나와 보고 가다가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꽃샘바람 불어오는 산고갯길에
고개 들면 수줍은 각시풀밭에
산바람 불어서 솔바람 불어서
가난한 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행상 가는 낮달이 보고 가다가
동네 총각 풀짐 놓고 보고 가다가
가난한 꽃 그대로 지고 맙니다

 

 

내 사랑

 

서 지 월

 

길을 가다가도 문득
하늘을 보다가도 문득

지금은 안 보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이 하늘 아래 꽃잎 접고
우두커니 서 있는 꽃나무처럼

내 생각의 나뭇가지는
西으로 뻗어 해지는 산
능선쯤에 와 있지만

 

밥을 먹다가도 문득
다른 길로 가다가도 문득

안 보면 그뿐이지만
생각나는 사람

 

徐芝月이의 紅枾

 

未堂 徐 廷 柱

 

대구의 詩人 徐芝月이
“자셔 보이소”하며
저희 집에서 딴 홍시를 가져왔기에
보니 거기엔
山까치가
그 부리로 쪼아먹은
흔적이 있는 것도 보여서
나는 그걸 골라 먹으며
이런 논아먹음이
너무나 좋아
웃어자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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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서 지 월

 

그대 눈물
그 빛깔의 반짝임

햇빛의
프리즘을 통하여
나올 때,

온갖 꽃들도
찬란한 눈물을 하고
내 가슴에
안기어 드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섭리 攝理

徐 芝 月


흐르는 저 개울 물소리
그대로 내버려 두고
깊어가는 이 밤의 문고리
그대로 내버려 두고
멀리 있는 그대마저 혼자있게
그대로 내버려 두고
밤하늘의 뭇 별들도 뜨건 말건
이것마저 그대로
내버려 두고

 

초승달


서 지 월


달아 달아
반쪽도 되지 않는 달아
내 손톱 떨어져나가
달이 된 것아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금간 물바가지 같이
달아 달아 초승달아
네 님은 지붕 위 새하얀 박꽃이랬지

지금은 그 박꽃마저 온대간데 없는데
내 어머니 비녀 끝에
어려오던 것아

 

 

풀벌레소리

 

서 지 월

 

숨죽여 들어보면
이 땅의 작은 울림끼리 모여 배를 띄우는
저 풀벌레소리 낮이면
속쓰린 내장 햇빛에 말리우고
밤이 오면 젖어서 빛나는 안개 속
광활한 만주땅 고구려의 말발굽소리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갔어도
천년 두고 흐르는 해란강 몸푸는 소리

꽃진 꽃대 옆에 귀대이어 들어보면
넘치는 달빛 그 언저리쯤
땟목처럼 물살 찰랑이며 쉬임없이
노저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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