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詩壇]홍문필 시-강물
[오늘의 詩壇]홍문필 시-강물
ㅡ두망강을 보며
홍 문 필 (훈춘 조선족시인)
자갈돌 사이 키재기하며
모여든 개망초꽃들 웅성이다
강물처럼 흘러와서
또다시 흘러가듯
언덕 하나,
강 하나 있는데
왜 나는 강물처럼 흘러 갈 수 없나
밤 하늘 우두커니 지켜보면
쓰러지는 마음
이 밤 하늘의 별들도
저 강물처럼
반짝이며 흐르고 있는지 몰라
<이 시를 말한다>
ㅡ김소월도 시를 이렇게 쓰지는 못했으리라. 김소월 시의 단점을 말하라면 내면적 깊이가
약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김소월 뿐만 아니라 김영랑을 비롯한 당대 서정시인들이
추구해온 언어미학, 즉 시를 곱고 아름답게 쓰면서 영탄과 비애를 그대로 읊조렸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만만찮은 수사(修辭)로 읊조렸는데 자연을 관조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데 그 깊이가 있어 보인다.
언덕, 강, 강물이 그냥 등장한 소재들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간적 이미지로 작용하는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
보라, 언덕과 강은 고정된 공간적 이미지이나 강물은 유동적인 이미지로 작용한다. 멋진 대비를 이루고 있다.
또한, 시인의 눈에는 역시 자연의 대상물인 '밤하늘의 별'이 고정된 공간적 이미지로 보이는데
그것에 의미부여 해서 '흐르고 있는지 몰라'라 한 것은 강물과 같은 유동적인 속성으로 보는
안스런 시인의 불안한 내면의식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자세히 보면, 첫연의 '모여든 개망초꽃들 웅성이다 / 강물처럼 흘러와서 / 또다시 흘러'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서 그냥 개망초꽃이 모여서 피어 웅성거린다고만 했다면 한 편의 시가 구가해내는 전체조화에서 밋밋해
지는 것이다. 즉, 모여든 개망초꽃도 언젠가 가버린다는 의미와 시인 자신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현실의 벽과
교차하고 있다. 한 편의 시를 직조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미지들의 상관관계를 잘 설정해야 됨이 여기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시인은 지금 언덕과 강과 같이 고정된 공간에서 요지부동인 것이다. 그만큼 고립과 고독과 비애를 한몸에 안고
마냥 흘러가는 두만강에 눈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어디 훌훌 털어볼 데도 없는 시인의 삶이 애처롭기만 하다.
바로 이런 정황에서 참다운 시인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등 따시고 배 부르면 절절한 시가 나오겠는가 말이다. '자갈돌 사이 키재기하며 / 모여든 개망초꽃들' 이런 세세한 표현도 놓치지 말 일이다.
(2008년 10월 1일 새벽 6시 49분, 한국 서지월시인/記)