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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詩壇]윤청남 시-'강변일기'

아미산월 2008. 10. 2. 03:27

[오늘의 詩壇] 윤청남 시-'강변일기'

 

 

윤 청 남

 

내 집 앞 강변에
이리저리 널려있던 돌들이
어느 한 여름사이 온데간데 없더라

 

그들이 떠난 자리에
금모래만 밀려 와 반짝반짝이고
나는 강변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홀로 한낮 슬피 그냥 울었더라

 

지금은 어디에 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이 세월 살아가고 있는지

이렇게 도중에
소식조차 없이 헤여질 인연이었더라면
아예 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걸

 

*도문 조선족시인. 연변지용시문학상수상,해란강문학상 수상시인.


<이 시를 말한다>


- 수많이 널려있던 강변의 돌들이 다 어디로 물살에 휩쓸려 가고 금모래만 남아서 생의 공허함을
더욱 절실하게 하고 있다. 아마도 도문의 두만강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읽히는데, 여기서 시인은
인생사의 허무를 '강변에 / 이리저리 널려있던 돌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론 두만강 변경도시는 북한땅과 마주하고 있는 곳으로 과거 일제치하인 우리 민족수난시대에
두만강을 건너온 이민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또 어디론가 떠나가고 없는 정처 없었던 조선민족들의
생활상의 면면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아, 터를 잡아 머물던 과거 두만강의 돌들도 어디로 가고 없으니, 사람도 언젠가 이와같지 않으리라는
법 없으니 말이다. 시인의 가슴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수많은 돌들, 그 낱낱의 얼굴들은 다름아닌
우리 민족 이민사의 한 페이지인 것이다.

 

(한국 서지월시인/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