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동문학]<이 시를 말한다>김창영 시세계
ㅁ[료동문학]<이 시를 말한다>김창영 시세계
꽃
김 창 영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곧 죽음이었다. 너는
죽는 그 순간에
화사하게 웃을줄 알기에
꽃이었다
너는
<해설>
짧다 해서 시가 안되거나 단순한 게 절대 아니지요. 시가 짧아 보여도 관조하는 투시력과 주제가 확연해 공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꽃>뿐이겠나요. <꽃>과 같이 한순간의 영화도 지나고 나면 다 허무로 돌아가는 철리(哲理)를 말하고 있기도 하지요, 우리네 삶도 그렇고요, 그러니 인생철학이 들어있으니 이 시는 아주 좋습니다. 푸념적이거나 감상적인 일반적인 시와는 품격이 다릅니다. (한국 서지월시인/記)
자전거 위에서
김 창 영
내 몸이 굴러간다
바퀴따라
오르막길 내리막길
미궁같은 어둡고 긴 턴넬도 굴러굴러
이젠 내 몸마저
바퀴가 된다
운명따라
몸 던져 굴러굴러
한곳에 머물러 설 수 없는 바퀴가 되여서야
이 세상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퀴임을
깨닫는다
지구처럼
꽃을 두고
김 창 영
사람들은 꽃을 두고
때에 따라
곱다고 한다. 밉다고 한다.
나비들은
꽃이 고운 줄 모른다
미운 줄도 모른다
그저 꽃 자체를
좋아하고 따를 뿐이다
꿀벌들도 .
꽃이 고운 줄 모른다 미운 줄도 모른다
그저 꽃이 피면
꽃을 떠나지 못할 뿐이다.
꽃들은 사람들로부터
곱다 밉다 험담을 들어도
늘 그대 눈빛 속에 피여있다가
그대 마음에
열매로 남는다
<해설>
위 두 편의 시 모두 담담한 언어구사력이 안정감을 주며 구조적인 면에서도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작품으로 읽힌다. 흐름도 좋고 시를 매만지는 유연성 또한 잘 훈련이 되어있다. 단지 문장을 쉽게 엮으려 하지 말고 더욱 고뇌가 들어가는 투철한 인식의 깊이를 넣으려 애를 쓰면 더욱 견고한 좋은 시를 쓰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창영씨 시가 시를 쉽게 쓰는 듯한 인상을 주나 의미있는 문장구가만큼은 잘 하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자전거 위에서>라는 제목 설정도 아주 좋다. 바퀴의 굴러감을 존재론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문장흐름은 유려하게 내려가는게 장점이기도 하나 자칫 잘못 타성에 젖을 우려가 있으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윤동주의 <서시>나,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나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같이 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시인들의 시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지금은 그렇게 시를 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가 가는지 모르겠으나 현대시는 현대시다운 사유와 테크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게 안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시가 되니 말이다.
<꽃을 두고>라는 시 역시 흐름은 서정적이나 대상(꽃)에 대한 접근은 존재론적 방식을 취하고 있어 신선하다. 거기에 자연의 섭리를 투영시킴으로써 시의 분위기를 한결 새롭게 하고 있다. (한국 서지월 시인/記)
가슴을 땅바닥에 대고
김 창 영
등을 땅바닥에 대고
하늘을 본다
저 높은 하늘 아래
내 이제
한 치도 떨어질 공간이 없음을
직감한다
귀를 땅바닥에 대고
눈을 감는다
이 세상 온갖 소리 소리들이
나를 감싼다
가슴을 땅바닥에 대고
두 팔을 벌린다
아, 아,
내가 이 땅의 주인인 것을!
<해설>
의미있는 좋은 시로 읽히는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재간도 돋보인다.
이런 정적인 가락도 좋으나 사물이나 대상을 직시하는 능력도 길러두면 좋을 것이다.그의 여러 시편에서 보여주는 부드로운 감성은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슴을 땅바닥에 대고 > 역시 '등', '귀', '가슴'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설득력을 더한다. 자아와 우주의 개념을 하나로 인식하는 안목이 돋보인다. 보편적 정서를 가지고 와 의미부여하는 수법이 범상치 않으며 시를 직조하는 반복법이라든지 행과 연의 흐름을 막힘없이 풀어가는 가며 긴장감을 유지해가는 것도 아주 좋다. 윤동주의 <서시>나,김소월의 <초혼>이나, 한용운의 <님의 침묵> 같은 건감상용이지 시창작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윤동주 김소월의 시에 매료되는 것 보다 이용악 백석의 시를 꿰뚫어야 좋은 시를 쓰는 첩경이 됨을 유념하면 좋을 것이다. (서지월시인/記)
민들레 꽃씨
김 창 영
끝끝내
피여난
이 가벼움
바람결 따라
하늘 속을
떠서 흐르다가
때에 따라
어딘가로
내려앉으면
또 다시
가볍기 위한
너의 몸부림
<해설>
우리가 시를 쓸 때 많은 이야기나 장면을 말한다고 해서 결코 뛰어난 시로 볼 수 없다. 한 가지를 가지고 표현하더라도 확실하게 쓰면 그게 온전한 모양 갖춘 시가 되는 것이다. 바로, 김창영 詩 '민들레 꽃씨'가 분명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명료한 작품으로 읽힌다. 정착하지 못하는 <민들레 꽃씨>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비단 <민들레 꽃씨>뿐이겠는가. 이 세상 수많은 것들이 <민들레 꽃씨>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그네도 그렇고 셋방살이도 그렇고 몽고의 유목민도 <민들레 꽃씨>에 비유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의미를 연상케 하니 좋은 시가 된다는 말이다. 단순정서나 단순한 의미가 이닌 복합정서 곧 복합된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서지월시인/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