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기행 談詩]서지월 시-'백두산 가는 길 하늘의 별들' 외 ∵∵∵∵∵
<시-1>
백두산 가는 길 하늘의 별들
서 지 월
어둠이 다 내린 연길에서
늦은 저녁식사 마치고
관광버스에 몸 실어
백두산으로 가고 있었네
적막강산 같은 밤의 길
우릴 그대로 가게 내버려 두었는데
어느 굽이진 산모퉁이 돌아
휴식 차 정차한 곳은
간이 노점상이었네
불빛도 희미한 그 아래
약초 강냉이 이런 것들 팔고 있었는데
최동호선생님이 제일 먼저
밤하늘 빛나는 별을 발견했네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바라본 별이
참 맑기도 하여서
저 별이 마중 나온 게 틀림없다는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었지만
그래 일행들 대부분 도시생활을 해온지라
모두 반가워 별을 바라보며
쉬이 눈을 뗄 줄 몰랐네
백두산 산신령이 이곳까지 내려보낸 건지
저들끼리 놀러 나왔다가 우릴 만난 건지
하나 둘 셋 넷 …
저 별들 보니
일제 식민지 치하 두만강 건너
이곳으로 살 길 찾아 헤매다가
객사한 길 잃은 동포들 영혼 같기도 하고
아니면 독립군들이 총칼에 쓰러져
비명에 간 그들 영혼들이 맑게 떠서
한 하늘 아래서 우릴 굽어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이 밤의 적막
그림 같은 시간 위에 한참을 서 있었네
<시-2>
백두산 아래에서의 하룻밤
- 백두산 천지호텔에서
서 지 월
백두산을 둘러싸고 있는 고봉은
세워놓은 병풍으로
천지 호수의 물은 한 잔 술로 떠받들어
조상신께 제사 드리는 듯
백두산 아래 머리 두고 잠을 청하는 밤
쉬임없이 흘러내리는 장백폭포 물소리는
이곳까지 들리는 듯
그 물소리의 기운 온몸으로 엄습하는 기운 느끼며
밤새도록 나는 잠을 뒤척였네
울창한 숲과 가파른 길 내려와서
들뜬 내 이마 짚어주고 가시는 것 같은
백두산 신령님,
열어둔 문틈으로는 별들이
와르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네
<시-3>
백두산 오르는 길의 두메양귀비꽃
서 지 월
백두산 오르는 길에 당신을 생각했네
노오란 두메양귀비꽃 피어서 한들한들,
북녘땅 넘어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만주벌판 가로질러 불어오는 바람인지
알 순 없어도 분명한 건
노오란 두메양귀비꽃 피어서
잔잔한 미소 흘리며 손 흔드는 그게
꼭 당신을 닳았다는 거!
당신도 아시겠지만
당신 특유의 해맑은 미소가
두메양귀비꽃 속에서 사르르 물결 일으켜요
차마 입었던 옷가지 모두 흘러내릴 듯
쉴 새 없이 바람은 불어 와
'사랑해요 사랑해요'
하고 시늉해 보이며 속삭이는 것 같고 보면,
당신은 먼 고국의 땅에서 밥 짓고 빨래하며
시간 나면 간간이 詩想도 떠올리겠지만
나는 중국 만주땅에서 남녘땅 향해
백두의 정상에 올라 있는 것이지요
백두산 내려오는 길에도 노오란 두메양귀비꽃은
어느 새 북한처녀 말씨로
'임 그리워 못견디시겠다면 내려가시라오!' 하며
조금도 구김없는 얼굴로 손 흔들어 주더이다
<시-4>
백두산, 두메양귀비꽃 피어서
서 지 월
정상쯤 다 와 가니
군데군데 노오란 두메양귀비꽃
군락 지어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것 보았다
그러면서 조금도 상함없는
저 태연한 얼굴, 환한 미소
나는 그들을 내 사랑이라 불러본다
내 사랑을 백두산 정상 오르는 길에서
발견했다고 나는 쓰고 있는 것이다
수 천년 세월 흘렀어도
백두산 지키고 앉은 두메양귀비꽃
언제 좋은 날 올지 모르지만 살아가는게
누가 뭐래도 이렇게 흔들리면서 견디어 내며
오히려 세찬 바람 친구되고
하늘의 해와 달 별들마저 주위를 빙빙 돌며
심심하지 않게 동무해 주며
그래도 살 맛 나는 곳이라 말하는 듯
비껴가는 나에게 손 흔들어 주더라
<시-5>
천지
- 백두산 정상에 올라
서 지 월
수천년의 세월을
하늘 담아왔건만
푸르름이 짙어 싱그럽기만 하네
수묵색이 아니라 옥색의
옥함이어라
누가 저
상서로운 빛
떠받들어 담아놓았는가
호랑이와 곰의 숨결소리
쑥과 마늘 냄새까지
<시-6>
천지 호수
서 지 월
나는 말한다
천지 호수가 옥함처럼 열어보이는
비취빛 숨결은
쑥과 마늘의 진한 냄새
오랜 세월 스며들어
드디어 그 쑥과 마늘의 찡한
빛깔들의 조화가 빚어낸
장엄한 백두산 남성이 품고있는
청초한 여성상이란 것을
아아 하늘과 땅 맞닿은 곳에
눈 시리게 바라봄이여
<시-7>
백두산 내려오는 길
서 지 월
아, 동승한 짚차 속에는
서울대 김용직선생님, 용아 박용철시인의
처남 임선생님, 한국일보 논설위원
김성우선생님, 고려대 최동호선생님
한국시협 이근배회장님 그리고
한국시협 중앙위원인 나, 이렇게
백두산 정상에 올라 깨지지 않은
玉쟁반의 맑은 天池 굽어보고 내려오는데
아아, 저기 저 푸른 풀 돋은 산언저리
신명난 듯 나타나 원을 그리며
그간 참 많이도 심심했다는 듯
날으는 검은 까마귀 몇 마리
그들이 나타나 오늘의 하늘을 빙빙 도는 것은
아아아, 아직도 살아 있는 민족의 魂이
내 앞에 비쳤음이 분명하거니
미끄러져 내려오는 길에
노란 두메양귀비꽃들만 옛날의
내 애인처럼 손 흔들어 주며
'잘 가시라, 잘 가시라' 그러더이다
<시-8>
백두산 내려오는 길의 두메양귀비꽃
서 지 월
백두산 내려오는 길
저 두메양귀비꽃들
여기저기 군락지어 세찬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오히려
굳굳한 것 보면
그렇다 우리민족의 얼이
그대로 배어있는 노랑저고리
춤추듯 미소짓는 얼굴을 보다
모든 것 다 떠난 세월
떠나지 않고 굳굳하게 피어있는
두메양귀비꽃!
아아, 나는 너를 일러
우리 민족의 지난한 얼굴이라 부른다
메마르고 가파른 고산지대에서도
굳굳이 시간의 역사를 지키고 있는
아아, 너는 이 시대의 파수꾼!
해와 달이 지나가는 하늘 아래
노랑저고리 휘날리며
꺾이지 않는 민족정신 가졌어라
【徐芝月詩人 약력】+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955년, 대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과 연개소문과 같은 생일인 음력 5월 5일 단오날
대한민국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 371번지에서 태어남.
본명 서석행(徐錫幸). 아명은 건식(巾湜).
■중학교 2학년때인 1970년 소년조선일보에 동시 <초록빛 잎새>가 발표되면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
■1985년,『심상』및 『한국문학』신인작품상에 각각 시가 당선 되어 등단.
■1986년,『아동문예』 동시 당선, 「신인문학상」수상.
■1993년, 제3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1998년, 제1회「한하운문학상」본상 수상.
■1999년, 전업작가 정부특별문예창작지원금 일천만원 수혜시인」으로 선정됨.
■2000년, 한국문협 문경지부 주관「正文文學賞」수상.
■2002년, 중국「長白山文學賞」수상.
■시집,『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1988,나남출판사)
『江물과 빨랫줄』(1989, 문학사상사)
『가난한 꽃』(1993, 도서출판 전망)
『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1994, 시와 시학사)
『백도라지꽃의 노래』(2002, 중국 길림성 장백산 문예잡지사)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2003,천년의 시작)
■2005년,백담사 만해마을 <세계평화의 시벽>에 육필詩「강물에서」가 동판으로 새겨짐.
■2006년,한국전원생활운동본부 주관, 詩碑「신 귀거래사」가 영천 보현산자연수련원에 세워짐.
■2007년, 한국시인협회 창립 50주년기념 향토적인 삶을 찬양하고 노래하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시인으로 선정됨.
■2007년, 달성군 주관,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대구문화예술총연합회
MBC KBS 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후원으로 詩碑「비슬산 참꽃」이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세워짐.
■2008년, 서울특별시「시가 흐르는 서울」에 시 <내 사랑>, <인생을 묻는 그대에게>가 선정됨.
■현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대구문인협회 외국문학분과위원장.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위원.
한중문예창작대학, 현대시창작 전문강좌「대구시인학교」지도시인. <낭만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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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우 <71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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