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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축제]서지월 시-'히피를 위하여'

아미산월 2009. 10. 24. 04:01

[히피축제]서지월 시-'히피를 위하여'

히피를 위하여

ㅡ'히피축제'에 붙여

 



서 지 월

날으는 새들을 보라
기어가는 알몸뚱이의 지렁이를 보라
아니면 저 초원의 들짐승떼들
그들은 걸친 것 없이 대자연 속에서
호흡하고 섹스를 하고 먹이를 구한다
연약한 것 같지만 즐거운 춤사위의 나비들
한 세상 무늬 지어보이며 건넌다
무식한 것 같지만 굼벵이 구르는 재주를 보라

인간은 주어진 집, 주어진 호주머니,
규격화 된 신발을 신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신호등에 순응하며
잘난 체 고개 들고 두 팔 흔들며 활보한다

버려진 듯 버려지지 않은 천변의 돌멩이들
숨을 쉬기 시작하면서 바위가 되고
천년이 지나간다 비와 바람이
그 어깨 다독여주며 오늘에 이르렀거늘

죽장에 삿갓 쓰지 않아도
세상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밀어내어버린 그 자리
이쁜 도라지꽃 한 송이 피워놓고 갈 요량이다


북을 울려라, 노래를 불러라, 너울너울
춤을 추어라, 신나게 나팔을 불어제껴라
불어제껴!

(2009년 10월 23일 밤, 01시 47분)

**이「히피축제」는, 영남일보 이춘호기자가 동요가수이기도 하면서 한량으로「백수들의 음악축제」라 하여 벚꽃 만개한 어느 봄에 대구미술광장(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구 용계초등학교 정대분교)에서 한번 행사를 치른 적이 있는데 그게 내가 태어나 시 쓰며 살아오고 있는 가창땅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에 더욱 친근감이 갔던 것이다. 왼갖 부류의 대구 예술인들 중에서도 직장없이 놀아가면서 예술하는 사람들을 심심하지 않게 한데 끌어모아 축제를 벌인다는 것 또한 여간 매력이 가는 일 아니기에 나는 고개를 끄떡끄떡 했던 것이며,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속성을 지닌 히피에 대해 시를 써달래서 또 그날 낭독을 해야 한다기에 촛점을 못 맞추고 있다가 영남일보에 나온 기사를 보고 드디어 펜을 잡아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