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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사화집](2009)서지월 시-'내가 백두산 천지에서 떠 온 물' 외1편

아미산월 2009. 9. 18. 06:40

[심상사화집](2009)서지월 시-'내가 백두산 천지에서 떠 온 물' 외1편


내가 백두산 천지에서 떠 온 물

 

 


서 지 월


백두산 천지에는 괴물이 산다고 하지만
산천어가 신선같이 떼지어 노니는데
세번째 백두산에 올라 그 천지의 물을
두 병  담아왔는데
나를 스승이라고 스승 덕분에
연변지용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연변조선족 심예란시인에게 천지물
한 병을 선물로 주고
한 병은 한국으로 가지고 와
나의 지인인 영남일보 이춘호기자에게 한 컵 주고
나머지는 아직 냉장고에 고이 얼려놓았네


생각해 보라, 한국에서
지도를 펴놓고 올려만 봐도 머나먼 백두산
높고높은 백두산
그것도 북한을 통과해 가는 것도 아닌
서해 창공 건너 중국 북경쪽으로 비스듬히 기수를 돌려선
빙 돌아 연길로 해 안도 지나 백두산 갔으니
뿐만 아니지,우리 민족 5천년 역사의 신령스런
영산 백두산인 것을


아아,
백두산 천지에서 떠온 물
그 물이 우리 민족 시원의 감로수 되고
그 물이 나의 시 정신사가 되고
그 물이 내 피 맑게 하며 피 데우는
순환이 되는 것을!


(2008년 9월 5일 백두산 다녀와서 2009년 6월 3일 저녁 9시 52분에 쓰다)

 


이 시대의 시인을 위하여 그냥 드립니다!


서 지 월


버스를 타거나
열차를 타거나
승용차를 운전하거나
식당 가서 식사를 하거나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밤새도록 시를 쓰는데
컴퓨터 열어 인터넷을 하거나
(매가패스 사용료)
형광등 켜놓거나 (전기요금)
커피를 타 먹거나
자장면 시켜 먹거나
시집을 내어도
전부 돈이다


시인이라고 해서
아니, 전업시인이라고 해서
면제해 주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는 초청 시낭송을 해달라는데
돈 안들이고 하니 그냥해 달란다
거기까지 가는데 차비 안 들고
시간소요 안 되는가
혼자도 아니고 여러 명 데불고 가야하는데......
때 되면 밥도 사먹고 물도 사먹어야지
누가 식사를 차를 음료를 공짜로 주는가
시인이 시를 쓰는데 담배도 피워야 하는데
담배가게에서 시인이라고 담배 그냥 주던가
(담배가게도 먹고 살아야지)
전업시인이란 시를 써서 먹고사는 직업인데
우리 사회는 유독! 시인이 시를 써주고
시인이 시집을 내고 시인이 축시낭독 해주고
시인이 문학과 관련되어 응하는 일은
그냥 해줘도 되는 줄 안다
오늘은 마을 청마상회에 갔더니
한번도 그냥 주는게 없었는데
오히려 외상값 밀렸다고 불나게 전화 걸어오기 일쑤였는데
가지모종을 사려는데
(저번에 고추모종 호박모종 샀음)
마을 청마상회 젊은 친구 왈,
-‘이 시대의 시인을 위하여 그냥 드립니다!’
하는 게 아닌가.
비록 가지모종 한 포기에 250원이지만
두 포기를 그냥 주기에
-‘고맙구려, 고마워! 시인이라고 그냥 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라 여겨져서
이렇게 읊어둔다


(2009년 5월 4일 저녁 9시 11분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