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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시조협회]<제1회 시조와 진달래의 만남>서지월 시조-'집 보는 날'외1편

아미산월 2009. 4. 21. 09:52

[연변시조협회]<제1회 시조와 진달래의 만남>서지월 시조-'집 보는 날'외1편

 

 

 

집 보는 날

서  지 월


따서 먹으면 먹을수록 붉은 대낮
얼얼한 눈썹 하나 살은 듯이 빼어들고
어디서 문둥이는 꽃을 부비고 섰는가.

밀보리 향기짙은 훈풍 불어 올진대
먼 山의 뻐꾸기는 빨랫줄에 와서 울며
호드기 불며 가신 누이는 돌아올 줄 모르니

장독간에 깨진 질그릇 누이의 눈물인가
엄마는 밭일 가고 나 혼자서 집 보는데,
뜰안에 모란 꽃잎이 머리 풀고 피더라.

 

 

달밤

 

서 지 월

내 사랑 달밤에 치자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치자꽃 꽃그늘에 밤새도 따라 울었습니다
온다던 그대 발자국 소리 십리 안에 들립니다

먼 강물소리 손금따라 흐르는 밤
운명의 나뭇가지도 동창으로 뻗친 밤
뜨락엔 어제 내린 찬 빗물 고여 환환 밤

달아 달아 불러봐도 더 높이만 치솟아,
잠든 바람은 어느 풀밭에 가 멎었는지
온다던 그대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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