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壇]홍순범 시-상해에서의 회생
[오늘의 詩壇]홍순범 시-상해에서의 회생
상해에서의 회생
홍 순 범 (중국 상해, 컴퓨터통신관련 사업)
잠시 머문 이 곳은
덥고 산란하다
이역 땅이여서 정이 없다
졸리는 오후 한나절은
비만 오는데
나는 서성이고 있고
동네의 울타리 안에 피여난
호박꽃은 잠자리와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려운 인생이란 없다는데
라고, 생각하는데 …
지나온 저 다리난간을를 돌아보니
지쳐서 사는 인간들이 보인다
이 길가에 지친 사내가
두려움 없이 서 있다
돌맹이 같은 너에게
불덩이 같은 쇠덩이를
던지고 싶다
깨여져야 해 !
파리한 낯빛으로
물드는 신록,
저기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
당신도 천사를 사랑하지?
<해설>
이 시는 현장성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구체적인 묘사가 우선 눈에 뜨인다. 상해라는 거대한 물질문명시대의 도심화가 인간개체에게 주는 중압감이 그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졸리는 오후 한나절은 / 비만 오는데 >라는 무료한 시간성이라든지, <동네의 울타리 안에 피여난 / 호박꽃은 잠자리와 나머지 시간을 / 보내고 있다> 등이 절창을 이룬다. <두려운 인생이란 없다는데> 이런 대목에서는 추상적 표현을 넘어서서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심도있게 다가온다. <지나온 저 다리난간을 돌아보니 / 지쳐서 사는 인간들이 보인다>도 정황을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실감을 더한다. 거대한 위압감을 주는 도시문명 즉 상해라는 도시를 향해 <돌맹이 같은 너에게 / 불덩이 같은 쇠덩이를 / 던지고 싶다 / 깨여져야 해 !> 이런 피끓는 유감적인 표현도 힘을 더하고 있으며, <파리한 낯빛으로 물드는 신록> 즉 신록이 짙어지고 여름으로 가고 있는 숨막하는 정황으로 시간적 배경이 설정되면 아주 효과적이며, <저기 화사하게 웃고 있는 여자가 보인다>로 마지막에 등장시킴으로써 역동적인 힘을 얻게 된다. 바로 시란 끝마무리를 새로운 제시로 신선함과 충격, 그리고 힘을 부여할 때 울림이 큰 시가 되는 것이다. 한국의 미당 서정주 시를 보라. 거의 다 끝마무리에 가서 부활적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자>란 어떤 존재인가, 남자에 대비되는 여자일 수도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희망, 내지는 구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상직적의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당신도 천사를 사랑하지? >라고 하며 받쳐주고 있는데 참 좋은 표현이다. <천사>란 어떤 존재인가. 순수함,정의, 비겁함이나 물욕, 나쁜 것에 물들지 않은 신성한 존재 아닌가. 바로 인간이 희구하는 본래의 정서가 그런 것인데 반해 날로 커져만 가는 도심의 문명은 인간을 구원하기는 커녕 죄압하며 사기 살인 가식 등 물질만능으로 가고 있으니 지은이는 자신의 고향이 아니기에 더욱 분개하는 것이며 첫연이 말해주듯이 <잠시 머문 이 곳>이 되며, <덥고 산란>한 것이다. <덥고 산란하다>는 표현도 그냥 해 보는 설명적인 문장이 아닌 것이다. <덥고 산란하다>가 제 5연 <파리한 낯빛으로 물드는 신록>으로 이미지가 연결됨으로서 더위가 주는 위압감도 효과적으로 한몫하는 것이다. 제목도 설득력을 더해 좋다. 요점을 잘 인식해서 시를 끌고 가는 힘과 필요한 정황묘사와 효과적인 미미지들을 서로 상응되게 함으로써 비로소 한 편의 시로 완성되는 것이다. (한국 서지월시인/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