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壇](中)리옥금 시-'오빠는 산'
♣[오늘의 詩壇](中)리옥금 시-'오빠는 산'
오빠는 산
힘장사 이백근이라
소문난 우리 오빠
동생 손목 잡고
엄마따라
산 넘고 물 건너
아버지 찾아
만주땅 밟았네
열 여덟 살 어린 나이
참군하여
전국을 해방하고
돌아온다더니
학수고대 하신
아버지 어머님께
열사증 한 장만
달랑 날려보냈다
그때 그날부터
아버지.어머니의 한숨만
가을바람으로
피기 시작했다
아버지
리 옥 금 (길림 조선족시인)
엽총 들고 말을 타고
만주벌판 주름잡았네
압록강 뛰어넘고
완달산 넘나들며
독립 찾아서
헤매셨네
전사한 두 아들에
깨진 가슴 달래시며
초목과 함께 사는
산(山)사람이 되셨네
오매불망
고향 그려
한 줌의 향연마저
동해로 떠나셨네
<해설>
-중국 만주땅 길림에 살고 있는 이옥금시인의 작품이다. 민족의 애환이 가족사에 있음을 잘 말해주는 한 편의 시로 읽힌다. 아버지가 독립운동 하러 간 만주땅으로 가족이 이주한 것이라든지 두 아들과 거기서 삶을 마감한 아버지를 통해 보여주는 세계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어두운 과거사였던 것이다.
또한 시인은 <목단강>이라는 시에서 '아버지가 두둥실 물결을 타시고 / 머나먼 동해 바다 / 고향 찾아 떠나신 길'이 나오는데, 시인의 고향은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한 돈화로 돈화 남쪽에서 송화강과 흑룡강을 거쳐 동해바다로 흘러드는 목단강이 흐르고 있다. 시인의 아버지 고향은 강원도 양양으로 임종시 남긴 유언대로 골회를 목단강에 뿌렸는데 만주땅 목단강에서 송화강과 합류하고 다시 흑룡강과 합류해 동해바다로 흘러들기까지를 생각해 보라.
이런 눈물겨운 사연을 사연을 같은 시에서 시인은 '물결이 출렁일 때마다 / 일어났다 가라앉는 모래알들은 / 들먹이는 마음 헤아려 본다'고 읊고 있다. <오빠는 산>이라는 시에서도 '힘장사 이백근이라 / 소문난 우리 오빠 / 동생 손목 잡고 엄마따라 / 산 넘고 물 건너 / 아버지 찾아 / 만주땅 밟았네'라 말하고 있듯이 슬픈 가족사의 한 대목인 것이다. (「한국 서지월시인/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