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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시화전]서지월 시-조선의 눈발
아미산월
2009. 4. 11. 01:57
[지상 시화전]서지월 시-조선의 눈발
조선의 눈발
서 지 월
나는 지금 세계의 가장 평안한 우차에
실려가고 있다
아침 상 받으면
풋풋한 생채나물
그 미각을 더불어
어린 날의 서당골 물푸레나무
결 고운 길을 따라
잠 덜 깬 포대기 속 아이의
꿈결같이 굴러가고 있다
우리가 닿아야 할 예지의 나라
순은의 밀알들,
바다와 강이 놋요강처럼 놓이고
능은 풀잎처럼 잠든다
문경새재에 눈이 내리면
청솔가지 꺾어들고 오는
하얀 버선코,
사슴의 무리가 눈을 뜬다
지붕밑 동박새가 살을 부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눈은 내리고
누군가 흰 고무신 눈발속을
조심조심
미끄러져 가고 있다
아침 신문 유액 위 '조선통사'가 빛나고
한술의 배고픔보다 천근의 무게로 울려올
우리의 풍악소리.....
몇 백년쯤의 뒷날을 다시 생각노니,
지금 나는
세계의 가장 평안한 우차에 실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잘도 넘어간다
*제작:한국시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