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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문/시가 있는 창]김선희 시-'마음으로의 동행'
아미산월
2008. 10. 26. 21:26
[대구신문/시가 있는 창]김선희 시-'마음으로의 동행'
마음으로의 동행
김선희
다시 그대에게 돌아갈 때는
꽃으로 남지 않으리
마지막 남은 혈관 속 액체 한방울마저
그대와 합류하여
나를 일으켜 세우던 까막바위
그것은 멀리서 들리는 뱃고동소리였다
그것은 바람에 내리꽂히는 장대비였다
그것은 손을 뻗히면 잡을수 있는
백사장 모래알이었다
부족한 사랑에도 감사할 줄 아는 이여
나는 그대에게 푸른 바다이고 싶다
**연변대학 조선어언어학부 졸업.연변작가협회 회원.현재, 도문시교육국 근무.
<해설>
-민족의 애환이 서린 중국 도문 두만강변에서 우리말의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는 여성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어딜 가나 삶의 방식은 달라도 정서는 다름 없고 보면 이 시는 인간의 신뢰와 사랑을 테마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여성상의 근본이라면 조금도 흔들림 없는 지고함이 그것일 것이다.
'나를 일으켜 세우던 까막바위'나, '멀리서 들리는 뱃고동소리', '바람에 내리꽂히는 장대비'. '손을 뻗히면 잡을 수 있는 백사장 모래알'등에서 보여주듯 그런 인간적 믿음 앞에서 조그만 것에서도 사랑과 감사를 느끼는 여성상인 것이다. '다시 그대에게 돌아갈 때는 / 꽃으로 남지 않으리'라 했듯이, 여기서 꽃이란 단순한 존재역할 그 자체를 말함인데 시인은 '푸른 바다' 즉 넉넉함을 품은 큰 세계의 존재로 서고 싶은 것이다. (서지월/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