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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시인 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낭송시>서지월 시-'오천년을 살아오신 분'

아미산월 2010. 1. 3. 01:59

▨미당 서정주시인 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낭송시>서지월 시-'오천년을 살아오신 분'

 

 ◆서지월시인은 10월 20일(화) 오후 3시 서울「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단군이래 5천년 역사의 한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당 서정주시인 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에 참석해 한 자리에서 미당의 문학적 삶을 한 편의 시로 읊은 기념시 <오천년을 살아오신 분>을 육성으로 낭독했다. 재능시낭송가 세분과 탈랜트 정경숙 연극배우 손숙 김선영 김정웅 시인 등의 미당 시낭송 시간도 가졌다. 

 홍기삼 전 동국대총장(문학평론가), 김성우 전 한국일보논설위원, 시인이신 김종길 예술원회원, 김용직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백담사 회주 조오현스님, 손숙 연극배우, 미당의 親弟인 서정태시인, 소설가 김용성, 문학평론가 김치수 송하선 이남호 이경철, 민영 서정춘 김후란 강우식 이근배 홍신선 김형영 이경 문태준 정경진 고안나 시인, 건축설계사 김원선생님, SBS 구성작가 전옥란씨 등 한국문단 및 언론계 예술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오천년을 살아오신 분


―未堂 徐廷柱선생님 詩史에 부쳐, 

 


서 지 월

徐 芝 月


아, 보아라
지금은 빠져나갔던 밀물들이 일제히 몰려드는 시간
영산홍이 스르르 물결을 친다
밀려난 뱃머리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오고
어머니는 따뜻한 국밥을 지어 상에 올린다


수천만 마리의 새끼들을 데불고
수천 만년 전 가마솥같은 종소리 마을어귀에서 들려오면
물동이에 물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오던 처녀는
모시밭 사잇길에서 임을 만나고
그제서야 땅에서는 오, 꿈틀거리는 저 찬란한 단청빛
꽃뱀이 코고무신 에워싸며
하늘에서는 해와 달이 번갈아 지나가는 푸른 하늘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의 하모니로
끼르릉 끼르릉, …… 학두루미들
제집에서 입고 온 옷들을 두루 벗고서
일제히 비상을 한다


아, 보아라 보아라
이제는 피비린내의 꽃밭을 돌아서
풋풋한 산노루떼의 언덕을 넘어서
저 자욱한 질경이풀 지슴길을 지나서
오고 계시는 분!


국화꽃을 피워서 이 나라 이 하늘을 더욱 맑게 하시고
귀촉도 울음 울어 이 나라 이 땅을 더욱 기름지게
가꾸어 오신 분!
오천년 역사의 바람 되시어
쏴아 쏴아, 신라의 숲을 어루만져 오신 분!


잉잉거리는 한낮의 벌과 나비와 꾀꼬리 그 모든 것들 데리고
선덕여왕과 춘향이와 금녀, 초록저고리 다홍치마의 신부를 데리고
흰 무명두루마기 옷자락 날리며
다시 질마재를 넘어서 덩그렁 덩그렁
풍경을 단 소처럼 쇠방울 울리며
진달래 꽃가지 소뿔 위에 피워 구부정한 길로 오고 계시는 분!


왼갖 짐승들은 땅위에서 일어나는 일로 저마다 나팔을 분다
뚜왈랄라, 뚜왈랄라, ……  불어제끼는 나팔소리 속에는
깊은 우물물도 넘쳐나와 환한 웃음 내보이고
길을 가던 저기 저 보름을 굶은 아이도 인제는 방긋 웃는다
칡꽃 위의 뻐꾸기, 이런 날은 부처님도
뻐꾸기 몇 마리 불러 무릎 위에 앉혀놓고 내려다 보신다


아, 쑥과 마늘을 드시고
새로이 오천년을 살아오신 분!
기왓장 너머 보름달 차오르듯 이 나라 이 땅에
오신 넉넉한 분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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