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예술]<이 시인을 주목한다>혜봉스님 시-'부처골 풍경소리'외 11편
[한국문학예술]<이 시인을 주목한다>혜봉스님 시-'부처골 풍경소리'외 11편
[집중조명]<이 시인을 주목한다>혜봉스님 시-'부처골 풍경소리'외 11편
♣혜봉스님 대표시선♣
부처골 풍경소리
혜봉스님
깊고 고요한 밤
소쩍새 울음소리 즐기는
이 여유로움의 공간
그대는 아는가
물이 흐르듯
구름이 가듯
어디에도 물들임 없는
자유로운 이 낙(樂)을
그대는 아는가
머뭄 없는 본래의 자리
티가 없으니
드러나고 홀로 드러나니
땡그랑 그랑, 땡그랑 그랑
바람소리 풍경소리
한 쌍의 꽃과 나비로다
목탁새 울음소리
혜봉스님
그윽한 산내음
소리 없이 스며들어
청아한 목탁새 울음소리
산사에 울려 퍼지네
똑, 똑, 또르록
똑, 똑, 또르록
맑은 메아리
허공을 메우네
목탁새 울음소리
깨달음의 소리
지혜의 소리구나
무소유
혜봉스님
여보시게 뭘 하시는가
세상사 혼자 다 지고 가려는가
욕심도 많으이
그냥 훌훌 털게나
누가 자네더러 지고가라 하든?
아무도 그 짐 가져가라 하지 않네
무겁다 낑낑거리지 말고
그냥 두고 가게나
바람 불면 가슴 열고
비가 오면 눈물어리니
폭풍우 친다 해도
뒷일 걱정 말게나
무슨 미련
그리 많을꼬
청산을 짊어지고 가겠는가
그냥 두고 가게나
조각달 허공에 흐르고
혜봉스님
인적 없는 산사 고요한 밤
새벽 예불 목탁소리 하늘은 게이고
새벽별 요요하게 뜰을 밝히네
두 눈썹 일월(日月)은 밝아
조각달 허공에 흐르고
인생의 희노애락
꿈인 줄 이제야 알았네
생각이 무량겁이니
무량겁이 곧 한 생각이네
밭갈고 씨 뿌리며
혜봉스님
이보오 벗님아
내 절 앞에 집 지어소
새벽 도량석에 함께 깨고
저녁 범종애 같이 쉬세나
산중 살림살이 가난해도
같이 밭 갈고 씨 뿌려
이 또한 함께 먹음세나
부처바위
혜봉스님
천년 세월
무언의 미소
돌도
깨치면
부처가 되느니
인간
너거는
뭐 하노?
구도
혜봉스님
해는 서산에 기우는데
자루 없는 걸망을 메고
가시밭길 헤매이는 빈승(貧僧)
먹구름은 몰려오고
뇌성벽력 내려치고
수마(睡魔)는 몰려오고
무엇을 얻으려고
누구를 위하여
구도의 길 헤매이나
성불(成佛)의 길 아득하고 아득한데
언제 삼마지(三摩地) 배를 타보나
주머니 없는 옷
혜봉스님
갓난 아이 배냇저고리
병실의 환자복
스님의 가사장삼
이 세상 떠날 때 입는 수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사 덧 없으니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
내 인생도 마땅히 그러하리라
촛불
혜봉스님
미혹의 삶
어둠 속 더듬더듬
눈 떠 보아라
제몸 태워 만든
지혜의 빛
바람 불어와 삼키려 해도
변함없는 마음
부드러운듯 강한
저 밝은 힘
천지간
온누리 무진겁 비쳐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그의 품안
생로병사
혜봉스님
애고(哀苦)
대고(待苦)
아이고(我以苦)
슬프고 괴로워서 어찌 살꼬
애고 애고 애고 ........
다가오는 괴로움 어찌 할꼬
대고 대고 대고 .........
내가 힘들어서 어찌 하나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
살아서도 시끄러운 인생살이
삼계화택 이별하고 생사고해 벗어나는
길목에도 울고 불고 대성통곡 ......
울지마소 울지 마소 저승길이 멀어지니 울지 마소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
부처골 지장선원
혜봉스님
천만년의 세월속에 있었구나 부처골이
년년수년 찾고찾아 이제서야 만났구나
의미심상 부처님의 가피아님 만낱을까
신비속의 만고강산 이터전이 기도도량
비밀경문 소원성취 머리숙여 받사옵고
부처님의 높은설법 가슴속에 새겨놓아
처음부터 다시하리 중생구제 원이오니
골골마다 이터전에 불법당을 지음이라
지장보살 현몽으로 부처골에 터전잡아
장엄하신 원력으로 모든중생 구제할제
선친후생 끌어안아 극락세계 인도하여
원력세운 만년기도 불국토를 인도하며
원력세운 만년기도 불국토를 이룸이고
해탈세계 가는길은 마음비운 무색성향
봉우리의 짙은운해 청정풍에 녹아지며
스스로가 낙수로다 모여지니 맑은청수
님이못한 중생구제 원력세운 일심이요
신비의 부처골
혜봉스님
높고 푸른 암벽 두터이 버티었고
맑은 시냇물 졸졸 흘러 그침 없네
꽃다운 귀풍은 천고에 이어지고
골 깊고 산 깊어 끝이 없네
비 그치고 날 개어 아침해 떠올라
만 겹의 안개구름 일시에 걷히며
삼국유사 일연(一然)선사 맑은 넋
팔만사천 번뇌 모두 녹아 내리리라
<약력>
▲東山 혜봉 대종사 : 시인. 수필가. 부처골 지장선원 주지.
▲故 박목월시인이 창간한 시전문지 <심상>,<문학예술>로 작품 활동.
▲세계불교문화 홍보대사.한중일 문화교류회 이사.
▲(재)세계불교 법왕청 감사원장.
▲대한불교 범종단 원로지도자연합회 호국국사.
▲한국불교 삼론종 종정 역임.세계불교 지장선원 종정.
▲2006년 세계불교 법왕청 평화재단 최고훈장 수상.
▲2007년 청소년 종교지도자 대상 수상.
▲시집 <천년의 신비 부처골>, <달마의 향기> 간행.
▲불교문인협회 회원.달마문인회 회원.
▲한중교류 한민족사랑문화인협의회 발전추진회장.
▲나옹선사 천복문화예술제 봉행위원장
▲ <사림시> 동인으로 활동.
주소 : 716-873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458-1 지장선원
지장선원 홈페이지 : http://www.jijangsw.com
부처골 풍경소리 카페 : http://cafe.daum.net/jijangsw
♣시작노트♣
시마을을 가꾸고 싶다
다섯 살 때 동네 높은 산에 나무를 하려고 어른들을 따라 가서 처음으로 내가 살던 동네를 내려다 보았다. '아 넓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나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더 넓은 곳에 가서 내 꿈을 펼쳐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희망에 젖었었다.
일곱 살 때 명이 짦다는 어느 스님의 말씀에 경남 하동 다솔사 최범술스님에게 맡겨져서 잠시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지내기도 했었다. 최범술스님께서 애칭으로 지어주신 솔봉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무한정 넓은 갈참나무 숲 아래 도토리를 주우며 다람쥐와 어울려 놀았는데 최범술스님은 한용운시인 등 많은 문객들이 드나들며 그분들과 교유했는데 차를 마시며 시를 읊으면서 사시던 모습이 내 어린 유년시절을 풍요롭게 했던 것이다.
ㅡ'남기고 가는 발자국, 가지고 가는 추억' 이라는 팻말이 다솔사 입구에 새워져 있었는데 나옹선사가 창건한 다솔사 솔숲 향기에 젖어 소설가 김동리 선생이 <등신불>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 충북 괴산 흥천사의 나옹선사 천복문화예술제 봉행위원장을 맡게 된 인연은 그때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14때 해일스님의 인도로 출가하여 진주 약수암에서 수도정진 중 언젠가 나 자신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해 정착할 터전을 찾아 많이 방황했다. 송광사 금산사 지리산 갓바위 계룡산 수행기도 중 백상대선사를 만나 영동신기술을 연마하여 지금의 빙의영혼치료에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곳 경북 군위 부처골과 인연을 맺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어린시절 다솔사의 자연 속에서 뛰놀던 詩心이 나도 모르게 생겨난 것 같다. 詩心을 일깨우며 못다 한 내 영혼을 노래하고 시마을을 가꾸어 영혼이 살아 쉼쉬는 제2의 다솔사를 만들어 보려한다. 흙과 더불어 바보처럼 살면서.....
2009년 8월, 문필봉을 바라보며
생사는 덧없이 텅 빈 것
한 물건도 가질 것이 없더라
지장선원에서, 혜봉 합장
◆작품세계◆
견성(見性)적 자아세계
서 지 월(시인.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위원장)
◇부처골의 스님 詩人
동산(東山) 혜봉스님은 시를 쓰는 시인일 뿐만 아니라 30년 넘게 퇴마사로 이름을 떨치고 계시는 영험한 스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영통신기술비법인 영적 치유능력으로 영혼, 육체의 병을 치유하는 심령치료를 통해 심신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새삶을 열어주시는 분이시다. 또한 혜봉스님은 세계불교법왕청 평화재단 최고훈장을 수상하기도 한 한국심령과학연구회를 통해 빙의 치료에 새로운 지평 열어나가고 있으며, 2007년 12월 19일 한국불교삼론종 종정 대종사에 재임하였으며 지금은 세계불교의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해 세계불교지장선원종을 창종하여 종정으로 계신다.
혜봉스님은,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일명 부처골이라 불리는데 일상에 지치고 고달픈 삶에서 잠시 떠나 몸과 마음의 휴실을 취할 수 있는 주말 쉼터이며 영험이 살아 있는 소원성취의 기도도량인 지장선원에 기거하시는 스님시인이시다. 울창한 숲,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아직 문명이기에 손을 차지않은 심산유곡에 위치해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계곡 곳곳에는 침염수와 활엽수, 자작나무, 옷나무, 상수리나무, 가시오가피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인진쑥, 부처손, 질경이, 두룸, 달래, 산나물의 보고이며, 1급수에서 자생하는 버들피리, 꺽지, 다슬기 가재가 자유럽게 노닐고 있으며 반뒤불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여름에는 발이 시린 수정같은 맑은 계곡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어머니 품처럼 그윽하고 포근한 우리들의 영원한 마음의 그 고향의 향취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부처골은 고려명승 일연선사께서 삼국유사는 저술한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가 두 번씩이나 열었고 승려수만 해도 3,000여명이 넘게 수행했으니 불교의 성지였음을 증명하듯 논 가운데 거대한 석불석탑이 남아 있으며, 인공굴안에는 자연석 마애관음보살이 오랜 세월을 머금은 체 자비로운 미소를 띠우고 있다. 고려시대의 것인 석가여래좌불은 도난을 당했다가 부처님이 다시 부처골로 돌아와 부처골의 영험을 등명하고 있는 영험있는 소원성취 기도도량이 바로 지장선원이다. 지난 해 5월 10일에는 지장선원에서 백옥석(白玉石)삼존불 점안식을 거행했다.
또한, 옛부터 벼락맞은 대추나무 즉, 벽조목(霹棗木)을 몸에 지니거나 보관하면 모든 화를 쫓고 행운을 가져오며 한 가지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옛선사들께서 말했으며, 또한 운남산(雲南山)조모도인(鳥毛道人)이 벽조목은 만세보국 안민영보(萬歲輔國安民靈寶)라 했듯이 1987년, 팔공산 갓바위 토굴에서 100일 기도 수행중 선몽으로 지리산 자락에서 600년된 벼락맞은 대추나무를 점지받아 수십 년간 불가사이한 벽조목의 영험을 체험하신 스님이기도 하다. 이 벽조목은 오직 진품만이 그 효험이 생기고 기도취성을 통해 소원성취가 이루어 진다 한다. 600년 된 벽조목 뿌리를 직접 만지면 갖가지 소원이 일어나 신도들이 많이 와서 직접 만져보고 영험을 얻어간다고 한다.
◇ 부처골의 詩心
혜봉스님은 이곳 부처골에서 많은 시와 찬불가를 작사했는데, 시작품은 중국 길림성 대형문예잡지『장백산 』과 길림신문 그리고 연변시인협회 총서『 시향만리』에도 수록됐으며, 찬불가는 중국 연변가사신문「해란강여울소리」에 수록되었다. 부처골에서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교감을 읊은 시작품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혜봉스님의 시세계는 한 마디로 자아와 자연과 불심의 일체감을 보여주는데 있다. 대개의 시가 느낌이나 환상을 가지고 읊는 경우가 많은데 혜봉스님의 시에서는 실제의 경험이나 체험, 영험, 고난, 역경 등을 구체화 시키는데 있는 것이다.
뛰어난 명편으로 꼽히는 <부처골 풍경소리>가 그러하거니와 <조각달 허공에 흐르고>, <밭 갈고 씨 뿌리며>, <부처바위>, <구도>, <촛불>, <봄밤> 등에서 보이듯 실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육성이기에 설득략을 더한다.
<조각달 허공에 흐르고>를 보면,
인적 없는 산사 고요한 밤
새벽 예불 목탁소리 하늘은 게이고
새벽별 요요하게 뜰을 밝히네
두 눈썹 일월(日月)은 밝아
조각달 허공에 흐르고
인생의 희노애락
꿈인 줄 이제야 알았네
생각이 무량겁이니
무량겁이 곧 한 생각이네
ㅡ「조각달 허공에 흐르고」전문.
신새벽이라 할 수 있는 새벽 3시가 되면 예불이 시작되며 하루를 밝히는데 시인은, '새벽별 요요하게 뜰을 밝히'는 새벽의 밝아옴과 '조각달 허공에 흐르'는 밤의 교차점에서 인생무상과 생각의 무량겁을 다시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밭 갈고 씨 뿌리며>에서는,
이보오 벗님아
내 절 앞에 집 지어소
새벽 도량석에 함께 깨고
저녁 범종애 같이 쉬세나
산중 살림살이 가난해도
같이 밭 갈고 씨 뿌려
이 또한 함께 먹음세나
ㅡ시 「밭갈고 씨 뿌리며」전문.
'이보오 벗님아 / 내 절 앞에 집 지어소', '같이 밭 갈고 씨 뿌려 / 이 또한 함께 먹음세나'라 읊으며 절간이나 민간집이나 스님이나 중생이나 격이 없는 어울림 즉 보편적 인간정신이 묻어남을 알 수 있는데 '새벽 도량석에 함께 깨고 / 저녁 범종에 같이 쉬세나' 이 대목에 와서 '새벽 도량석'과 '저녁 범종'을 대비시키며 친근감을 더해준다.
<부처바위>에서는,
천년 세월
무언의 미소
돌도
깨치면
부처가 되느니
인간
너거는
뭐 하노?
ㅡ시「부처바위」전문.
인공으로 조각된 부처상이 아닌 부처형상을 닮은 자연석에서 '돌도 깨치면 / 부처가 되'는데 '인간 너거는 / 뭐 하노?'하며 인간세상을 향해 질타하기도 하는데 이런 깨침의 세계를 자연속에서 얻는 힘이 돋보인다. <구도>에서는 글자 그대로 구도란 고행 다름 아니다. '무엇을 얻으려고 / 누구를 위하여 / 구도의 길 헤매이'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쉬이 정의되지 않는다. 이게 인간사일 것이며 구도승이나 중생이나 마찬가지임을 넌지시 제주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조그만 빛에 불과할 수 있는, 그러나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촛불임을 입증해 주는 시가 바로 <촛불>이다.
미혹의 삶
어둠 속 더듬더듬
눈 떠 보아라
제몸 태워 만든
지혜의 빛
바람 불어와 삼키려 해도
변함없는 마음
부드러운듯 강한
저 밝은 힘
천지간
온누리 무진겁 비쳐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그의 품안
ㅡ시「촛불」전문.
촛불은 '제몸 태워', '지혜의 빛을 밝히기에 '바람 불어와 삼키려 해도 / 변함없는 마음' 즉 진리를 의미한다. 그게 '부드러운듯 강한 / 저 밝은 힘'으로 표현했는데, '천지간 온누리 무진겁 비쳐 / 삼천대천 세계가 / 모두 그의 품안'이라 했으니 말이다. 광활한 우주를 비추이는 지혜의 빛을 시인은 모두 촛불의 품안이라 했으니 이 놀라움은 득도의 경지 다름 아니리라.
<봄밤>이라는 짧은 시에서도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얼음물'과 '버들강아지'가 나오는데 '소쩍새'의 등장은 미물에 불과한 목숨이라 할지 모르지만 나름대로의 처한 상황은 있기 마련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인간도 소쩍새와 다름 아니니리. <무소유>, <주머니 없는 옷>, <생로병사> 등에서 보여주 있는 세계 역시 인간에게 늘 따라다니는 오욕(五慾)의 세계가 그것인데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우리네 삶 앞에 질펀하게 놓여있는 것이다. <무소유>, <주머니 없는 옷>, <생로병사>에서 그 경각심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그럼, <부처골 풍경소리>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깊고 고요한 밤
소쩍새 울음소리 즐기는
이 여유로움의 공간
그대는 아는가
물이 흐르듯
구름이 가듯
어디에도 물들임 없는
자유로운 이 낙(樂)을
그대는 아는가
머뭄 없는 본래의 자리
티가 없으니
드러나고 홀로 드러나니
땡그랑 그랑, 땡그랑 그랑
바람소리 풍경소리
한 쌍의 꽃과 나비로다
ㅡ시「부처골 풍경소리」전문.
인간은 깊은 잠에 빠져들어도 밤이나 낮이나 깨어 울려퍼지는 풍경소리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물이 흐르듯 / 구름이 가듯' 세월과 시간은 자꾸 앞 다투어 가며 뒤 안돌아보는데 인간은 내일로만 향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실의 온갖 탐욕의 끈을 그대로 지니고 살아가니 말이다. '깊고 고요한 밤 / 소쩍새 울음소리 즐기는' 현대인들이 몇 있겠는가. 이 시에서 소쩍새 울음소리는 풍경소리의 이웃이 되어주고 바람소리는 풍경소리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시공(時空)을 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즉 때묻지 않은 무소유의 공간 다름 아니다.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듯 '풍경소리' 역시 저 혼자 소리를 퍼내지는 못한다. 시인은 이런 정황을 잘 인식하고 있기에 '한 쌍의 꽃과 나비'라는 절묘한 비유를 하고 있다. 이처럼 <부처골의 풍경소리>는 인간세상에서 들리는 소리임엔 분명하나 인간세상에서는 들리지 않는 스님만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비록 암흑의 밤이라 할지라도 진흙 속에서 찬연한 연꽃이 피어나듯 풍경소리는 인간세상을 향해 환하게 불사르듯 자신의 온몸을 바람에 내맡기는 것이다. 그게 귀막고 살아가는 중생들 옷자락 끝에라도 묻어 번져나간다면 그만한 중생제도도 없을 것이다. 보라, '땡그랑 그랑, 땡그랑 그랑' 이렇게 여유있는 리듬으로 들리는 풍경소리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땡그랑 그랑, 땡그랑 그랑' 이라는 반복적인 의성어가 더욱 실감나게 부처골에 메아리 치고 있다.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 그대가 바로 부처이거니 처음 들리는 소리 못 듣고 놓쳐버린 중생들이나 미물이 있는가 하여 바람은 풍경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고 풍경소리는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다해 온몸의 전율로 전하는 것이다.
중생이나 날으는 미물이나 온갖 생명 있는 것들을 제도하는 것은 스님만의 몫이 아니라 이처럼 주야로 풍경소리가 한 몫하는데 깊은 밤 오가는 길손 없어도 무료하지 않게 울려퍼지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주든 외면하든 아랑곳 하지 않고 이 세상에 나와 목 매달아 자신의 할 일을 다하는 풍경소리야말로 우리가 그냥 비껴가는 소리로 생각할 일이 아닌 것이다.
◇'달마의 향기'를 찾아서
시 <달마의 향기>를 보자. 이 시를 쓰게 된 사연인 즉 다음과 같다. 필자가 혜봉스님을 따라 충북 괴산 조령산 마패봉 산자락 흥천사라는 절을 찾아갔는데, 그곳에 동봉 큰스님께서 좌정하여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때 펼쳐보여주신 그림이 '연꽃을 든 달마'그림이었다. 여러 스님들께서 달마를 그렸다 하니 연꽃을 든 달마상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참으로 탐이 나기도 했으나 눈으로 즐기기만 했는데 동봉 큰스님의 장삼자락 끝에서 피어나 풍겨져나오는 연꽃향기는 일품이었다. 그걸 혜봉스님께서 놓치지 않고 읊은 것이다.
불입문자不立文字
무애자재 하니
달마의 선풍이요
교외별전敎外別傳
영혼을 적셔주는
표주박의 감로수요
직지인심直指人心
영원한 진리이니
짚신 한 짝 메고 가네
견성성불見性成佛
생사고해 헤매는
중생의 등대로다
선종禪種의 씨 뿌리고
짚신 한 짝 메고 가신 뜻
일러 주소서
ㅡ시 「달마의 향기」전문.
꼭히 구구절절 주해를 달지 않더라도 우리가 너무나 공감하는 구절들이다. 이 땅의 모든 중생들이 깨우쳐야 할 화두 같은 것, 아니면 인생이란 거대하고 화려한 것 같지만 달마존자처럼 '짚신 한 짝 메고' 갈 따름인데 오욕에 가득 차서 헛된 욕망으로 살아가는 인간속세를 일목요연하게 성찰의 세계로 인도하는 구도적 자세라 하겠다. 즉 달마존자의 높은신 뜻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중생들을 굽어살펴 달라라는 염원이 내포되어 있는 詩라 하겠다.
<달마의 향기>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세계는 다음과 같다.
달마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 1
달마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 2
달마 혈맥론 무심(無心)
달마혈맥론 본성(本性)
달마혈맥론 진신(眞身)
달마 혈맥론 진여(眞如)
달마 혈맥론 선도(禪道)
달마혈맥론 각성(覺醒)
달마혈맥론 공적(空寂)
달마 오성론悟性論불승佛乘
달마오성론 중도(中道)
달마오성론 실체(實體)
달마오성론 불종자(佛種子)
달마오성론 삼신(三身)
달마파상론破相論 관심觀心
달마파상론 무명無明
달마파상론 돈오(頓悟)
달마파상론 육바라밀六波羅蜜
달마파상론의 수행(修行)
달마파상론 청정(淸淨)
혜봉스님은, 이렇게 달마의 사상을 우리들에게 詩로 승화시켜 쉽고 편안하게 중생들 가까이 다가오게 하고 있다. <달마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 2>에서 보면,
허공의 구름 같은 보원행(報怨行)
물위의 거품 같은 증오심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랴
참회하고 참회하며 정진하세
<달마 혈맥론 진여(眞如)>에서 보면,
그대의 마음 본래부터 텅 비어 있다
모든 겉모습은 환상일 뿐
겉모습에 집착하지 마라
진여는 우리 자신의 본성이다
<달마파상론 돈오(頓悟)>에서는,
우습구나 우스워
부처에서
부처를 찾으려는
네 꼴이 우습구니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登明)
부처도 부처가 아니요
마음도 마음이 아니리라
<달마파상론 청정(淸淨)>에서는,
청정한
본래의 마음
서방정토(西方淨土)라
마음에
더러움이 없으면
불국정토요
몸과 마음이 청정하면
몸으로 향 사르고
법향이 피어오르리라
등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속세의 찌든 마음과 육신이 자리할 곳을 달마존자의 사상에서 찾으로라는 것 다름아닌 것으로 앍힌다.
<참선공부 13고개>도 보여주고 있는데, 즉 '참선 입문, 화두 공부의 단계'로서
첫째 송화두誦話頭
둘째 염화두念話頭
셋째 주작화두做作話頭
넷째 진의돈발眞疑頓發
다섯째 좌선일여坐禪一如
여섯째 동정일여動靜一如
일곱째 몽각일여夢覺一如
여덟째 오매일여寤寐一如
아홉째 생사일여生死一如
열째 입태일여入胎一如
열한 번째 주태일여住胎一如
열두 번째 출태일여出胎一如‘
열세 번째 영겁일여永劫一如
부처님께서는 6년 동안 한 번 앉으시면 말이 없으셨다 하는데, 이 열 세 가지 단계를 모두 밟아 성불하는 마음을 일깨워준는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처음 참선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좌선에서 힘을 얻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을 참구해도 안 되기도 하지만 7일 만에 화두를 완전히 타파(打破)하고 당장에 ‘영겁일여’가 되는 수도 있다 한다.
◇견성(見性)의 세계관
혜봉스님은 시 <불법> 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참으로 사람 되기 어렵고
불법 만나기 어려운데
사람 몸 받아 지녀
참 나를 알지 못하면
이 보다 더 어리석음 어디 있을까
참다운 지혜는 하늘에 가득한 별빛이요
별빛이 허공에 비어있음을 보는 힘이다
그 비어있는 가운데 눈부신 미소이니라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ㅡ시「불법」전문.
무얼 의미하는가. 인간과 우주개념을 읊었는데, 따지고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 즉 개체는 밤하늘의 별빛에 비유해도 너무나 왜소한데 진정한 자아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것이 인간인 것이다. 별빛 또한 하늘에 가득하나 그 비어있는 우주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그 별빛은 비어있는 허공을 보는 힘을 가졌기에 눈부신 것이다. 놀라운 견성적 착상이 아닐 수 없다. 그 비어있는 가운데 눈부신 반짝임을 가지고 있는게 별빛의 미소라 스님은 읊고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그 별빛을 흠모하는 개체임에는 분명하나 무얼 알고 성불해야 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윽한 산내음
소리 없이 스며들어
청아한 목탁새 울음소리
산사에 울려 퍼지네
똑 똑 또르록
똑 똑 또르록
맑은 메아리
허공을 메우네
깨달음의 소리
지혜의 소리구나
ㅡ시「목탁새 울음소리」에서.
견성(見性)이란 볼교용어로 모든 망념과 미혹을 버리고 자기 본래의 성품인 자성을 깨달아 아는 것을 말하는데 인간과 상관물인 우주 또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시적 교감을 얻게 되는데 거기 불교용어로서 견성(見性)이 작용하는 것이다. 바로 청아한 목탁새 울움소리가 허공을 메우는데 '깨달음의 소리'로 인식한 것이다. 위의 시에서 <별빛>과 <목탁새 울음소리>는 견성(見性)적 세계관 속에 존재하는 것임에 비해 속세인간은 견성(見性)적 세계관에 들지 못한 한낱 미물에 불과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번뇌를 벗고 오욕에서 벗어나는 자아성찰이 요구되는 것이다. 혜봉스님의 시에서 보여주는 새계가 바로 견성(見性)적 자아세계의 구도에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