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료리를 한숟가락 입에 떠넣었다. 제비의 피눈물을 삼키는것 같고 가족을 위해 바친 제비의 크나큰 희생을 감지하는것 같아 소홀히 대할수가 없었다.
료리는 눈에 아름답듯이 맛도 좋았다. 달콤하고 순수하고 깔끔했다. 제비의 정성에 감동이라도 받았다는듯 모과열매의 속살도 발그무레하게 농익어있었다. 발그무레한 색상이 그렇게 부드럽고 향기롭게 안겨올수도 있다는 체험은 그날이 처음이다.
나는 료리를 한술도 남기지 않고 다 떠먹었다. 모과의 빨간 속살까지 한술한술 떠내여다 배속에 저장시켰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고가의 진귀한 료리, 료리 자체가 갖고있는 가치이상으로 큰 의미가 담겨있어서 벅찼지만 나는 내 팽창된 욕망을 채워넣었다. 그렇게 채워진 내 안은 그날 이후로 친구분의 지극한 정성과 제비의 갸륵한 애정이 늘 배회했다.
그러고보면 제비와 제비둥지를 멀리 하고 산지도 퍽 오래된듯싶다. 옛날 어린시절 고향집 처마밑에서 쉽게 접할수 있었고 친구집 정주간 천정에서도 제비둥지가 들어앉아있어 친구 만나듯 익숙하게 만날수 있은 제비와 제비둥지였다. 마음씨 후한 집에 둥지 틀고 또 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사람들은 제비둥지를 쉽게 부수지 않았다. 제비똥이 아무데나 떨어지는 시끄러움도 있었지만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주었다. 해마다 봄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서 열심히 둥지를 틀고 얼마 안지나면 그 둥지안에는 아기제비들이 얼굴을 빠끔 내밀고 재잘거리며 한가족이 즐겁게 지낸다. 실로 제비둥지는 시골의 정다운 풍경이였다.
그런데 사람들과 가족처럼 같이 하던 제비둥지들이 어느 때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초가집이 기와집으로 대체되며 멀리 가버린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제비의 적성에는 초가집 즉 흙으로 된 벽과 기름 올리지 않은 나무서까래, 벼짚으로 된 집이영이 더 맞는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기와집은 제비들이 둥지를 틀고 가족을 앉히기에 불적격이란 말이 되는것이다. 사람들이 잘 살아진 상징인 기와집, 돈이 든 벽돌과 기와와 세멘트에 그만큼 인정이 덜 들어가있어서인가, 아니면 자연의 생태적인것과는 멀어서인가.
오늘날 우리의 고향은 제비둥지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있던 둥지들도 하나하나 생기를 잃어가고있다. 가족의 뿌리이고 근원이던 고향집을 버리고 돈 벌겠다고, 더 잘 살아보겠다고 제가끔 산지사방으로 흩어져간 가족들. 한지붕밑에서 누리던 가족의 후더움과 인정미를 더는 찾아볼수가 없으며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이젠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진것 같다.
집이란건 아무리 잘 지어놓은것이라도 사람이 안 살면 망가진다고 한다. 옛날 한가족 오글보글 모여 사랑과 행복을 녹이던 집들이 주인 잃고 비여있다가 어느 날 소리없이 허물어져간다. 그렇게 우리의 집들이 무너져가고 우리의 가족이 해체되고있다. 제비둥지가 사라지듯이. 제비가 피 흘리며 둥지를 트는것과 같은 정성으로 가족을 이루었다면 그것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우리 누구에게나 있겠건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친구분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꼭 잊지 말아야 할것이 네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것은 자신을 낳아준 사람과 자신이 낳은 사람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는것. 친구분은 나에게 《혈연와》료리를 사주면서 자신이 한 이 말을 생각했을가. 나는 마음속에 제비둥지를 담으면서부터 친구분의 마음속에는 진작부터 제비둥지가 들어앉아있었음을 알수 있었다. 뇌출혈후유증으로 운신을 잘 못하시는 로모를 알뜰하게 모시는 친구분내외를 보며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의론을 거쳐 안해가 잘 나가는 사업가의 꿈을 접고 로모의 병시중을 들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들인들 쉬웠으랴. 그들은 자신의 인생신조를 행동으로 실천하고있었다.
《혈연와》료리를 먹고 얼마 안되여 출장길에 연길에서도 유명한 개장국전문집에 찾아갔다가 그 집 창문 웃쪽에 매달려있는 제비둥지를 보고 놀라움과 함께 가슴이 따뜻해왔다. (워낙 도시에서도 이렇게 제비가 둥지를 틀수 있는것이였구나). 도시 한복판 아빠트의 창문우에 매달려있는 제비둥지는 보기에도 신기했으며 개장국전문집의 후더운 인정미를 보는것 같아 좋았다. 제비와 함께 사는 그들의 모습이 보다 푸근하고 유정해보인다. 끓는 도시속에 있지만 그 가게주인은 자연에 가까이 있을것 같고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해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음식도 보다 생태적인것에 가까운것이여서 맛이 더 좋았을것이고 손님들도 더 많이 찾아들었을것이다.
제비둥지모양으로 길쭉하고 두리방하게 생긴 모과의 반쪽에 담긴 료리, 《혈연와》료리는 그대로 하나의 제비둥지였고 하나의 가족이였으며 하나의 사랑이였다. 특별한 날 특별한 의미로 《혈연와》를 주문해주었을 친구, 나에게 가족애를 배워주고 사랑을 배워준 그 저의를 알것 같다. 내 생에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혈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